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육아 사이
완벽을 포기하면 더 많은 것을 이루게 된다. lean in _셰릴 샌드버그
턱없이 부족한 공부량에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그러다 예기치 않게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으로 뛰어가며 하루를 보내야 하고,
약속이나 한 듯 한 명이 아프면 어김없이 곧이어 다른 아이가 아프다.
이미 예정된 방학이지만, 추위 더위와 함께라 그런지 그 기간은 더 더 길게만 느껴진다.
불쑥불쑥 변화무쌍한 나날의 연속.
'인생은 준비를 위한 시간은 없다' 하더니 정말 매일매일이 실전이구나.
엄마로서 감당해야 할 시간들이 늘어나면, 나의 계획은 그저 한낮 달콤한 꿈에 불과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 시간을 피할 수 없다. 결국 다 받아 들어야 한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니? 네가 선택한 거잖아.'
누굴 원망하는지. 온갖 잡다한 생각에 하루에 몇 번씩 속상한 마음이 올라온다.
내가 온전히 육아에 전념한들 과연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
아이들 없는 신혼이었다면 그래서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아 온전히 공부시간으로 채운다 한들 이 시험을 한 번에 턱 붙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죄책감, 조급함, 원망이 누그러 진다.
골치 아프고 속 시끄러우니 차라리 내 마음, 내 욕심을 내려놓자 다짐한다.
'나의 성장을 위해 바라던 시간만큼,
매일 자라나는 아이들의 시간도 헛되이 흘러서는 안 되겠지.'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까에 더 고민하는 게 맞겠지.
조급함을 내려놓고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우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때로는 여기저기 빈틈이 생기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
나는 책상 뒤로 아이들에게 클레이를 던져 주었다. 한 번에 다 주면 섞어서 똥으로 만들어 버리니 조금씩.
어떤 날은 책을 수북이 쌓아 두고, '자 그림만 봐도 되니까 쭉 봐~!'
또 어떤 날은 물감을 준비한다. 스케치북은 금방 채우니까 롤 전지로 푹 푹 찢어 계속 줬다.
물론 이렇게 준비하고 공부하려고 엉덩이를 붙이고자 하면,
어김없이 '엄마!'' 엄마! 이게 안돼!' 하고 여러 번 호출을 한다.
알고 있다. 나의 몰입은 애초에 꿈꿀 수 없다는 걸.
'제발, 엄마 좀 부르지 말라고'
같이 놀아 주며 상황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니, 온 집안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흔적을 참으로 많이 남겨 뒀다. 후 폭풍처럼 밀려오는 뒷정리에 또 한숨과 절규. (남편은 뻔히 보이는 이 난장판에 왜 또 물감과 클레이를 줬냐며 핀잔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1시간 정도는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니 고마웠다.
점점 다가오는 시험 날짜에 애타는 나의 마음을, 그래도 오늘 조금은 공부를 붙들고 있었다는 안도감으로 위로했다.
나 정말 공부하고 있는 거 맞나? 그리고 애들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을까?
갑자기 내 책상 위 스탠드를 가져가 자기 책상에 올려둔다. 그래.. 뭐 그래 뭔가 있어 보니이?
공부하려고 하니 샤프가 없다. 아, 그것도 마음에 들었구나.
그럼 그렇지 또 누가 내 도면에 낙서를 했다. 얘들아, 왜 멀쩡한 종이 두고 그러니.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사진을 찍어달란다.
건축사 시험의 특성상 제도와 시험문제의 답이 여러 대안이 나올 수 있어서 답안이 공개되지 않죠.
(그래서 많은 불합리함이 논의되고 있지만, 26년 이후에 응시 자격조건과, 시험방법이 바뀐다 하니 지켜봐야겠습니다.)
시험공부 초반에는 시간도 부족하여 한 학원의 답안을 선택해서 나와 풀이 방법 비교하며 공부했어요.
하지만 여러 번 떨어지나니, 공부 방법을 달리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두 개 이상의 학원 답압을 비교해 가며 다르게도 풀 수도 있겠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안에 지문을 적어 어떻게 적용했는지 생각을 많이 해보는 게 제일 도움이 되었어요.
( 요즘은 패드로 다 적어가며 하지만 전 아직 손으로 종이에 적는 게 공부가 되더라고요.)
블로그나 카페에 요점 정리나 과년도 분석표를 올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자료를 받아 봤지만, 결국 남이 공부한 거잖아요. 저는 제 손으로 해 봐야 이해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