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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감성 Oct 06. 2021

다른 복은 몰라도 '인복'은 있었다. EP.1

인복으로 달라진 내 20대의 시작점 

인복 -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 복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다른 복은 몰라도 내가 인복은 있어'이다. 어릴 때는 내가 가진 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거 같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인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한 계기는 모르겠다. 아마도 "사람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다"라는 말을 우연하게 접하고 '나는 어떻지?'라고 생각했던 순간부터였던 거 같다. 내 주변에는 날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건 몰라도 나름 인복은 있는 편이구나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사주팔자' 같은걸 엄청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같은 날 태어난 사람들의 통계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완전 말도 안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인터넷에서 가끔 재미로 찾아보곤 했다. 다른 것들은 이런저런 차이가 있지만, 유독 '주위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라는 내용은 매번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위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그때마다 늘 누군가는 나에게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왜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지에 대해서 처음 인복으로 큰 문제를 해결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1. 20대 시작점에서 당연하지만, 가장 큰 문제에 직면했었다.

첫 번째로 인복의 큰 도움을 받은 것은 20대에 남자라면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인 '군대'에 대해서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특성화고를 나와서 대학 진학 대신 회사에 취업해서 일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 이제 갓 20살이었던 나에게는 회사 생활이 너무 힘겹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같은 나이인 친구들과 지내다가 대부분 10살 이상 차이나는 선배님들과의 회사생활 그리고 일에 적응하는 것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슬슬 친구들이 군대에 가기 시작하면서 군대까지 내 근심을 늘렸다.


다행히도 회사는 산업체였고, 병역특례로 회사에서 군생활을 대신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내가 당연히 병역특례로 회사에서 대체복무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다만, 내가 직접적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다. 어떤 게 옳은 선택인지 고민 중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는 답이 너무 명확한데 왜 이리 고민을 많이 했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있었다.


'여기서 거의 3년이란 시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3년 동안 노예처럼 부려먹는 거 아니야?' 하는 복잡한 생각들이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도록 나를 괴롭혔다. 그러는 사이에 내 사수까지 회사를 그만뒀고, 그 모든 일을 내가 맡아서 해야 했다. 뜬금없는 사수의 퇴사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내가 회사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불과 6개월 정도 된 시점이었다. 사수가 4~5년간 해온 레퍼런스 조차 거의 남지 않은 업무들까지 모두 내가 떠맡게 되었다. 그 압박감에 선택은 오히려 쉬워졌다. 병역특례를 포기하더라도 그냥 군대에 가는 게 마음이 편할 거 같았다. 그리고 이 결정을 나를 잘 챙겨주었던 선배님에게 전했다. 선배님은 "여기서 경험과 경력을 쌓으면 군대에 가는 것보다 도움이 될 거야"라며 나를 계속 회유하셨다. 그 회유로 인해 다시 생각을 거듭해봤다. 결국, 내 상황을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고 회사에서 병역특례까지 마치는 게 확실히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다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병역특례를 시작하고 그 기간 동안 생각한 대로 고생은 했지만, 사수 없이 혼자서 성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회사에 있으면서 회사에 남길 잘 했다는 생각을 계속 되새김질했었다. 회사에서의 경험을 모두 포기하고 군대에 갔다면 또 다른 경험을 했겠지만, 지금도 그 시절 회사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은 연락하지도 않고, 연락처도 모르는 선배님이지만 문득 한 번씩 감사한 마음에 생각이 난다. 이게 인복으로 인해 큰 도움을 받은 첫 번째 기억이다. 그 회유가 아니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내 20대도 지금과 같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다시 그때를 떠올려보면 아무 연고도 없는 20살짜리를 왜 회유하셨을까?라는 것에 대해서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당장 일 할 사람이 없어서', '나를 괜찮게 봐주셔서', '내가 안쓰러워 보여서' 등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물어본 적이 없으니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유는 크게 중요치 않다. 나의 마음을 돌려 올바른 선택을 하게 도와준 것 자체가 '인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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