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사세요

- 봉이김선달과 앨런 머스크 사이

by 라이터 엄마

80년대 생이라면 익숙한 만화 <형사 가제트 형사>에서는 페니, 강아지 브레인이 첨단 기계를 이용해 사건을 해결한다. 온몸이 사이보그지만 제대로 무엇하나 사용할 줄 모르는 가제트 형사와 달리 조카 페니는 삼촌 몰래 휴대용 노트북을 딱 펼쳐 정보를 찾아내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뚱뚱한 가정용 데스크톱도 부잣집에 있을까 말까 한 때였으니, 나는 페니가 들고 다니는 게 뭔지 상상도 못 했다. 요즘 넷플릭스에 방영되는 리바이벌 애니메이션에서 페니는 노트북 대신 공중에 손가락으로 쓱 스크린을 펼쳐 정보를 검색한다. 오늘 아침 딸에게 ‘곧 있으면 저런 정보가 뜨는 안경이 나온대!’라고 얘기해줬는데, 놀라운 건 8살 딸은 그다지 놀라지도 않더라는 거다.



두 달 전쯤 주식 시장에 입수한 나는 요즘 늘 흥분 상태다. 내 돈이 매일 밤 슬라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니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피곤한 건 둘 째고,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기라도 한 양 몰랐던 세상을 만나는 기쁨에 늘 공중에 부웅 떠 있는 상태다. 마치 새 남자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처럼 쉬지 않고 핸드폰을 열고 닫는다.


내 새 남자 친구는 요즘 ‘대동강 물장수 봉이 김선달’ 이 따로 없다. 여기서 ‘이 꿈 살래?’ 저기서 ‘저 꿈 살래?’라고 끊임없이 유혹의 질문을 던진다. ‘하늘을 나는 차’, ‘유전자 정복’, ‘탄소제로’부터 ‘화성 정착’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기름 없이 달리는 자동차, 스스로 가는 차’ 같은 꿈은 이제 ‘꿈’ 이 아니다. 10년 전의 ‘봉이 김선달’이 지금의 ‘인류를 진화시키는 사업가’가 된 이가 바로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다. 그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라벨을 이끌며, 세계를 빈 틈 없이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며 인공위성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린다. 지금은 공기 중의 탄소를 모으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게 1,000억 원을 주겠다며 ‘지구의 구원자’ 역할에 나섰다. ‘지구인을 지구 밖 다른 별에서도 살게 한다’는 그의 화성 정착 프로그램에는 의심이 아주 많이 들지만, 꿈꾸는 능력만 탁원 한 게 아니라 추진력도 세계 1등이라 이제는 그의 꿈에 올라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앨런 머스크의 꿈 값은 작년 한 해에만 700% 뛰어올랐다. 그의 꿈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꿈을 찾는다. 사람들은 실적보다 그 기업이 그리는 꿈을 보고 기업을 산다. 그럴싸한 꿈들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 가능성을 확인해가는 과정은 수 십 년간 대기업의 주가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내 선택의 점수를 매겨가는 재미랄까. 하지만 그 재미에는 대가도 따른다. 경제의 곡선을 따라 혹은 성장이 의심받을 때마다 심리적 대가도 치러야 하고, 때로는 큰 금전적 손해도 따른다.


작게는 자금 마련을 위한 증자가 계속되는 게 피곤하다. 작은 기업들은 자금이 필요할 때 ‘유상 증자’를 한다. 주식을 더 발행해 파는 건데, 주식이 풀리면 그때마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대기업도 액면 분할하면 다시 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산 기업이 유망 하다고 믿으면 그 며칠을 견디면 되지만, 너무 잦은 증자는 시장의 의심을 가져온다.


문제는 이 꿈이 의심스러워질 때다. 지난달 중국의 여객용 드론 항공기 기업 ‘이항 Ehang’에 대한 의심이 제기됐을 때가 그랬다. 미국의 한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가 리포트를 발행했다. ‘이항’의 기술력이 믿을 수 없다는 거였는데, 특히 주요 투자자의 실체가 빈 껍데기로 보이니 신뢰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놀란 주주들이 하룻밤 사이 주가를 60%나 떨어뜨렸다. ‘이항’은 즉각 대응했고, 다음 날 바로 주가가 회복됐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이항의 ‘드론’이 정말 승객을 싣고 날아다니는 날에 확인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투자자들은 그들의 기술을 믿는 모양이다. 전기 트럭의 테슬라가 될 거라던 ‘니콜라’도 기술력을 의심받는다. 시범 운행에서 차를 움직인 게 사실은 배터리 파워가 아니었다는 거다. 주가는 폭락했다 회복됐다. 눈독을 들이다 저가 매수에 성공한 주주들은 기쁘겠지만, 불안함은 어쩔 수 없을 거다.


‘이항’ 사태 전에는 중국의 스타벅스라 불리던 ‘루이싱 커피’가 있었다. 매출 부풀리기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아예 상장이 폐지됐다. 함께 다양한 바이오 기술들의 케이스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피 한 방울로 모든 병을 진단할 수 있다던 테라노스 Theranos는 세기의 사기로 기록됐다. 명문대 출신의 아름다운 젊은 여성 과학자의 인류를 구원할 것 같던 세기의 발명은 세상을 뒤흔들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정말 사기꾼이었을까?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었던 걸까? 홈즈는 수감됐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앨런 머스크는 ‘죽어가는 지구에서 죽겠냐, 떠나서 살겠냐’고 묻지만, 나는 아직 지구가 좋다. 매일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씻고 말리고, 쨈 병의 스티커를 떼는 일에 시간을 쓴다. 누군가는 우주여행을 가고 싶을 테고, 누군가는 미사일 기술이라 생각하고 투자를 한다. 투자에 능한 사람들은 그 꿈이 실현되던 안 되던 그 꿈의 곡선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오기도 한다.


나는 적은 돈이나마 잃고 싶지 않아서 수수료 부담을 지면서라도 ‘계란 나눠 담기’를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래서 신생아 주린이면서 벌써 8개의 기업을 벌써 사들였는데, 그중에 4개 정도는 아직 꿈 레벨이다. 모두의 꿈이 이뤄지면 좋겠다. 아픈 사람들이 덜 생겼으면 좋겠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아파도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스마트 기기들의 혜택이 저기 아프리카 곳곳까지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집 없는 아이들에게 지붕을 빨리 지어주면 좋겠고, 우리가 우주에 가지 않더라도 지구에 오래오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돈이 일하게 하라’ 고 존 리 선생님이 그러셨다. 내 돈은 오늘도 이렇게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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