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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감성 Nov 18. 2021

이른 새벽 냉장고 소리

냉장고는 쉼 없이 꾸준히 돌아간다.

이른 새벽에 소파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어디선가 들리는 소음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소리의 근원지를 쫓아가 보니 냉장고가 있었다. 평소에는 의식할 수도 없던 소리가 조용한 새벽녘에는 엄청나게 큰 소음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대에는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들과 집 안에서 내는 소음들이 합쳐져 냉장고가 조용하게 돌아간다고 믿게 만들었다.


냉장고는 대낮에도 새벽에도 똑같이 큰 소리를 내며 쉼 없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았을 뿐이다. 냉장고를 보며, 묵묵하게 쉼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보면 그들이 하는 것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별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에는 티 나지 않지만, 이면에는 꾸준함이라는 노력이 뒷받침된다.


내가 헬스장에서 보았던, 아침 운동을 꾸준히 나왔던 헬스장 회원들도 정말 꾸준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겠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마다 마주쳤고, 아마 내가 쉬는 날에도 어김없이 나왔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들의 몸을 보면 감탄이 나왔지만, '멋지다', '대단하다' 정도일 뿐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은 탈의실에서 샤워를 하고 여느 때와 같이 옷을 갈아입다가 보디빌더 수준인 한 회원의 몸을 보고 '내가 저 정도로 만들려면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가지 물음이지만, 해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식단, 운동, 충분한 수면, 보조제, 운동에 쓸 시간 확보 등등 근육질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 마구 떠올랐다. 그제야 저 몸을 만들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들이 스쳐가며,  그 고통을 견디며 몸을 만들어낸 그 회원의 노력이 체감되었다. 결과만을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는 피나는 노력이 담겨있었다.


무언가를 이루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과정보다 대부분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결과에 쏠려서 과정을 의식하지 못 하지만, 그 과정을 파헤쳐보면 그 성공이 운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과정을 알아도 같은 결과를 내기 위해 그 과정을 인내하기를 거부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정을 알았다면 이후에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느냐이다. 많은 자기개발 관련 영상이나 서적에서 강조하는 '꾸준함'이다. 일반 사람들과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꾸준 한가에서 크게 갈린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늘 염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좋은 계획? 좋은 학벌? 좋은 IQ? 많은 돈? 목적에 따라서 돈으로 해결되는 것들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목적은 꿈에 가깝다. 


내 일생을 쏟아부어도 도달하기 힘든 목적이란 것을 알기에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뿐이다. 집 한구석에 자리 잡은 냉장고가 식품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 쉼 없이 돌아가듯이, 우리도 목적을 위해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나 또한 퇴사 한 직후에 나만의 목적들을 적어두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목표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단기적인 목표들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니 하나 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멀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중간에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귀찮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그만뒀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과들이 생기니 꾸준함에도 확신이 생겼다. 빠르게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기 힘든 게 꾸준함을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서 꾸준한 사람이 적은 것이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더 적은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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