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입니다
동짓날 맹추위를 뚫고 학교에 가서 논문 인쇄본을 찾아왔다. 인쇄소 사장님 왈, 상담심리대학원 학생 중에서는 맨 처음으로 제작하고 수령해가는 거란다. 동기들은 아직도 교수님과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논문쓰는 동기들 단톡방에 올리니 다들 부러워한다.
나는 오늘 집들이도 있고, 다음주에 사람들하고도 놀고, 부모님과 여행도 가야해서 일찌감치 논문을 마무리했다.
2년 반 동안 논문을 쓰는 과정에 임해보니 석사논문은 실력싸움이 아니라 멘탈싸움이다. 내 논문이니 누구와 경쟁할 것도, 비교할 것도 없고 오롯이 나와의 싸움이다.
나의 한계를 얼만큼 산정하고, 얼만큼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겸허함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다른 동기는 자신의 결과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속상해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2년 반 동안의 모든 과정들을 긍정하기 어렵게 되니 속상한 일이다.
아무튼 아직도 마감기한을 코앞에 두고 오만가지 감정에 휩싸이는 동기들을 뒤로하고 나는 나의 시간과 노력을 축하하고자 친한 지인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저녁때 있을 홈파티 준비를 위해 서둘러 집에 왔다. 우리 집을 아지트 삼아서 놀러왔던 친한 후배들과 오랜만에 우리집에서 다시 모여 새벽4시까지 놀았다.
후련하고 감사하고 재밌던 하루다.
위대한 논문을 쓰거나 대단히 잘나지 않았어도, 이런 나를, 나의 시간과 노력들을 긍정하는 나 자신이 마음에 들고, 그 열매로 맺어진 내 논문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제 진짜 졸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