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

나의 지옥 여행기의 시작

by 검은토끼

"오늘도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탑승하신 당신을 환영합니다. 30초 후, 문이 닫힐 예정입니다. 종착역은 20년, 20년 후에나 도착 예정이니, 지금 내리시려면 지체 없이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30초. 나의 20년을 좌지우지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걸음이 느리고 재빠르지 못한 나는 열린 문만 끔뻑거리며 쳐다본다. 지금 당장 문밖으로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가게 되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언제일지도 모를 미래의 나는 지금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될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가정에서 비롯한 서로 다른 결론을 상상했던 적이 있었던가? 왜 인간은 선택이라는 기로에서 항상 고민하고 망설이고 후회하고도 다시 또 반복하는 걸까? 보이지 않는 시침 소리가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울린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가는데 생각이 가득한 머릿속은 과부하로 멈춰버려 올바른 결정을 내릴 여력이 없다.



삐-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있다. 아 빌어먹을, 문은 또 왜 저렇게 천천히 닫히고 있는 건지.

'너는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 거야!'

누군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손끝에서부터 소름이 끼쳐온다. 나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사신의 목소리일까? 이 구렁텅이에서 나를 꺼내줄 조상신은 지금 어디 있길래 아무 말도 없는 걸까? 발끝이라도 내밀어 볼까? 그냥 확 뛰어나갈까? 잠깐, 목적지가 어디라고 그랬지? 지옥이라고 했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는 나를 놀리듯 천천히 움직이는 저 문이 왠지 괘씸하다. 아, 이런. 이제는 방법이 없다. 경유지가,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겠는 이 급행열차에 몸을 맡긴 채 일단 출발하고 본다.



엄마는 내가 시험에 합격하는 걸 꿈에서 보고 미리 눈치챘다고 한다. 까아만 하늘에 떠 있던 하아얀색 별이 홀로 외로이 하지만 지독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나?

'엄마, 그냥 내가 똥통에 시원하게 빠지는 꿈을 꾸지! 그럼 로또라도 됐을지 누가 알아?'

엄마의 꿈속에서 나는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별이었을까, 지독하게 까만 하늘이었을까? 요새는 로또 1등에 당첨되어도 퇴사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고 한다. 어차피 평생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운명을 타고난, 퇴직까지 회사에 매여 있을 몸, 딴 데 한눈팔지 말고 열심히 일이나 하라고 날 붙여준 걸까? 5년이던 나의 퇴사 쿨타임은 이미 차고 넘쳤다. 꽉 채운 5년이 이미 지나갔고, 이제 조금 있으면 7년 차다.



7년. 태어나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다녀본 적이 처음이다. 약을 복용하면서까지 버티고 있는 회사도 처음이다. 15년 넘게 회사생활을 해왔지만, 아직까지도 적응이 힘든 회사도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나를 열차에 태워 이곳으로 향하게 했을까?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에 이 열차에서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내가 탄 열차의 최종목적지가 지옥이 아닌 낙원이길 바라며, 경유지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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