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공원과 맛있는 퀘사디아가 있는 아늑한 카페에서/ 영국의 가을날
영국 워홀 12일차의 일기
- 이러한
약간의 우울감에 대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사실 나는 언제나 내 감정의 정의를 내려놓고는 이만하면 되었다 하며 더는 생각이 나지 않도록 꽁꽁 좀 매어 이름표를 붙여놓고 잘 삭혀놓은 묵은지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저장을 해놓는 편인데, 요즘에서야 느끼는 어떠한 감정은 내 스스로도 정의를 내릴 수가 없어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곤 했다.
어떨 때는 아름답고,
어떨 때는 긴장되고 두려운
속 시끄러운 어떤 날들의 연속들.
차라리 몸이라도 바쁘면 이러나저러나 넘어갈 텐데, 할 일을 찾아 헤매고 잔잔하고도 정신없는 할 것들의 목록들 속에서 있는 요즘은 그렇게 마냥 마음이 편하기는 어렵다. 희망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 같기도 한마음들이 방심하는 사이에 온통 속을 헤집어 놓기가 일 수다.
가볍다기보다는 무겁고 무겁다기보다는 좀 더 단단한, 어떠한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것들. 정의 내려버리면 차라리 속이 편할 텐데 뚜렷이 알 수가 없어 괴롭다.
괴롭지 않기 위해 펜을 들어보지만, 계속해서 같은 자리만 맴도는 기분이 들어 그냥 받아들이는 마음들로 임하는 요즘. 그래도 편하게 생각하고, 가볍게 마음먹기 위해 노력한다. 기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슬프거나 좌절스럽지 만은 않은 여느 날들.
그래도 오늘은 새롭게 만난 활기찬 웃음의 언니분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또 근처 예쁜 공원에서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영국에 온 후 처음으로 정말 오랜만에 숨 쉴 수 있는 하루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
공원을 걷다 보니 가깝게 보이는 자연이 무척이나 편안해서 좋다. 번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속에 있는 어떠한 율동 같은 것들은 나 스스로를 편안하게 만들곤 했다. 그리고 그저 모든 색깔들이 너무 예뻤다. 저 색깔로, 저 율동감으로 무엇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뭔가를 만들고 싶어서 속이 근지럽다.
이렇게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은 날이면 새삼 문득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같이 봤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는 그런 것들.
오리도 알 수 없는 새들도 엄청나게 많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공원 같은 곳이었다. 이런 장소라면 맨날 와도 소소한 것들로 즐거워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집 앞이라면 걷고 싶을 때마다 와서 책이나 읽고 가지 않았을까. (맛난 거 사 먹고! 히히)
집에 돌아와서 뭐를 할까 하다가, 다시 해리포터 시리즈 정주행을 시작했다.
오늘 언니와 이야기하다가 두어 번 간간이 해리 포터에 대해 말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웬일인지 갑자기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단은 1편은 너무 많이 봤으니까 넣어두고,
해리포터 2편부터 시작해야지.
모두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