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한 저
ChatGPT를 필두로 하는 대형언어모델 (Large Language Model)들이 나오면서 AI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다시금 높아졌다. 이 책은 ChatGPT가 마치 <아이언맨>의 JARVIS처럼 발전해 만능 비서가 되었을 때 (그리고 충분히 현실성 있어 보이는 예측이다)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그려본다.
사실 AI 연구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계속되어 왔고, ChatGPT 전에도 여러 가지 성과가 있어왔다. 하지만 ChatGPT가 다른 점은 일반인 누구나 실행하며 그 위력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지 https://chat.openai.com/auth/login 으로 들어가서 ChatGPT와 대화를 나누고, 진짜 사람같이 말하는 이 친구를 보고서 흥분하든 섬뜩해하든 할 수 있다.
또한 ChatGPT가 더욱 발전한다면 너무나 당연하게 해 왔던 "검색"이라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 시대에 필수적인 행위가 검색이지만, 검색결과란에 있는 수많은 웹페이지를 들어가 보면서 내가 원하는 게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꽤나 귀찮다. 마치 도서관에서 대충 800번대 서가로 들어간 다음에 일일이 보면서 <제인 에어>가 어디 있었더라 찾는 식이다. 하지만 ChatGPT는 친절한 도서관 사서처럼 바로 <제인 에어>를 건네주고, 추가로 요청을 넣으면 다른 번역본을 갖다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자유롭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ChatGPT는 언어 모델, 즉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처럼 동작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형태로 다른 AI 서비스 (ex. 그림을 그리기)와 연동해서 쓰기가 쉽다. ChatGPT한테 "이러이러한 그림을 그려줘" 하면,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는 다른 AI가 하지만, 인간의 명령을 이해해 그 그림 AI에 넘기고 생성된 그림을 받아오는 중간 단계는 ChatGPT가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입장에서는 ChatGPT가 만능 비서처럼 보일 수 있다.
AI는 점점 똑똑해지고, 기존에 인간이 일일이 해야 했던 일을 많이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든 내 생각은 ChatGPT는 딱 "평균적인 신입사원"까지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오피스에서 벌어지는 온갖 잡다하고 귀찮은 일, 예를 들어 의례적인 메일 쓰기, 보고서 쓰기, 자소서 쓰기, PPT 만들기 등 창의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일은 ChatGPT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필요한 능력은 두 가지, AI를 잘 사용하는 능력과 AI와 차별화되는 능력일 것이다. 개인용 PC가 보급되면서 모두 다 집에 PC 한 대 이상은 있듯이, ChatGPT를 필두로 한 AI 제품도 상용화될 것이며, 이제 타자기로 문서작업을 하는 사람은 없듯이, AI를 사용하는 능력은 컴퓨터 활용 능력처럼 당연하게 갖춰야 할 기술이 될 것이다. 또 오피스 도구들을 잘 쓰는 사람들이 생산성이 높은 것처럼 AI 제품도 특히나 잘 쓰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그런 사람들은 훨씬 편리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AI와 차별화되는 능력은 무엇일까? "평균적인 신입사원"은 할 수 없지만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갖춘 능력, 즉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과, 편집과 재구성을 통해 (편집은 창조의 다른 이름 아니던가)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일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공감대를 얻어내는 능력이다. 전부 상당히 추상적이다. 사실 어쩔 수 없는 것이,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능력(ex. 코딩 실력, 영어 실력, 심지어 어느 정도까지는 글쓰기 실력도)은 AI가 앞서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름 AI를 공부하고 있는 공대생이기 때문에, 언젠가 AI가 자아를 가져서 인류를 해칠 것이다(...)라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본질적으로 고성능 계산기와 다름없다는 것이 아직까지의 내 생각이기 때문에... (이 글은 2045년 인공지능 대반란이 일어나기 전에 쓰였다)
다만 걱정하는 것은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이고, 또 AI로 인해 더욱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회다. 이 책에서도 ChatGPT를 활용한 댓글 조작이나 가짜 뉴스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악의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난장판인 정보의 바다에 ChatGPT를 사용해 더욱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GPT4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세종대왕 맥북사건" 같은 헛소리는 줄었지만, 그래도 종종 이상한 소리를 할 때가 있는 우리 ChatGPT다. 문제는 사람들이 직접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 ChatGPT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거짓말도 진짜로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
또한, 스마트폰의 보급이 "디지털 소외 계층"을 만들었듯이, AI 기술은 더욱 그 격차를 크고 빠르게 벌릴 것이 분명하다. 특히, 검색조차 할 필요 없이 ChatGPT가 필요한 모든 것을 해주는 "만능 비서"가 된다면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문해력 및 기초적인 사고 능력이 많이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위에서 말했던 질문하는 힘, 구조 파악 능력, 기획력,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능력을 활용해 AI를 지배하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자칫하면 AI에게 지배당하는 (AI가 진짜로 의식을 가지고 지배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인류가 스마트폰에 지배당하는 것처럼 뭔가 주종 관계가 반전된 상황을 의미한다)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기대하는 부분도 크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통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편리함을 얻게 되었듯이, ChatGPT를 비롯한 AI를 잘 활용만 한다면 "잡일"은 다 이 친구가 해주고 나는 정말 하고 싶은 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대학 수학으로 넘어가면) 수학을 할 때 귀찮은 계산은 다 계산기가 해주고 나는 진짜 중요한 증명의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듯이, 이제 글쓰기도, 발표도, 코딩도 (이미 Github Copilot이라고 해서 코딩을 도와주는 AI 서비스가 출시된 상태다. T 씨가 적극 추천하는...) AI가 귀찮은 건 다 해주고 나는 본질적인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참 편리할 것이다.
결국 AI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유용한 툴이다. 이 툴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그 사용자에 달린 것이다. 다만 AI 트렌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에, 이를 유념해 두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레이더를 켜놓는 것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