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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감성 Aug 19. 2021

반려견과 함께여서 좋은 점들

초보 견주 이야기

결혼 후에 아내가 키우던 반려견을 함께 키우게 되었다. 반려견이 내 두 손에 올려질 만큼 작을 때부터 봐왔었기 때문에 반려견을 키우지는 않았어도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오래 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서 그런지 낯가림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나한테는 애교도 부리고 잘 따르는 편이었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에 잠깐 키워본 애완 거북이 말고는 한 번도 반려동물이란 것을 키워본 적 없는 나였기에 반려동물을 내가 직접 키우고 케어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잠깐씩 만나고 잠깐씩 밖에 놀러 다니는 것 정도는 괜찮았지만, 같이 산다는 건 또 다른 얘기다.


간혹 반려동물을 키워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에게도 보는 건 좋지만 키울 자신은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조용히 쉬고만 싶었다. 그런데 밥을 주고 대소변을 치워주고 이런저런 물품도 사야 하는 것들을 내 할 일 목록에 추가하고 싶지 않았다. 빡빡한 내 삶을 더 빡빡하게 채울 여력은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 되었다. 집을 이사하기 전까지만 미룰 수 있을 뿐 이사를 마친 후에는 반려견을 본가에서 데리고 오게 되었다. 최근에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반려견의 산책은 내 몫이 되었고, 매일매일 산책하며 반려견과의 유대와 친밀감을 쌓았다.


이전에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단점들은 어느새 그냥 당연한 것이 되고 반려견과의 동행이 행복했다. 반려견을 위해 나의 시간을 나누다 보니 반려견과 함께여서 느낄 수 있는 좋은 점들이 많았다.



1. 전자기기에서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마련해준다.

원래 나의 일상은 24시간 중 깨어있는 시간은 거의 모두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하며 보낸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은 방대한 콘텐츠와 정보를 제공한다. 반려견과의 산책은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느라 지친 머릿속을 쿨다운시켜주고 머릿속의 정보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혼자 걷는다면 스마트폰을 하면서 빠르게만 스쳐갈 풍경들을 잠시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도 준다. 그 덕에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며 새로운 가게들을 발견하는 것은 덤이다.


2. 산책을 통해서 '강제 운동'(?)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컴퓨터를 하면서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강제로라도 운동을 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격한 운동은 못 하더라도 헬스장에 가서 스트레칭은 꼭 해주는 편이다. 그마저도 요즘은 코로나로 헬스장이 운영을 했다 말았다 하면서 최근에는 헬스장을 가지 않게 되었다. 그 빈 부분을 반려견과의 산책이 대신해 주었다.


이사 온 집 앞에 큰 공원 있고 생각보다 한적해서 산책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고, 몇 번 다니다 보니 점점 산책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재미가 생겨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책을 하고 있다. 몸이 무거운 날도 반려견의 건강을 위한다고 생각하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헬스장에 다닐 때보다 더 꾸준하게 몸을 움직이게 된다.


3. 산책을 하다보면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곤 한다.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다 보니 오늘 입력된 정보들이 합쳐지며 직관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문득 아예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생각들 중에 공유할만한 것들은 브런치에 쓸 주제와 내용으로 킵해두기도 한다.


걸으면서 사색할 때면 가만히 있을 때 보다 좋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집에서도 종종 집 안을 돌아다니며 생각을 하곤 하는데, 산책을 하게 되면 바깥공기를 마시면서 걸으니 기분이 전환되면서 닫힌 생각들도 열리게끔 전환되는 거 같다.


4. 반려견의 순수한 모습에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요새 꽂혀 있는 것 중 하나는 마음의 안정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여러 가지 인센스 사용 후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마음이 편안해야 무엇을 하든지 집중해서 할 수 있고, 내 안에만 갇히지 않고 주변을 넓게 바라볼 수 있다.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압박, 불안, 분노, 질투 등과 같은 나를 고립되게 만드는 감정들에서 멀어지고자 평소에 늘 편안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반려견은 마치 아기와 같다.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 장난감과 노는 모습, 애교를 부리는 모습 등 하나하나 행복해 보이고 그 순수한 모습을 지켜볼 때면 마음이 정화된다.



5. 교감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키우는 반려견의 견종이 푸들인데 확실히 지능이 높은 축에 속해서 그런 건지, 눈치껏 모르는 말들도 알아듣고 행동할 때가 있다. 사람들과는 말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만지거나, 눈을 보는 것처럼 말을 하지 않는 교감을 거의 경험할 일이 없다.


반려견은 말을 하지 못 하니 늘 교감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눈으로 사랑을 말하기도 하고 잘했다고 배를 만져주기도 하면서 교감이 많아질수록 애정도 나날이 늘어난다. 어느 순간 바라만 봐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는데,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옆에 있는 건 큰 축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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