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 돼서야 깨닫는 ‘임신과 출산’

"휴일, 휴가, 퇴사 절.대.불.가"

by 블랑


나는 신혼의 달콤함은 꿈도 못 꾼 채 팔자에도 없는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뭣도 모를 때 결혼하고, 애 낳아야 한다’는 옛말은 내게 틀림없이 적용된 듯싶다. ‘육아는 한 명도 힘든데, 두 명을 동시에 품고, 돌봐야 하니 힘들겠지’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상상초월의 힘듦이 휘몰아쳤다.


이미지 출처=언스플래쉬(Unsplash)



누가 내 입덧 좀 끝내줘요!


시작은 ‘입덧 지옥.’ 음식 냄새를 맡으면 화장실로 달려가는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임신 12주 차까지 내가 그대로 재현했다. 전기밥솥이 밥을 하며 내뿜는 하얀 연기, 그 냄새만 맡으면 죽을 것 같았다. 남편이 창문을 열고 밥을 하고, 나는 안방에 있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수원역에서 시청역까지 기차와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씩 출퇴근할 때도 죽음의 문턱을 오갔다. 내가 출근 시간에 탈 수 있었던 기차는 딱 1대, 순식간에 마감된 기차에 꾸역꾸역 타기 위해 입석표를 끊었고, 돈 주고 산 좌석을 만석인 기차 안에서 양보해 주는 이는 당연히 없었다.


1분이 1시간 같았던 그때의 나는 누가 보든 말든 기차 바닥에 앉아 ‘곧 도착한다, 내린다’ 주문을 외며 그 시간을 버텼다. 서울역에 도착해 열차 밖으로 나서면 차가운 공기 덕에 살만했다. 천국에 온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서울역에서 시청역까지 지옥의 한 정거장을 꾸역꾸역 타야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덧은 다행히 12주 차에 끝났지만,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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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갈길 먼 임신, 출산, 육아제도


‘~임신 12주 차, 단축근무 2시간’이라는 제도를 쓰기까지도 서러웠다. 사례가 없는 제도다 보니 담당자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때였다. 유산율이 높은 쌍둥이 임신이다 보니 조심스러워 회사에 이 제도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단축근무 2시간을 쓰면, 일 안 한 시간만큼 급여가 깎이는데 괜찮냐’는 답변을 받아 마음의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다. 다행히 나보다 먼저 이 제도를 이용한 단 한 명의 동기가 있어서 나도 쓰게 되었지만, 내게 그 과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힘들었다.


육아휴직도 쉽지 않았다. 우리 업계는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을 다 쓰면 ‘좋은 회사’ 취급을 받는다.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 내 상사도 육아휴직을 9-10개월만 써도 많이 쓰는 편이니 그 정도만 쓰고 오라고 회유했다. -법적으로 쌍둥이 육아는 출산휴가 4개월, 육아휴직 2년(한 아이당 1년씩 총 2년)이다.- 남편과의 충분한 대화 끝에 나는 최소 1년 4개월은 써야 한다고 결정했고, 이를 상사에게 말했다. 물론, 대화가 잘 안 풀리면 퇴사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 어렵게 꺼낸 얘기였다. 다행히 1년 4개월을 쉬게 됐고, 나는 현재 남은 1년의 육아휴직도 쓰겠노라 회사에 얘기하고 육아에 전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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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휴가, 퇴사 절.대.불.가


사실 나도 미혼일 때는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선배들이 부러웠다. 1년 3개월의 시간 동안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남는 시간에 휴식과 자기 계발이 충분히 가능한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을 안 해도 고용보험에서 소정의 돈도 주고, 쉬다 와도(쉬는 게 쉬는 게 아니지만) 제 자리가 있는 게 좋아 보였다.


선배들처럼 1년 4개월을 보내보니 하루가 1분 1초 단위로 쪼개져 너무도 괴롭고, 외로웠다. 일할 때는 일하는 게 제일 힘들었는데, 임신부터 육아까지 쭉 하고 있자니 내 생애 이런 힘듦은 처음 겪는 듯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세상엔 많고 많은 힘든 일들이 있는데, 육아야말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힘듦의 절대 영역이었다. 휴일도, 휴가도 적용 안 되는, 퇴사도 결코 적용될 수 없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