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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꼬마 Jan 11. 2024

7년 전의 결심과 이행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의 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웰다잉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지 7년 만의 행동이다. 그리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늦었을까?


화장을 하고, 위 아래 속옷을 맞춰 입고 보건소로 향했다. 잘 죽는 것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이래로 외출시에 브라와 팬티를 잘 맞춰입는다. 언제 어느 때 사고가 나서 의식을 잃어 병원에 실려가도 짝 맞는 세트 속옷으로 마지막 남은 품위를 지키고자 함이다.


10분~15분 정도의 보건소 직원의 안내를 듣고 의향서를 작성했다. 2주 안에 등록증도 나온다고 한다.

나의 존엄과 남은 이들의 삶을 위한 지금으로서의 최선의 선택이다. 26세에 중환자실에서 기도삽관을 하고 항암치료도 받아봤던 나로서는 80세에 끔찍한 항암치료를 또 다시 받는다거나 기계장치 없이는 숨도 못쉬는 삶을 삶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 대신 오늘 죽어도 여한 없는 삶을 매일매일 경신하며 살고자 한다. 때로는 죽음을 자주 잊는다. 그래서 영원히 살 것 처럼, 내일이 보장된 것 처럼 하루하루를 소비할 때도 많다. 그렇지만 오늘만은 한 번 더 진하게 죽음을 떠올려본다. 오롯이 나 다운 오!늘을 채워본다.


다석 유영모 선생의 오!늘~ 오!늘~이 삶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길 믿으며 감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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