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사회.
옛날부터 ‘연줄’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늘상 들려오던 이야기였는데.
물론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나 그렇다만, 이 인맥은 AI로 변혁하고 있는 이 시대에도, 앞으로도 중요할까.
나야 뭐, 경제학자도 사회학자도 아니니 다른 건 제쳐두고.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한 번 마음에 관해 잠시 끄적여보도록 하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맥은 마음이 조금 여리고 연약할수록 더욱 의미를 가진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맥락과는 좀 다른 의미지만.
(뭐, 혼자 있으면 외롭고 연구결과 친구가 많으면 오래 살고 이런 맨날 나오는 이야기는 아님)
인맥이라는 건,
그저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얻고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걸 떠나서.
많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낸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요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내는 학교, 직장, 여러 모임 등에 속해있을 때.
누군가를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험담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부류와 마주치는 상황에서.
인간은 거의 대부분 남을 (무진장)의식한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 진화적으로 볼 때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을 의식하는 우리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그 상황에 처하기만 해도 두려움에 떨게 되는 것,
가장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그런 류의 것들 중 으뜸은 바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악플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거다.
해병대에서 구타를 버티던 사람들이 기수열외를 당하고 버티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그래서 사실 누군가의 자발적 의지나 독립적 성장, 놀라운 성취를 막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법은,
같은 집단에 속한 평범한 자들이 우르르 단체로 몰려가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동물로서 지니고 태어난 본능적 공격성이나,
이야기를 통한 시행착오의 진화적 유용성,
삶의 고질병인 ‘공허함’의 문제 등
갖가지 원인들로 늘상 가십에 목매면서 산다.
여기서 경제적 이득이니 사업기회니 하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닌,
마음이 야들야들한 사람들에게 ‘인맥’이 가지는 한가지 의미가 나타난다.
많은 이들과 친분을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친분이 얼마나 깊이있고 공고한지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조심성과 예의를 갖추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에게 실수를 하거나 너무 과도하게 무례를 범하면,
그 일로 인해 그와 친분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미움이나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어떻게든 짓밟아야 자신의 비루한 삶에 그나마 활력이 도는 자들은
거칠어보이나 대개 자존감이 낮아 남의 시선을 엄청 의식하는 관계로,
두루두루 얕게라도 친분을 펼치고 있는 사람에게 감정을 배설하길 주저하게 된다… ㅋㅋ
(그래서 옛 어른들은, 시덥잖은 수다로 시간과 돈을 써가며 얄팍하게 두루 안면을 터두는 관행을 늘 지혜처럼 여겨오기도 하고, 그런 것에만 도가 튼 사람을 꽤 높이 사기도 했던 것 아닐까.)
…그렇다.
그런 문제에서 인맥이란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인맥’을 통한 심리적 안정감이나 약간의 방어를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체력이다.
사실 이게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도, 풍요롭게 하지도 않을 뿐더러
약간의 숙고와 용기를 가지고 바라보면... 인생을 좀먹기만 할 뿐 하등 쓸모가 없다.
(게다가 저 이상한 녀석들과 마주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개인주의적인 요소보다 집단주의적인 요소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타인의 시선, 체면, 온갖 사람들을 다 의식해야 하는 문화들이
켜켜이 점철되어
아주 극단적인 자살률로 귀결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통계청이 작년 9월 즈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당연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임과 동시에
13년만에 자살률이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우리나라에서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83년 이후 처음으로 4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되었다.
(이로 인해 10대부터 40대까지 모조리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되었는데, 40대조차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는 지구 상에 매우 적다.)
뉴스에서는 소위 ‘전문가’들이 나와서 늘 ‘경제적 어려움’이 문제다, 라며 국가의 경제상황을 주범으로 꼽지만.
아, 물론 경기불황과 취업난 등으로 정말 힘든 시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특이점 수준으로 자살률이 높은 걸 경제적 요인때문이라고 퉁치기엔,
우리나라는 전세계 국가들 중 경제규모가 200여개국 중 14위 즈음이다.
