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전시장
뉴질랜드의 마오리어 이름은 Aotearoa(아오테아로아)다.¹ 길고 흰 구름의 땅.
뉴질랜드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다. 통통하고 희고 길며, 낮게 깔려 있었다.
한두 덩이가 아니라 하늘 가득이었다.
마치 구름 전시장 같았다.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저마다 다른 속도로 흘러갔다.
그 아래 서 있으면 하늘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구름이 모든 공간을 휘감고 있어서 계속 달려도 구름이 따라왔다.
그런데 그 길고 흰 구름은 사진에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찍어도 몸통이 잘려나갔다. 구름을 설명하려다 그만뒀다.
보송보송하다고 해야 하나, 희한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말해도 그 구름이 아니었다.
구름이 구름이지 뭐 — 싶으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늘은 청명했다. 구름이 많은데 청명하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랬다.
구름과 구름 사이의 파랑이 너무 선명해서 흰 구름이 오히려 그 파랑을 더 돋보이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하는 하늘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어디서 본 하늘 같다고.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 한국 어느 장소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사진첩에 찍어둔 구름 사진과 느낌이 비슷했다. 나라의 규모는 달라도 하늘은 닮아 있었다.
낯선 땅 끝까지 와서 올려다본 하늘이 고향의 하늘과 닮았다는 게,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하늘을 보면 자유로워지고, 구름을 보면 생각이 사라졌다.
길고 흰 구름은 뉴질랜드 어디에서나 있었다.
도시에도, 평야에도, 산 위에도. 그 구름 아래에서 며칠을 보냈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도 구름은 여전히 길고 희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이 땅의 이름이 저 구름에서 시작됐는지.
¹ Aotearoa: 마오리어로 아오(Ao, 구름), 테아(Tea, 하얗다), 로아(Roa, 길다)가 합쳐진 말. "길고 하얀 구름의 땅"으로 번역된다. 전설에 따르면 탐험가 쿠페의 아내가 항해 중 수평선의 구름을 보고 "구름이다, 구름!"이라 외쳤고, 그 긴 구름이 걸려 있는 땅에 이름이 붙었다. (출처: 위키백과, 아오테아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