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연애하던 이와 결혼을 생각하는 것과 같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내게 많은 어른들이 이런 말을 건넸다.
"좋아하는 건 그냥 취미로만 해. 직업으로 삼지 말고."
그 말이 이상하게도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뭔가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처럼 들렸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려 해 보니까 왜 그런 말을 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하는 것은 연애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저 그의 장점을 마음껏 사랑하면 되고, 함께 즐거우면 장땡이다. 더 이상 바라고 기대할 것이 없다.
보고 싶을 때 만나서 마음껏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내 삶으로 돌아가버리면 땡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많이 다른 문제이다.
바로 이 일과 결혼을 한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모아놓은 돈은 좀 있는지. 아니면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내가 이 이와 결혼하면 내 삶이 어떤 모양으로 바뀔 것이며 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유퀴즈의 박지환 님이 무려 18년을 돈과 관계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연기하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18년 동안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란다.
"야, 박지환. 너 괜찮겠냐? 계속 이렇게 돈 없이 살아도?"
그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응. 연기만 할 수 있다면 난 좋아. 지금도 행복해."
이 정도 사랑이라면 박지환 님은 연기와 결혼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과연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가?
그로 인해 따라오는 많은 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가?
사실 나는, 다시 좋아하는 일과 연애를 하고 싶어서 업으로 삼는 것을 잠시 내려놓은 중이다.
일을 시작했다.
근데 사실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나는 계속 그림이랑 연애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림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 삶이 일단 지속되어야 하니까.
아, 그럼 난 얘를 사랑하는 게 맞네. 내가 그리도 싫어하던 출근을 얘를 위해서 하니까.
그림아, 부디 나와 백년해로하자.
나는 네가 좋아.
태어날 때부터 좋았어.
아마 죽을 때까지 좋아할 거야.
부디 내 곁에 항상 있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