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시장의 모습
나이를 들어가게 되면, 어릴 적에 했던 경험, 재밋거리가 아련하게 추억으로 다가오는 때가 있다. 그 시절을 되새김질하는 것만으로 나지막하게 미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현재 해외에서 살고 있어서 어릴 적에 경험했던 한국 전통시장을 다시금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해외에서 날짜를 정해놓고 열리는 시장이 있지만, 한국만큼의 역동적이며, 살아 숨 쉬는 시장은 드물다.
한국의 전통시장 하면, 오랜 역사와 삶의 흔적들과 현 대과 같이 공존하고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성남에서 자랐었던 필자는 모란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을 기억하고 있다.
사실 성남뿐만 아니라 성남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란시장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모란시장은 경기도 성남 모란에 위치한 시장이다. 매일 열리는 것이 아닌 5일마다 열리는 5일장이다. 4일, 9일에 열린다 ( 매월 4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 ) 성남뿐만 아니라 경기도권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날짜를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통시장이며,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장 형태로 열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급의 규모로 큰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성남에는 모란시장뿐만 아니라 24개 정도의 전통시장이 있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성남시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모란시장의 규모도 커지기 시작했다. 모란시장이 다른 전통시장들과 비교했을 때 커진 이유는 그 당시 모란은 성남의 교통중심지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모란시장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다. 전국으로 나가는 시외버스는 모란시장에 있는 터미널에서 타야만 했었다.
승객들은 버스 주차장에서 탑승을 했으며, 저런 곳에서 버스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아직도 의문이기는 하다.
1990년대 모란시장은 최대의 부흥기를 맞이한다. 기존의 상가건물 옆 길거리에서 노상으로 판매를 하던 중소규모의 기존 장터가 좁아져서 대원천을 매립해서 만든 주차장으로 확장했다. 이때 장날에는 10만 명 가까이 사람들이 모인다고 했었다. 발 디딜 틈도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왼쪽 사진의 흐르는 하천이 대원천이다. 저곳을 매립해서 오른쪽 사진처럼 주차장을 만들었다. 모란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주차장이 상인과 구경꾼들로 가득 찬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취급하는 물품도 많아졌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더 모이게 됐다.
밑에 사진은 2010년도 모란 시장이다. 도로의 1 차선까지 나와서 길을 건너려고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헤치고 지나가는 자동차들, 승객을 내려주는 택시, 물건을 내리는 화물차, 주차장 자리를 찾는 승용차, 승객들을 가득 싣고 움직이는 버스 등등 무질서 안에서 질서가 양립해 있었다.
그렇다면 모란시장에 사람들이 왜 많이 모일까?
재미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것을 구입할 수 있었고, 구경할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다양하다. 또한 각설이라는 쇼 가 벌어지기도 한다. 각설이라는 것은 바보 분장을 해서 노래도 하고, 콩트식으로 개그를 펼치는 쇼를 말한다. 어릴 적에 봤던 각설이 쑈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릴 적에는 뭐가 재미있을까? 하고 이해가 안 됐었지만, 각설이 쑈에는 어른들이 항상 많았다. 각설이 쑈의 마지막은 항상 약장사다. " 이 약을 먹으면 허리 아픈 게 없어지고, 피로가 확 풀려 "라는 말을 진짜로 했었다. 요새는 저런 말 자체가 무슨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대사 같지만, 그 당시에는 저렇게 물건을 판매했었고, 갈색병에 담긴 액체는 무슨 내용물인지 아무도 모른다. 약의 효능이나 검증도 당연히 없던 시기였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구매를 하기도 했었다.
모란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또한 모란시장에서 파는 곡물들은 본인이 직접 재배해서 키우기 때문에 어찌 보면 유기농일 수도 있고, 농약을 잔뜩 친 곡물일 수 도 있다. 화장품, 식물, 약재, 건강식품 등등 백화점처럼 화려하고 깨끗하게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모란시장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보양식을 판매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보양식이라면 개고기, 지네, 닭, 오리 등등 웬만한 재료는 다 있었다. ( 지금은 청결문제로 인해서 더 이상 외부에 개고기를 전시하고 있지 않다. 또한 성남시 자체에서도 청결문제를 강하게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옛날 같은 모습은 없다 )
어릴 적에 모란시장에 갔었을 때는 조그마한 철장 안에 동물들이 있었고, 그 동물들을 찾는 손님이 있으면 곧바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그 당시에도 그 모습들을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냄새도 심했었고, 한 공간에서 한쪽은 살아 있고, 한쪽은 죽어 있고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모란시장은 건강원 쪽보다는 애완동물 ( 강아지를 가장 많이 판다 )을 판매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은 시골강아지다. 아마 견주가 새끼를 직접 데리고 나와서 판매하는 것 같다. 필자도 어릴 적에 강아지를 사고 싶다고 떼쓴 기억이 난다.
모란시장에 대한 가장 좋은 기억은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칼국수부터 시작해서, 전, 잔치국수, 만둣국, 떡볶이, 팥죽, 순대, 돼지머리 등등 일반적인 음식보다는 옛날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우려와 다르게 음식을 조리하는 것을 보면 깨끗하다.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많이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는 재미도 있다. 아무래도 모란시장은 외국인이 오는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오는 전통시장이다 보니깐, 몇몇 전통시장에서 보여주던 음식 및 물건을 강매하는 것이 없어서 둘러보기 편하다.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에 모란의 전통시장 또한 그에 발맞춰 변해가고 있었다. 어릴 적에 갔었던 모란시장과 현재의 모란시장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웃으면서 즐기는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결같다. 예전의 모란시장은 날 것 그 자체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예전 우리들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