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경험보다 당신이 소중합니다
나는 ‘조리원 동기’ 만들기를 적극 추천하는 사람이다. 조리원에서 머물렀던 2주는 행복했고, 즐거웠고,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탓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나’ 싶을 정도의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인 것도 같다.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배려 있고 유쾌한 성격들이라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언니’ ‘동생’ 사이로 가까워졌다. 처음엔 30분 만에 식당을 떠났는데, 이튿날부턴 1시간, 2시간 점점 엉덩이가 떨어지질 않았다. 식당뿐만 아니라 수유실, 마사지실까지 누구라도 있으면 함께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이 발달 상태, 정보공유 가능”
임신부터 육아까지 도무지 아는 것이 없던 나는 조리원 동기들을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조리원 동기 단톡 방은 웬만한 육아서, 맘 카페 뺨칠 정도였다. 1:1로 그것도 실시간으로 육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지금 우리 아이의 수유 양은 적당한지, 변은 잘 보는지 등 건강 상태를 비교해볼 수 있고, 각종 육아 템의 사용 후기까지 적나라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나보다 2주 먼저, 한 달 먼저 아이를 출산한 친구들과도 나눌 수 없던 얘기들이 조리원 동기들과는 술술 흘러나왔다. 그 친구들도 조리원 동기들과 이런저런 육아 상담을 하며 고된 육아를 헤쳐 나가고 있다고 했다. 먼저 아이를 키운 친구가 해줄 수 있는 조언과 같은 시기에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고민은 미묘하게 달랐다. 그때마다 나는 조리원 동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조리원 동기들 덕에 육아용품을 중고로 사고파는 어플인 ‘당근 마켓’을 배우고,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라 놀이법을 추천해주는 어플 ‘차이의 놀이’ 그리고 유익한 핫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맘 카페 ‘맘이 베베’ 등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도 그때의 정보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만큼 나를 더 알아주는 또 다른 나
조리원 동기들로 인해 어떤 정보, 어떤 이익을 얻은 것보다는 지금의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같은 고민을 하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조리원 동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으로 시집와 홀로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들고 외로웠다. 가족이나 친구들도 나를 보러 오려면 최소 1~2시간은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자주 올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매번 “애들이 안 먹어서 힘들어”, “내 몸도 아픈데 하루에도 몇 번씩 애들 기저귀 갈고 씻기기가 버거워”라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시간도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나를 치료해준 건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조리원 친구들이다. 힘들 때면 누구보다 더 마음 아파하며 위로해줬고, 하루가 멀다 하고 휴대전화가 불나게 연락하며 외로울 틈 없이 채워줬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집에 갇혀 사는 나를 위해 일주일에 1번 우리 집으로 와줬다. 언제나처럼 ‘찡찡 모드’인 아이들과 있는데도 조리원 동기들이 온 날은 시간도 빨리 가고, 그럭저럭 육아가 할 만했다.
주변에 지인이 없는 엄마들이라면, 아이가 아플 때 얼마나 힘든 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나도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이른 아침부터 고열에 시달려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있다. 추운 겨울에 어린 두 아이를 홀로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고, 정부지원 산후도우미(베이비시터)는 당일에 쓸 수도 없어서 아주 미쳐버릴 노릇이다. 그때 조리원 동기 중 한 명이 달려와서 3시간가량 우리 집에서 안 아픈 아이를 돌봐준 덕분에 아픈 아이를 무사히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이 17개월이 된 지금도 나는 조리원 친구들과 단톡 방에서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는 여전히 일주일에 1~2번 만나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누군가가 복직하고, 둘째를 낳고, 이사를 가며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예전만큼 연락을 자주 못할지라도 모두가 내게는 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조리원 동기를 꼭 만들어야 하는지, 확고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일단 해보는 건 어떨까?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을 만나 불편할 것 같다고 지레짐작해서, 나만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육아에 한줄기 빛이 되는 소울 메이트를 만날 기회를 걷어차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만약, 그때 가서도 아니면 멈출 수 있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선택의 기회조차 없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맘들은 부디 해보고 결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