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하고 기록한 책 20
1,073일. 세월호가 인양됐다. 하늘에는 노란 리본 모양의 구름이 피었다.
그동안 세월호 사고 당시의 영상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차마 볼 수가 없다. 지금도 그렇다. 전쟁의 상처가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나도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다. 세월호는 '전쟁'이었다. 전 국민이 그들의 '수장'을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여전히 교통사고, 해양재난이니 그냥 묻자고 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안다. 단식하는 유가족 앞으로 몰려가 온갖 욕설과 고함을 질러대던 그들, 폭식 퍼포먼스를 벌였던 그들, 유가족에게 완장 찼냐고 큰소리치던 그들, 그들이 지금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7시간'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그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전직 대통령은, 7시간 동안 꼼꼼히 검찰 조서를 살폈다. 자기는 살아보겠다고. 아직 멀었다. 이제 배가 올라왔을 뿐이다.
세월호 1주기 때 달리 마음을 누를 길 없어 쓴 글이다. 이후에도 수많은 책이 나왔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절판된 책도 있을 터. 정리하지 못했다. 책을 홍보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므로 굳이 추가하지 않았다. 미안함을 덜기 위해 다시 한번 종합해서 정리해볼 생각이다.
이 책들 가운데 몇 권을 샀지만 하지만 단 한 권도, 단 한 페이지도 열어보지 못했다. 그것은 마치 세월호 사고 당시 영상이 TV에서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눈을 감는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그때를, 그리고 그 이후의 1년을 기록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을 사주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겠다는 얄팍한 속셈이 없지 않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기회가 되는대로 책을 살 작정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모두의 상처가 아물어야(과연 그럴 수 있을지, 언제가 될지 의문이지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더라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기록할 것이다. 기록은 역사가 될 것이다. '사주는 일'이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한 '얄팍한 속셈'이라고 하더라도 또 누군가는 끊임없이 사야 한다. 1년 동안 적지 않은 책들이 나왔다. 슬픔과 충격 속에서도 전무후무한 참사를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의 결과물들이다. 또 참사의 원인과 대책을 분석한 책들도 적지 않다. 그 슬픔과 충격과 상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책도 있다.
1.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 기록단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12월까지 단원고 희생 학생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그중 부모 13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언론매체가 보도하지 못한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힘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격정적인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들이 시달리고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가 기록단과 함께 윤태호 유승하 최호철 손문상 조남준 홍승우 마영신 김보통 등 8명의 만화가가 총 13편의 삽화와 표지화 그리는 일에 동참했다.
2. 눈먼 자들의 국가
세월호를 추모하기 작가들이 쓴 에세이집.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은 모두 세월호 참사 이후 출간된 계간 <문학동네> 2014년 여름호와 가을호에 게재됐다.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책의 부피로 따지자면 1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지만 출판사는 보다 많은 독자들이 읽게 하자는 취지에서 절반 가격인 5500원을 정가로 했다. 저자들은 인세를 모두 기부하기로 했으며 문학동네도 저자들의 뜻에 동참하고자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
3. 내릴 수 없는 배
경제학자 우석훈이 썼다. 어떻게 이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한국 사회를 깊숙이 관통하는 시점으로 그 배경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각계 전문가들의 숨은 지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동시에 동시에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해서 오히려 버려왔고 잊어버렸던 가치들을 일깨운다. 모두가 함께 이 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아무도 내릴 수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꼭 필요한, 아프지만 지혜로운 해답을 찾아간다.
4.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2014년 6월 2일 문학인들은 시국 선언을 통해 정부의 자격을 묻고 권력의 폭력을 고발했다. 그리고 세월호 추모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출간했다. 강은교, 고운기, 고은, 공광규, 곽재구, 구중서, 김기택, 김사이, 김사인, 김선우, 김오, 김은경, 김주대, 김준태, 김중일, 김해자, 나희덕, 도종환, 문동만, 문인수, 박성우, 박찬세, 박철, 박형준, 백무산, 손택수, 송경동, 송찬호, 신용목, 신철규, 신현림, 안상학, 안주철, 유병록, 유순예, 유용주, 유현아, 윤석정, 이민호, 이상국, 이선식, 이시영, 이안, 이영주 등 총 69인의 시인이 참여했다.
