“미래가 도착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의 원작 소설 및 초대형 베스트셀러의 작가인 어니스트 클라인이 2013년 오큘러스 리프트의 프로토타입을 쓰고 난 다음 한 말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VR)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배경은 2045년이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현재의 VR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못해도 30년은 지나야 몰입감 깊은 가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어니스트 클라인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명저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의 추천사에서 어니스트 클라인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팔머와 브렌든 이리브가 어바인에 있는 그들의 작은 사무실에서 처음 내게 오큘러스 리프트의 프로토타입을 보여주었을 때, 나는 즉각 가상현실이 내 예상보다 더 빨리 올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사실 가상현실은 이미 거기에 있었다. 나는 단지 내가 쓴 과학적 허구가 과학적 사실이 된 모습을 말 그대로 바로 코앞에서 목격했을 뿐이다.”
가상현실(VR)은 20세기 중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분야이다.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가상현실(VR)은 일상현실 속으로 자연스럽게 구현될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상현실(VR)의 관심은 결국 주변부에 맴돌게 된다. 19살 팔머 럭키라는 친구가 등장하기 전까지.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는 팔머 럭키가 브렌든 이리브 등과 함께 창업한 VR 기업 오큘러스에 관한 이야기로 르포르타주, 영상으로 말하면 극화된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700페이지가 넘는 VR 기업 창업스토리? 오큘러스가 당시에 페이스북에 인수되며 최단기 유니콘 기업(10억 달러)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700페이지를 넘길 만큼의 이야기 소스가 있을까?
기우였다. 첫 페이지부터 나는 책에 몰입될 수밖에 없었고 아이들을 재우고 다시 300페이지 중반부터 책을 펼친 나는 4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책을 완독 해버렸다. 전반부는 <픽사 이야기>나 <에어비엔비 스토리>처럼 재밌고 배울 점이 많은 창업 스토리였다면 후반부는 실리콘벨리를 배경으로 한 넥플릭스 오리지널 미드처럼 흥미진진했다. 솔직히 후반부에는 이 책이 논픽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고 결말이 너무 궁금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책의 수준은 <픽사 스토리>나 <에어비엔비 스토리> 등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일단 인터뷰와 리서치 수준이 다르다. 오큘러스와 페이스북은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의 작가인 블레이크 해리스에게 직원에 대한 무제한에 가까운 접근을 허락을 해 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해리스는 수백 건에 달하는 인터뷰와 2만 5천 건 이상의 문서를 바탕으로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를 저술했다. 게다가 헤리스는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이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장편 다큐멘터리의 흥미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을 매 챕터에 심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특히 페이스북 연설과 오큘러스 두 창업자의 대화를 교차로 편집한 마지막 챕터는 작가인 나조차 감탄밖에 할 것이 없을 정도로 이 책의 백미이다.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는 단순한 창업 스토리가 아니다. 성공과 실패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또한 자신이 스타트업 종사자, 가상현실 팬, 게임 덕후라면 이 책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 있지만 일단 오늘은 오큘러스의 두 창업자 팔머 럭키와 브렌든 이리브를 통해 ‘성공을 부르는 2가지 태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무서울 정도의 집념
가상현실(VR)이 극소수 덕후들의 관심을 넘어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19살의 팔러 럭키라는 청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큘러스의 창업자인 팔머 럭키는 학교는 다니지 않은 채 트레일러에서 가상현실(VR)을 현실화시킬 HMD(머리 부착형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외부에서 보기에 너무나 형편없는 스펙이었지만 팔머 럭키는 다른 이들과 명백하게 다른 특징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무서울 정도의 집념.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에서 '집념', '집착'이라는 단어는 팔머 럭키의 전용 단어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자친구인 에델만에게도 같은 평가를 받았다. 여친/와이프에게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이라면 팔머 럭키의 가상현실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가상현실에 완전히 심취한 나머지 ‘VR에 좋다면’, 'VR에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썼다. 럭키 팔머에게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가상현실’이었다. 책을 보면 거액의 돈조차 럭키 팔머의 가상현실 집념을 훼방할 수 없었다.
특정 분야에 대한 무시무시한 집념은 스펙, 배경과 상관없이 사람을 그 분야의 마스터급 이상으로 만든다. 실력이 없을 수가 없다. 성공은 불확실성이 지배하기에 ‘집념’이 있다고 해서 바로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가 조금 늦을 수는 있어도 온 삶을 투사할 정도의 집념에는 성공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무서운 집념으로 나의 시간을 헌신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2. 결과를 무조건 내는 자세
7년째 사업을 하면서 가장 함께 하고 싶은 파트너의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난 서슴없이 ‘결과를 내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떤 과제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초라할지언정 결과를 무조건 내려고 하는 사람과 함께 하라. 물론 그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더더욱 좋다. 성공은 이런 사람을 외면하기가 힘들다.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의 두 번째 주인공이자 오큘러스 창업자 중 한 명은 브렌든 이리브는 한마디로 ‘결과를 내는 사람’이다. 특히 그는 오큘러스의 CEO답게 조직에 필요한 사람을 모으고 돈을 만드는 일을 지칠 줄 모르는 뚝심으로 결국 해낸다.
이리브에게 미첼은 오큘러스 창업 멤버로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이었다. 이 당시 미첼은 자신이 생각하는 꿈의 직장 라이엇 게임즈(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회사)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이리브의 계속되는 구애에도 미첼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결국 미첼은 이리브에게 항복하게 된다.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를 읽어보면 정말 이리브의 능력에 감탄을 안 할 수 없다. 이리브는 오큘러스에 필요한 인재라면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회사에 가둬’ 버린다.
회사의 시드머니가 바닥 날 가운데 시리즈A 투자를 받을 때도 이리브의 활약은 대단했다.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조차 이리브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투자를 받아낸다. 나도 모르게 책에 ‘대단’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
‘무서울 정도의 집념’
‘결과를 무조건 내는 자세’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는 책의 순수한 재미를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성공 프로세스를 담고 있다.
미드보다 더 재밌는 논픽션을 읽고 싶은 분들, 그리고 새로운 산업을 일군 선구자들의 스토리를 통해 성공의 힌트를 얻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를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