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 같았던 하루
“가장 행복했던 내 어린 시절, 가장 신나게 놀았던 기억"
초등학교 3학년 겨울, 내 나이 10살 때였다.
눈이 아주 많이 온 날이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벼르고 있던 그날이 왔음을 직감하고 동네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밥을 먹은 후, 언니와 비닐 포대자루를 들고 집을 나섰다.
열댓 명과 함께 말로만 듣던 그 골짜기에 이르러 한 명씩 타고 내려갈 때,
순서를 기다리며 설레다 못해 떨리던 느낌,
(아직도 생생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갈 때의 환상적인 스피드.
바람을 가르며 시간여행자가 된 듯한 순간 이동.
(이 부분은 이후에도 꿈에 여러 번 꿨다.)
그날 옷이랑 신발이 다 젖도록 놀았는데 추운 줄도 몰랐다.
더욱이 얼마나 신나게 놀았으면 해가 지는 것을 보고서야 점심도 잊고 놀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놀았는데 해가 지고 있어서 시간이 흐른 것을 알게 되었지. 아마도 북극처럼 해가 지지 않았다면 얼마나 놀아야 정신이 돌아올지 가늠이 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집이 엄한 편이라 해가 넘어가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 되는데, 그날만큼은 매우 가슴이 부풀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간이 부은 건지, 늦은 주제에 겁도 없이 집에 당당히 들어가 ‘이리 오너라'하고 오히려 더 큰 소리를 쳤다. 하도 자신감이 빵빵하고 기가 넘치니 엄마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점심을 굶고 놀다 왔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 두 딸에게 따끈하고 정성스러운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날은 모든 게 선물 같았다.
지금도 그날, 얼마나 정신이 팔리도록 놀았으면 하루가 반나절이 되어버린 듯한 착각,
현실 같지 않은 순간 이동하는 듯한 묘한 기분,
해가 질 때쯤 제정신이 돌아온 그 어드벤처 같았던 하루,
그때가 단연 최고였다.
완전 몰입의 경지에 이르면 아마도 이런 기분일 듯~
살면서 한 번씩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하는 그날의 행복한 기억은
아마도 죽는 그 순간까지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