5. 멈춰버린 시간 2014 0416
시사평론가 이강윤이 지난 1년간 세월호 사건을 통해 투영된 우리 사회 전반의 곪은 구석을 냉정히 해부하고 ‘사람’이 실종돼버린 우리 사회의 민낯에 메스를 들이댄 글 모음집이다. 2014년 4월 1일 시작한 국민 TV 라디오 방송 뉴스 프로그램인 <이강윤의 오늘>에서 방송한 1년간의 오프닝·클로징 멘트, 그리고 세월호 관련 칼럼과 인터뷰를 묶었다. 한겨레 만평 ‘장봉군’과 경향신문 만평 ‘장도리’ 중 1년간의 세월호 관련 작품들을 선별해 찬조 게재했다.
6. 세월호, 꿈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많은 이들의 비어 있는 시간과 공간을 이야기 형식으로 채워나간 소설.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서 내용을 재구성했으며, 평범한 단원고 남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수학여행 한 달 전부터 세월호 침몰 당일까지의 사건과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실화를 기반으로 30명 넘는 고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이 책은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 꿈에 초점을 맞췄다.
7. 멈춰버린 세월
20년 만에 거리에서 슬픔에 빠진 군중을 만난 한 사내가 남기는, 지난 1년간 지켜본 사건들에 대한 작은 기록이다. 안갯속에 추락한 헬기 소식으로 시작하는 기록은, 안갯속에 가라앉은 배와 그 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무심히 보여준다. 자식을 잃고, 새벽이슬을 고스란히 맞은 채 도로에 앉아 차가운 김밥을 입에 밀어 넣는 아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채 밤을 지새우며 꾸벅꾸벅 조는 경찰들의 모습도 카메라로 찍었다.
8.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사회운동 작은 책 시리즈 1권으로 초판에 이어 증보판을 출간했다. 1장은 선박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세월호 참사의 배후로 폭로한다. 2장과 3장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국내외 대형사고 사례들을 사회적 관점에서 다시 조명한다. 4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한국 사회가 변화해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유가족, 사회운동, 노동조합이 오랜 기간 끈기를 가지고 함께 힘을 모을 때 사회의 안전문화가 변화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9. 사월의 편지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지아 학생의 노트에 남겨진 습작 소설과 시 그리고 많은 편지들을 엮은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한 아이가 살다 간 짧은 인생이, 그렇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학창 시절에 많이 방황하고 많이 고민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았다. 삶이 ‘매일 축제이고 쓰레기장’이었다고 고백하는, 자신을 포장하지 않은 글이다.
10. 세월호를 기록하다
세월호 재판의 법정 기록이자, 법정 기록을 바탕으로 세월호 사고를 재구성한 결과물. 무엇보다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밝히는데 초점을 두고 정리한 책이다. 저자 오준호는 5개월간에 걸쳐 33차례 이루어진 세월호 공판을 방청하면서, 수만 쪽의 증언과 증거 자료, 피고인, 검사, 변호인 사이의 공방에서 드러난 것을 바탕으로 사고의 원인을 밝혔다.
11.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한국의 실천적 학계를 대표하는 김동춘, 천정환, 진태원, 노명우, 권명아를 비롯한 열세 명의 인문사회학자가 세월호 참사가 불러온 인문사회학적 충격과 한국사회를 성찰한 책이다. 지은이 모두는 홍세화가 '여는 글'에서 쓴 것처럼 지은이들은 4.16 이후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인간에 대해 묻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제에 관해 답했다.
