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가능성을 믿었던 인간, 앙리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앙리 뒤프레] 분석

by 공백

앙리라는 인물을 이해하려면,

먼저, 앙리가 가진 부조리
부조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 앙리가 가진 부조리

앙리가 겪은 부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누군가 죽어갈때, 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이다.

극에서 앙리의 서사를 많이 풀어주지 않기에, 어린시절부터 이런 부조리를 겪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군인신분으로 오랜 전쟁을 겪은 앙리가
이 이상 감당하길 벅차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나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인데..
왜 아무도 살릴 수가 없지?

왜 나는 누군가 죽어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고,
외려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가?

이런 식으로 부조리의 강도는 강해졌을 테니까.


2. 앙리가 부조리를 대하는 태도

앙리는 부조리에 반항하는 인간이었으나 결국, 꺾여서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중인 걸로 보였다.

앙리가 부조리에 반항한 모먼트 V

- 명문대 의예과 수석 졸업하기

- 신체 접합술의 새로운 방법론 창안하기

- 인간사체 재활용 논문써서, 학계에
파문 일으키고 문제아 소리 듣기

- 전쟁 중에 부상당한 적군 치료하기

-> 상관이 치료중인 적군 죽이자 멱살잡고 양심없냐면서 하극상하기..

- 생명살린게 간첩죄? 하면서 상관에게 따지기

등등등.

앙리는 빅터 만나기 전부터
이미 생명에 관심이 많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을 살리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앙리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앙리 이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3. 앙리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

앙리는 생명을 존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이유때문에 생명을 붙드는게 아니다.

앙리가 생명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는,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을 구하지 못한 자신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휴머니즘 때문에 생명을 저렇게 파고든게 아니라 "살 수 있었는데"라는 가능성에 대한 집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4. 앙리 인간상

앙리는 결국 부조리에 반항하기 위해, 결과보다 가능성을 선택하는 인간이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앙리의 인간상을 이해하면,
이제 앞으로 나올 사건들이 납득된다.

1. 앙리가 빅터 설득에 넘어간 이유

: 빅터라면 가능할 것 같아서.

앙리는 이미 이 세상의 부조리에 환멸이 나있는 상태
+ 이 부조리에 맞서도 봤음.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고,
본인만 더 고통스러웠을 뿐임.

근데, 빅터가 그 환멸 포인트를
찌르는 동시에 해답을 제시해.

본인도 그 생각을 안해본건 아니야(인간사체재활용 논문). 다만, 세상이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았을 뿐.

하지만 내가 아니라 빅터라면...?

이미 연구의 진전도 있고, 투자도 받고 있고,
권력도 돈도 있는 저 사람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루트로 흘러간게죠.

++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앙리랑 빅터의 부조리 구조(쉽게 말해 정병구조)는 생각보다 매우 비슷하다.

애초에 둘의 만남이 성사되기 이전부터
이들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앙리와 빅터가 부조리를 대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앙리가 빅터의 꿈에 동화되는 것 처럼 보였을 뿐.

* 앙리와 빅터가 부조리를 대한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

둘은 같은 부조리의 구조를 공유하지만

앙리는 반항하다 순응하길 선택한 반면,
빅터는 끝까지 반항하길 선택함.


그리고 앙리를 빅터를 만난 이후

‘책임을 타인에게 넘기는 선택’을 했다.


즉, 앙리는 가능성을 통해 부조리에 반항할

주체를 자신에서 빅터로 이동시킨 것이다.


그래서 앙리는 빅터의 광기를 막지 않고
대신 정당화하고 보호한다.

자기 책임을 덜어내는 방식의 반항 지속을 택한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의 결과는 앙리에게 빅터가 소중한 사람이 되는 계기가 된다.

즉, 앙리에게 빅터란

같은 부조리의 구조를 공유하는 동지이자
무력한 삶에서 다시 반항할 수 있도록 해준 존재.

즉, 부조리를 견뎌낼 '가능성'을 열어준 존재이다.


2. 앙리가 빅터 대신 희생했던 이유

: 처음으로 자신의 무력함이 의미를 갖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앙리가 빅터가 한 잘못 때문에 죽는다
= 이건 부조리죠.

근데 앙리는 오히려 이 부조리를
본인이 선택함으로써,

부조리에 의해 무력해지는 본인을 본게 아니라
부조리에 의해 의미가 생기는 것을 보았다.

= 빅터를 살림 & 생명창조 가능성 유지

즉, 앙리는 죽음을 택함으로써,
처음으로 자신과 부조리의 관계를 전복시켰다.

앙리는 아마도,
자신의 선택 끝에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선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앙리라는 인물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다 보니,
자칫 차갑고 정 없는 인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석의 결과일 뿐,
앙리는 결코 냉혈한이 아니다.


앙리는 인간미가 넘치고, 다정하며,
사람을 보듬을 줄 아는 인물이다.


타인을 먼저 살피고, 곁에 있는 이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성정이 있었기에,
그는 빅터에게 그렇게까지 마음을 내주었고
친구로서 아끼고 사랑했을 것이다.


앙리의 헌신은 단순한 희생이나 도덕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는 빅터를 연민하거나 구제하려 한 것이 아니라,
같은 부조리를 공유하는 인간으로서 그를 놓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앙리가 빅터를 온전히 이해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는 빅터를 ‘이해하려 했다’기보다는,
어쩌면 막연히 받아들이고 넘어간 부분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앙리의 선택과 감정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분석해보고 싶었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앙리를 마냥 선한 희생자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앙리 역시 일정 부분 뒤틀려 있고,
그렇기에 극단적인 부조리와 광기를 품은 빅터에게
동조할 수 있었던 인물이다.


그의 선택은 고결했지만, 완전히 무결하지는 않았고
그의 사랑은 따뜻했지만, 동시에 위험했다.


바로 그 모순과 균열이
앙리를 단순한 희생 캐릭터가 아닌,
끝까지 바라보게 만드는 인간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