행동은 늘 생각과 말보다 권위있다.
남에게 보여주는 제스처라면 그 또한 일종의 ‘말’에 불과하지만,
어떤 의미와 진의가 담긴 행동이라면, 그 행동은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
생명체인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그 어느 행동보다 엄청난 의미를 담고있는 행동이다.
이 높은 자살률의 기저에는,
경기불황, 사회안전망 등의 절대빈곤에 대한 상황을 넘어서
분명히 심리적인 것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늘 결코 책잡혀서도 안 되고,
실수해서도 안 되고,
결점을 들켜서도 안 되고,
내 생각을 상사나 교수, 선배, 상대방에게 진솔하게 말하는 무례를 저질러서도 안 된다.
뭐 아무튼, 늘 해야 하는 건 그저 숨죽이고 순진한 척 하는거다.
늘 미소를 짓고,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하는 척,
난 너와는 다른 마음이 전혀 없는 척,
절대 튀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잘하지도 말고 너무 못하지도 말고 무조건 중간만 해라,
우리가 자라면서 들어온 격언들은
그저 매드맥스에 나오는 펩시맨(이름이 있는데 난 그 영화 첨 볼 때부터 펩시맨 말고 뭔가 입에 붙질 않아 이리 표현하니 양해바란다… ㅋㅋ)이 되어라는 식이다. 죄다.
근데 그렇게 살면 진짜로 잘 사는 게 맞는지, 나중에 혹시 후회할만한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렇게 살면 어느 정도 삶에 만족하며 살게 되는걸까.
좀전에 말했지만, 행동은 말보다 권위있다.
저 이야기를 그 어느 누구보다 많이 하고 사는 우리는,
슬프게도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자랑한다.
다들 겉으로 보면 생글생글이고, SNS를 보면 그리 행복한 일상들인데,
저 통계와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혹자는 자기는 자살과는 전혀 무관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라 하는데, 음… 그건 다음에 한 번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다만, 어떤 분포를 이루고 있다고 상정하든 극단점이 저렇게 압도적으로 많이 표출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한 번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저 격언들을 의심하는 일이 늘 불편하고 반감이 드는 이유는,
이미 저 말을 믿고 살아와버린 우리에게 이젠 돌이키기엔 늦었다는 마음이 크게 들기 때문이고,
저 말이 아니라 용감한 만화 속, 영화 속, 유튜브 속 주인공처럼 살아보려고 하기엔
고통스러울 게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원하는만큼 행복하고 쾌적한 정신으로 삶을 누리는 길은,
아마 짐작건대 결코 저 쪽은 아니다.
어른들이 가르쳐준 대로 성실히 살아와본 분들이라면, 무슨 이야긴지 조금은 공감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은 자유로워지는 길이지, 모나야 하고 튀어야 하는 길이 아니다.
(물론 자유롭게 사는 건, 자유롭게 살 수 없는 자들에겐 굉장히 위협적이고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ㅋㅋ)
어떻게 살아갈지는 당연히 각자의 선택이고, 결코 여기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지 않나.
누구나 다들 고통스럽고 힘든 일상을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있는 우리가,
그렇게나 떠받드는 원칙인 ‘남들 하듯이’를 원칙 삼아 살아가는 게 정말 좋은 선택일까.
한 번쯤은 생각해볼 여유를 가진다면, 분명 훨씬 더 행복하게 삶을 변화시키는 길이 열릴수도 있다.
인간에게 ‘변화’는 늘 부담이고, 불편함이고, 두려움인 걸 알지만.
그래서 지금 이 글의 결론이 퍽 부담스럽게 느껴지실 건 알지만.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누군가에겐 분명 좋은 계기의 씨앗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글이 참 인기없을만한 결론으로 끝났지만,
지금껏 끄적인 저런 이유들로.
나는 늘, 진심으로 응원한다.
각자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든 이들의 하루들을.
오늘도 수고많았다.
나도, 당신도.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8662747
(교보문고)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12318114
(알라딘) http://aladin.kr/p/8EM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