12.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작가 15인이 공동으로 펴낸 추모 소설집. 심상대, 이평재, 노경실, 전성태, 한차현, 이명랑, 권영임, 김신, 손현주, 방민호, 한숙현, 신주희, 박사랑, 김산아, 김은. 문단의 중진에서부터 신인까지 다양한 경향의 작가들이 함께 했다. 이번 추모 소설집을 통해 작가들은 '이 소설을 쓴 이유는 내가 어른이기 때문이며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기 때문(심상대)'이라는 고백을 털어놓고,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기록하는 일이고, 진도의 아이들을 기억하는 일(전성태)'이라는 소설가로서의 사명을 떠올린다.
13. 망각과 기억의 변증법
현재 진행형인 세월호와 세월호 이후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소장 중견 철학자들의 고뇌와 성찰을 모았다. 10명의 철학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한 다음, 이를 기억하고 공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만 우리가 윤리적 공동체를 회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유가족들이나 희생자, 국민들이 단지 고통의 주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매개로 낯선 사람들과 관계하고 자신의 삶을 공적 담론 속에 새롭게 위치시키는 능동적 경험을 함으로써 단순한 망각과 고통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한다.
14.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실미도에서 세월호까지, 국민을 속인 국가의 거짓말을 다룬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정부의 무능과 거짓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본 사례라는 점이다. 이 책은 국가가 국민을 배신하고 기만한 치욕의 역사를 차례차례 살피면서, ‘국가에 속고 살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15.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에 대해 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했다. 지난 50년간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에 사회과학적 해답을 부지런히 제시해온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결집했다. 장덕진 소장을 비롯한 8명의 학자들은 이 책을 쓴 동기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데서 더 나아가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연구자로서 책무"라고 말한다.
16. 잊지 않겠습니다
250명.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숫자다. 이 책은 <한겨레>에서 2014년 6월 15일부터 세월호 추모 기획 ‘잊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으로 연재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얼굴 그림과 가족들의 절절한 심경이 담긴 편지글을 모은 책이다. 이 기획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단원고 학생 80여 명의 그림을 그려 <한겨레>에 가져온 것으로 시작되었다.
17. 기억의 방법
'고발 뉴스' 객원 사진기자 이동호가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초상권을 허락받고, 세월호를 영원히 기억하자는 사진집을 펴냈다. 유시민 작가, 국민 TV 김용민 PD, 대한 성공회 김현호 신부, 방송인 김미화 등 많은 사람들이 글로 이 책에 참여했다. 수많은 리본과 팔찌를 손수 제작하여 무료로 나누어주던 분들,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온 성공회 신부들, 거리 곳곳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서명을 받은 이름 모를 시민들을 문신처럼 담아냈다.
18. 내 고통은 바닷속 한 방울의 공기도 되지 못했네
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의 세월호 추모 시집. 시인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 "슬픔과 원한, 죄책감과 절망감에 시달린 나날들"이었다고. 이 시집은 2014년 4월 18일부터 2015년 2월 27일까지 쓰인 시들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간들을,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19. 곁에 머물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는 신학자들의 참회와 위로의 메시지. 신학자들은 말한다. "여러 단체에서 저마다의 특색을 담은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으나 기독교 입장을 담은 것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이 책을 통해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다소 가볍다. 그동안 기독교에 대해서 섭섭한 감정을 지녔던 유족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20. 새로운 세대의 탄생
이 책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과 청년들의 분노와 정의의 목소리, 그리고 박명림, 한홍구 등 각계 학자들의 참회와 재건의 목소리를 담으려 애쓴 책이다. 1부 '책임진다는 것은 응답하는 것이다’에서 청소년들은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며 그에 대한 나름의 답도 고민하고 있다. 인생의 선배들을 직접 찾아가 나눈 이야기는 2부 '절망의 시대, 희망을 길을 묻다’에 담았다.
by 책방아저씨
※소개 글은 각 출판사의 책 소개, 알라딘 책 소개 등을 참고,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