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배어드는 향기
해가 질 무렵 옥상에 서니 뻥 뚫린 공간답게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9월이라 그런가 바람에서 계절에 알맞은 그 향이 난다. 가을이랍시고 햇과실 향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산 근처라고 풀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무어라 빗대어 표현할 수 없지만 그냥 이십몇 년 간 어느 곳에 있건 이때 즈음에 맡던 향이 날뿐이다. 향이 나는데 향이 나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런 점은 식혜와 꼭 같다. 식혜가 9월의 향과 닮았다는 것이 아니다. 식혜는 그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았다. 식혜는 식혜만의 것이 있었다. 내 목에 꼭 들어오도록 안으면 몰아치지는 않지만 입가에 은근히 배어드는 향이 있었다. 몰아치지 않는다고 강렬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지 식혜를 한 모금 마실 때면 괜스레 입맛을 다시곤 했다.
혼자 그렇게 감동에 겨워하고 있을 때면 어머니는 식혜가 그렇게나 맛있냐고 물어봤다. 1998년 7월 제사에는 식혜를 먹는다는 기억이 각인되었을 때나 2021년 9월 옥상에 홀로 서있을 때나 똑같은 대답을 하고 싶다. 당신 향이 난다고. 향이 나는데 향이 나지 않는다고. 코로 맡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배어든다고.
비싼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좋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그 어느 것도 닮지 않고 오롯이 내 눈앞 사랑하는 가족이 내 품에 가득 차있는 삶. 그게 내가 목표로 하는 삶이었다.
이번 추석도 어머니는 식혜를 하고 계신다. 압력밥솥의 칙칙 거리는 소리에 리듬을 타시면서 빈 페트병을 깨끗이 닦고 계신다. 올 추석은 한잔의 커피가 아닌 한잔의 식혜를 마시며, 어머니와 담소를 나누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