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닉네임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회 전도사님이 새로 오셨다.
그분을 동네에서 두 번째 마주쳤을 때,
굉장히 반가워하시며, 나를 불러 세우시고는
’ 흑진주‘라는 별명을 지어 주셨다.
그래서
'왜 흑진주예요? 했더니
흑진주는 색깔이 검지만 ‘어두운 바닷속에서 밝게 빛난다’며,
"너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재능이 많아서
흑진주 같다'라고 하셨다.
그 전날 여러 애들과 전도사님과 시간을 보냈었는데
나를 보시고, 이 별명이 떠올랐다고 하셨다.
가슴이 설레었다.
그래서 바로 위의 언니 별명이 궁금해서 물었다.
당연히 나에게 이런 멋진 별명을 지어주셨으니,
언니는 더 멋진 별명을 지워주셨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니는 별명을 짓지 않으셨다며,
그냥 '이쁜이'라고 하셨다.
바로 위의 언니는 피부가 하얗고, 눈썹이 길고,
얼굴도 조그마해서
어디 가든 이쁘다고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도 전도사님은 내게 관심을 주셨고
나를 알아봐 주신 것이다.
남들이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때,
잘 안 보이는 부분까지 예리하게 짚어주신
그분의 사랑과 관심에
나도 다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남들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부분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누군가는 그런 작은 부분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많은 별명이 생겼지만 남들이 별명을 물으면 언제나 자랑하듯 ‘흑진주’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사람을 만나면 관찰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독특함을 찾아서 별명을 지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전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아이들에게 별명을 지어주곤 했는데 아이들도 서로 불러주며, 좋아했다.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 애칭을 불러주는 부부가 사이가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왠지 애칭을 부르면 더 사랑받는 기분이 들고, 특히 부부싸움을 할 뻔하다 가도 애칭을 부르는 순간, 싸움을 심하게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도 애칭이 몇 개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애칭도 바꿔가며 사용한다. 이렇게 나는 좋은 별명을 지어 주신 그분으로 인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별명을 지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별명을 지어준 이들도 어디선가 자신의 별명을 좋아하고 그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 마다하지 않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