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가 혼자 성장하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빠르게 변하는 IT업계에서 자리를 잡는 방법

by 블레어리

"이 결정이 맞을까, 틀릴까."


나는 신입으로, PM도 없는 환경에서 1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했다. 사수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같은 직무를 하는 동료 자체가 없었다. 전체 기획을 잡아야 할 때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나는 원래 생각이 꼬리를 무는 성격이다. 한 번 고민이 시작되면 끝없이 이어지고, 결국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일까?"라는 막연한 두려움만 커졌다. 혼자이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더 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두려움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대신 프레이밍을 바꿀 수는 있다는 걸.

돌이켜보면, 혼자 부딪혀야 했던 환경이 오히려 나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스스로 찾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성장 방식을 만들어갔다. 오늘은 그때 내가 어떤 태도로 성장했는지, 네 가지로 정리해보려 한다.



연차를 무기로 쓰자

주니어에게 연차는 약점처럼 느껴진다. 경험이 부족하고, 판단에 확신이 없고, 이 결정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없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인드를 이렇게 바꿔봤다.


내 연차에 이런 걸 언제 해보겠어. 이거 해내면 나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생각해 보면 이게 맞는 말이다. 경력 3년 차가 결제 플로우를 직접 설계해 본 경험과, 7년 차가 같은 일을 해본 경험은 무게가 다르다. 같은 일이라도 이른 시점에 경험할수록 성장 곡선은 가팔라진다. 주니어라서 부족한 게 아니라, 주니어이기 때문에 이 경험 자체가 무기가 되는 거다.

실제로 결제 플로우를 내가 잡을 때, 일정관리 캘린더를 만들 때, 백오피스 전체 기획을 맡았을 때도 이 마인드로 진행했다. 두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지금 엄청난 경험치를 쌓고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줬다. 두려움을 없앤 게 아니라, 두려움 위에 더 강한 동기를 올려놓은 거다.


그리고 실제로 해냈다. 완벽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도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만의 온라인 사수를 만들어라

사수가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주니어들이 꽤 많다.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처럼 PM도 없이 1인 디자이너로 일하는 경우,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는 사람은커녕 같이 고민을 나눌 동료조차 없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일단 컨퍼런스에 나갔다. 유튜브를 봤다. 유니콘 기업의 테크블로그를 읽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신기한 일이 생겼다.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저자가 보이기 시작한 거다.

그때 깨달았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닮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면 학습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목표가 생기면 그 사람의 고민 방식, 사고를 확장하는 방법, 그걸 어떻게 실무에 연결하는지를 훨씬 유심히 보게 된다.


직접 옆에 앉아서 배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사고 체계를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게 놀라울 정도로 많다. 사수가 없다고 불평하기보다, 나만의 사수를 만들어보자. 세상에는 자신의 경험과 사고를 기꺼이 공유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경험치를 빨리 쌓는 치트키, 책

주니어에게는 하나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분할 눈이 없다는 것.

애초에 업무를 다루는 태도 자체가 빈칸인 상태다. 이걸 메꿔주는 게 너무 중요한데, 문제는 내가 찾아보는 아티클이 좋은 아티클인지도 모르고 흡수하게 된다는 거다. 온라인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불필요하거나 맞지 않는 정보도 넘쳐난다. 그런데 그걸 구분할 눈이 없다.


이 간극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좋다.

대부분 경력이 엄청난 분들이 쓴다. 해외에서 우리나라까지 번역되어 몇 쇄씩 찍어내는 책을 쓸 정도의 경험치라면, 그 자체로 신뢰도가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지식이 알짜배기로 압축돼 있다.


온라인 아티클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기준점이 없는 상태에서는 책이 먼저라는 거다. 책으로 기본기를 다지고 나면, 온라인 아티클을 볼 때도 "이건 맞는 말이네", "이건 좀 아닌데?"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특히 도움을 받았던 책들을 공유하면:


함께 자라기 —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방법에 대한 시야를 넓혀줬다. 협업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을 배웠다.

일의 감각 — 스킬 이전에, 일을 대하는 근본적인 자세를 돌아보게 했다.


주니어 시절에 읽는 한 권의 책이, 수십 개의 아티클보다 깊은 기준점을 만들어줄 수 있다.



피드백 루프를 빨리 돌려라

이건 앞의 이야기와 맥락이 이어진다.

경험치가 낮으면,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그 도메인에 오래 있던 사람보다 고려하는 점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겪어봐야 생기는 시야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사실을 인정하는 거다. 나는 무조건 피드백을 많이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걸.

많은 주니어들이 피드백을 "평가"로 받아들인다. "내가 뭘 잘못했지?" "능력이 부족한 걸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피드백은 평가가 아니다. 싱크를 맞추는 과정이다. 내가 본 세계와 상대방이 본 세계가 다를 수 있고, 특히 주니어는 아직 보지 못한 영역이 많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핵심은 이거다. 피드백 루프를 빨리 돌리는 것. 완벽하게 만들어서 한 번에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빠르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거다. 그래야 일정 내에 서로 간의 싱크가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피드백을 두려워하는 순간, 성장 속도는 느려진다. 반대로 피드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그건 주니어에게 가장 효율적인 성장 도구가 된다.


사수가 없다고, 연차가 낮다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성장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연차를 무기로 삼고, 나만의 사수를 찾고, 책으로 기준점을 세우고,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 네 가지 태도만 갖추면, 주니어도 혼자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혼자이기 때문에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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