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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감성 Sep 26. 2021

인구 고령화를 체감하다.

늙어가는 서울, 젊어지는 경기도

추석 연휴에 아내의 서울 친정집에 들렀다가, 근처 동네 마트에 들르게 되었다. 대형마트는 아니지만 근방에서 나름 이름 있는 규모가 큰 마트였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물건을 산 후에 계산대에 와서 긴 줄을 기다리며,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다 어색한 광경에 놀라움과 심각함을 느꼈다.


마트에 물건을 사러 온 대부분이 최소 60대 이상은 된 듯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인구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미디어에서 무수히 많은 통계와 심각성을 쏟아냈지만, 아직은 파릇파릇한 청년인 나에게는 고령화는 먼 얘기처럼 들려 흘려듣기 일쑤였다. 서울에서 평생을 사는 동안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매일 보는 여자 친구가 '나 오늘 달라진 거 없어?'라고 물어보면 변화를 눈치채기 힘든 것처럼, 다이나믹한 변화가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눈치 챌리 없었다.


그 변화들을 체감하게 된 건 올해 '경기도'로 이사하고 그중에서도 신도시에 살게 되면 서다. 생활환경이 정말 180도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울과 인접한 곳에 살면서도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았다. 계획도시답게 깔끔하고 넓은 도로와 주거지 바로 근처에 넓은 공원 등 생활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신도시답게 주거 환경도 1~2년 된 신축이 많아 신혼부부, 직장인, 학생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집 앞 큰 마트에 들를 때면, 혼자 사는 젊은 사람들이나 신혼부부들이 많이 보였다. 간간히 중년의 어른들도 보이지만, 그리 많진 않았다.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몇 달 만에 방문한 서울의 마트 풍경이 너무 낯설었다. "동네에 어르신들이 이렇게 많이 계셨나?" 아내도 덩달아 놀란 기색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왜 서울을 떠나는 걸까?'



1. 서울 땅값이 올라갈수록 신혼부부들은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린다.

얼마 전에 한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신혼부부들이 서울의 높은 땅값을 피해서 경기도로 주거지를 옮기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 때문에 서울의 고령화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기사는 지적하고 있었다. 연일 서울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서울 토박이였던 나와 아내에게도 서울에서 살 수 없을 만큼의 부담을 안겨줬다. 기사에 나온 신혼부부가 내 얘기다 보니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눈을 돌린 1순위가 경기도였다. 서울과도 인접해 있고, 신도시나 개발도 계속 이루어져 인프라까지 괜찮은 곳이 많았다. 부모님이나 타인의 도움이 부족한 젊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그렇게 젊은 사람들은 일, 학업, 결혼, 육아와 같은 상황에 맞춰서 서울을 떠난다.


젊은 사람들은 떠나지만 서울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노인세대'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기보다는 익숙한 서울에서 자리를 지키게 된다.


2. 깨끗하고 넓은 집을 원하는 젊은 세대

예전에는 지하철역도 많이 없고, 아무리 집값이 싸도 교통이 워낙 불편해서 경기도보다는 서울을 선호했다. 그런데 계속 발전을 거듭해 가며, 많은 신도시와 지하철역이 생겼고 서울로의 출퇴근 시간이 줄어 교통은 예전보다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경기도를 선택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서울에는 오래된 빌라나 아파트들이 너무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같은 금액으로 경기도에서는 깨끗한 신축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를 구할 수 있으니 젊은 사람들의 눈길이 경기도로 쏠리는 것이다. 내가 사는 곳도 신축으로 지어진지 이제 1년쯤 되었다.


서울에서는 같은 돈으로 좁고 오래된 빌라를 간신히 구할 수 있었겠지만, 경기도에서는 더 크고 깨끗한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서울 외곽이라는 가장 큰 단점을 깨끗하고 넓은 집이 충분히 커버해준다. 



3. 여유로운 서울 외곽 라이프

경기도에 살아보니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로 인한 이점을 많이 느꼈다. 적은 인구 밀도로 인한 '쾌적한 교통', '덜 붐비는 대형마트'와 같은 주위 환경들은 나에게 여유로움을 한껏 즐기게 만들어준다. 난 원래 여유와 느긋함을 중요시하는데, 서울에서는 모든게 '빨리 빨리'였다. 일정도 빡빡하게 짜 놓고 타이트하게 행동했다. 


어딘가로 이동이라도 하려면 막히는 시간들을 고려해야 했고, 길거리에 사람들은 저마다 바삐 움직인다. 그래서 난 늘 조급해질 때가 많았다. 서울에서 살며 느긋하게 움직는건 손해를 보는 거 같았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다들 느긋해 보인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아이와 엄마가 전기자전거를 타거나 하는 모든 행동들에서 여유가 느껴져고 그걸 보는 나의 마음도 편안해진다.


물론 내가 회사를 퇴사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도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된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에 있었다면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도 계속 뭔가 바쁘게 움직였을게 분명하다. 나만 뒤쳐지는 게 아닐까? 불안함에 시간적 여유를 즐기지도 못 하고 뭔가에 쫓기듯 제대로 쉬지도 못 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서울만의 장점도 많겠지만, 경기도로 이사를 오게 된 결정은 최근 10년 동안의 내 결정 중에 제일 잘 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내 상황과 맞물려 아주 시기적절한 선택이었다. 금전적인 부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잘된 선택이었다.


반려견과 늘 산책하러 다니는 공원


언제나 새로운 환경이나 경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서울의 '인구 고령화'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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