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팁의 우당탕탕 갓생 프로젝트 1
제목엔 쓰리잡이라고 썼지만 세어보니 나는 포잡 직장인이다.
한 가지 일만 하기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 탓에 현재 본업인 회사원을 제외하고도 유튜브 운영, 잡지 발행, 정기적 투고 일, 그리고 그 외 블로그 등의 부수익 툴까지 운영하고 있다. 모두 합치면 쓰리잡, 포잡을 하는 중인 셈이다.
근데 웃긴 건(아니 안웃기다) 기본적으로 세팅된 에너지값 자체가 남들보다 현저히 적다. 내향인인 탓도 있겠지만, 나를 낳아준 엄마는 설거지를 한 번 하면 30분은 눕고 목욕탕을 한 번 가면 코피 파티를 내기 일쑤였는데 내가 그 체질을 꼭 닮았다. 뭘 해도 남들보다 고비용 저효율이다. (그래서 생활의 많은 부분을 돈 내고 '외주'주는 편인데 그건 나중 이야기에서) 20대 때는 이런 내가 뭔가 잘못된 줄 알고 자학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자투리 시간 활용에 달인이 돼있다. 뭐든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20대 초반부터 '빨리빨리', '에너지 있을 때 빨리'가 습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중에 집 가서 각 잡고 제대로 시작하려면 잘 안된다. 침대에 눕게 되고... 다들 공감할 거라 믿는다.
본업인 회사는 남들이 다 그렇듯 9시 출근, 6시 퇴근의 루틴인데 집에서 직장까지 편도 한 시간 반이 걸린다. 근데 그게 너무 아까운 거다. 출퇴근을 합치면 세 시간이지 않은가. 일주일이면 15시간, 한 달이면 60시간, 일 년이면 720시간이다. 날짜로 환산하면 무려 30일이다. 근무일수로 따지면 무려 1달 하고도 반이라는 시간이 된다. (내가 수학에 약해서 틀렸을 수도 있다) 아니, 한 달 반이면 휴가를 내려야 낼 수도 없는 꿀 같은 시간인데 그 소중한 시간을 내가 매일매일 지하철에서 버려야 하다니.
그래서 지하철, 버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름 개발했다. 모두 큰 집중을 요하지 않거나, 많은 힘이 들지 않는다. 창의적인 정보를 생산해내야 하는 일보다는 받아들이는 것 위주로 구성했다. (기분이 괜찮을 때는 지금처럼 글쓰기 생산도 한다) 다음은 모두 내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하고 있는 일들이다.
1. 블로그 쓰기
내가 가장 많이, 자주 하는 일이다. 블로그 관리를 위해서 최소 이틀에 한 번 간단한 글이라도 작성하려고 하고 있다. 돈을 받고 하는 포스팅 등도 있는데, 블로그 글을 쓰는 건 별로 머리 굴릴 필요도 없다. 그냥 나오는 대로 일기처럼 막 쓰면 되기 때문에 (근데 이제 조금의 알고리즘을 생각한) 출퇴근길에 간편하게 블로그 앱을 켜서 작성하기 좋다. 사진 보정하고 워터마크 넣고 글씨체 예쁘게... 그런 거 안 한다.
2. 자잘한 일 하기
생각보다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드는 것 알고 있는가? 그리고 집에 가서 하려면 작은 일도 매우 피곤하게 느껴진다. 자잘한 일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예: 유튜브 관련해서 들어오는 메일 보내기, SNS에 업로드할 멘트 쓰기(유튜브의 연장선상이다), 물건 비교 및 결제하기, 약속이 있을 경우 약속 장소 서치하기 등등...
이것들은 기껏해야 하나에 10분 남짓만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회사에서 남는 자투리 시간에 하기도 한다. (회사의 무조건적 9-6 업무시간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3. 메모장 적극 활용하기
나는 '아이폰의 메모 기능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프로메모러다.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글감을 놓치지 않고 잡아둘 용도로 쓰기도 하지만, 출퇴근길엔 예정된 일정의 밑그림을 그리는 용도로 활용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다음 잡지 회의 어젠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해야 할 말을 메모해놓는 등이다.
4. 팟캐스트 듣기
가끔 이 정도의 일들조차 버거운 날이 있다. 그냥 디지털 화면 자체를 안 보고 싶은 날. 그럴 때 팟캐스트를 듣는다. 내가 즐겨 듣는 채널은 <비밀보장>과 <김겨울의 라디오 북클럽>이다. 좀 웃고 싶은 날엔 전자, 차분해지고 싶은 날에는 후자를 듣는데 듣다 보면 갑자기 아이디어나 에너지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을 보면서 오디오북도 한 번쯤 구매를 시도해봐도 좋겠다고 생각 중이다.
이외에 비정기적으로 하는 일들은 꿈 일기 쓰기, 이북 읽기 등이 있다. 주식은 장기투자 파라 넣어두고 잘 안 들여다보는 편이다. 애초에 한국장은 장 시작과 마감이 모두 근무시간 내에 일어난다.
이렇게 몇 달을 하면서 느낀 점은 뭐든 '시작이 반이다'라는 것이다. 크고 힘들어 보이는 일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일단 조금이라도 시작을 해 놓으면 집에 가서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 글로 <오늘부터 갓생산다>의 첫 스타트를 끊어보았는데, 흥미롭게 읽으셨다면 좋아요와 댓글 남겨주시고... (뭐라도 마무리 멘트를 해야 할 것 같은 건 유튜버의 습관이다)
그럼 다음 글에서는 내가 퇴근 후에 저녁을 먹고, 씻고 나서 남는 시간에 뭘 하는지 알려드리겠다. 그것도 좀 쓸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