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말

by 안종익


<소중한 사람이 멀리 떠나고>


살던 곳이 너무나 익숙하고 정이 들어서….

그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남부럽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은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나만의 공간이요 나를 보호해주는 성이었다.

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영원히 머물고 싶은 그곳을 떠나야 할 때는 낯선 곳으로 쫓겨가는 기분도 들었다.

그러나 그곳을 떠나면서도 언제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 믿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도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고 살았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었던 그곳은 엄마가 살던 고향 집이었다.


미인과 거리가 있었지만 한번 보면 오래 기억되는 특징이 있는 얼굴이었고, 나이 들어가면서 그 특징이 옅어지면서 보통 할머니들의 평범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엄마는 다정하지도 않으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런 것이 얼굴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마음은 늘 자식들 편이었다.

겉으로 정이 없어 보이고 무뚝뚝해서 그렇게 호감을 주는 인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눈물이 많았고 감정은 여린 엄마였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면서도 경우가 아니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할 말을 하면서 살았다.

그래도 엄마는 평범하고 순한 시골 농사꾼이었다.


우리 형제들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위인, 한 사람을 말하라면 “김석남”이라고 모두 대답할 것이라 믿는다.

“김석남”은 우리 엄마의 이름이다.


멀리 떠나고 나니까 그리운 것은

살아 계실 때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받은 것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살아온 정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살아온 세월은 힘들고 아쉬운 시간들과 열심히 살아서 아름다운 삶의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큰 여운이 있는 한 여자의 일생이었다. 그래서 자식들은 애틋하고 가슴 뭉클한 그리움에 마음이 아프다.

엄마가 살아온 모든 순간이 자식들에게는 소설이요 감동이 되는 것이다. 엄마는 자식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런 엄마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글로서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엄마 이야기는 모두에게 공감을 얻지는 못하지만, 형제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족하다는 마음으로 써 보았다.

그래서 어렵게 생각하게 하는 문장보다는 쉽게 느낌이 가는 글로 마음속의 생각을 적었다.


소중한 사람은 멀리 떠났지만, 그 사람이 남겨 놓은 것은 너무 많다.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그 자리를 대신에 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또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이다.

엄마가 여기 살았던 사람들과 인연을 남기고 떠났듯이 우리도 또 다른 인연을 남기고 떠나면 오랫동안 비슷한 삶들이 이어질 것이다.

엄마가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갔듯이 남겨진 사람도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그리운 엄마를 더 잊히기 전에 한 번 더 기억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2022년 10월 31일 돈암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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