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냉장고 소리

냉장고는 쉼 없이 꾸준히 돌아간다.

by 검은감성

이른 새벽에 소파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어디선가 들리는 소음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소리의 근원지를 쫓아가 보니 냉장고가 있었다. 평소에는 의식할 수도 없던 소리가 조용한 새벽녘에는 엄청나게 큰 소음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대에는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들과 집 안에서 내는 소음들이 합쳐져 냉장고가 조용하게 돌아간다고 믿게 만들었다.


냉장고는 대낮에도 새벽에도 똑같이 큰 소리를 내며 쉼 없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았을 뿐이다. 냉장고를 보며, 묵묵하게 쉼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보면 그들이 하는 것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별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에는 티 나지 않지만, 이면에는 꾸준함이라는 노력이 뒷받침된다.


내가 헬스장에서 보았던, 아침 운동을 꾸준히 나왔던 헬스장 회원들도 정말 꾸준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겠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마다 마주쳤고, 아마 내가 쉬는 날에도 어김없이 나왔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들의 몸을 보면 감탄이 나왔지만, '멋지다', '대단하다' 정도일 뿐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은 탈의실에서 샤워를 하고 여느 때와 같이 옷을 갈아입다가 보디빌더 수준인 한 회원의 몸을 보고 '내가 저 정도로 만들려면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가지 물음이지만, 해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식단, 운동, 충분한 수면, 보조제, 운동에 쓸 시간 확보 등등 근육질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 마구 떠올랐다. 그제야 저 몸을 만들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들이 스쳐가며, 그 고통을 견디며 몸을 만들어낸 그 회원의 노력이 체감되었다. 결과만을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는 피나는 노력이 담겨있었다.


무언가를 이루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과정보다 대부분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결과에 쏠려서 과정을 의식하지 못 하지만, 그 과정을 파헤쳐보면 그 성공이 운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과정을 알아도 같은 결과를 내기 위해 그 과정을 인내하기를 거부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정을 알았다면 이후에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느냐이다. 많은 자기개발 관련 영상이나 서적에서 강조하는 '꾸준함'이다. 일반 사람들과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꾸준 한가에서 크게 갈린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늘 염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좋은 계획? 좋은 학벌? 좋은 IQ? 많은 돈? 목적에 따라서 돈으로 해결되는 것들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목적은 꿈에 가깝다.


내 일생을 쏟아부어도 도달하기 힘든 목적이란 것을 알기에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뿐이다. 집 한구석에 자리 잡은 냉장고가 식품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 쉼 없이 돌아가듯이, 우리도 목적을 위해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나 또한 퇴사 한 직후에 나만의 목적들을 적어두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목표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단기적인 목표들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니 하나 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멀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중간에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귀찮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그만뒀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과들이 생기니 꾸준함에도 확신이 생겼다. 빠르게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기 힘든 게 꾸준함을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서 꾸준한 사람이 적은 것이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더 적은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