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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Nov 01. 2024

서해랑 길 40일차


보령 천북에서 아침을 맞았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홍성 방조제를 건넜다. 방조제 중간쯤에 홍성군을 알리는 간판이 서 있고 그 뒤편에 풍력발전기 1대가 홀로 서 있다. 풍력발전기는 돌지 않고 있다. 지금 바람이 그렇게 세게 불지 않는 모양이다. 외국에서 본 풍력발전기들은 거의 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발전기는 돌지 않는 곳을 많이 보았다. 우리나라는 바람이 그렇게 세지 않는 것 같다. 홍성 방조제 옆의 조그만 항구에 물이 빠져서 갯벌 위로 배들이 드러나 보인다. 


남당항도 지나고 해변길이 계속되지만, 늘 상 보아온 물 빠진 갯벌 해변길이다. 멀리 남당 노을 전망대가 홀로 바닷가에 서 있다. 단조로운 해안 길을 그 전망대를 보고 걷는다. 

전망대 밑 바닷가에 사람들이 보인다. 

남당 노을 전망대에 가까워지니 걷는 사람들은 바닷가에 관광 온 사람들인 것 같기도 하고, 주민들이 아침 산책을 나온 것 같기도 하다. 노을 전망대 해변의 모래밭은 맨발로 걷기 좋은 곳인 모양이다. 모두가 신발을 벗은 맨발이다. 


물 빠진 해안 길을 걸으며 갯벌에 노는 게들이 사람 소리가 나면 갯벌 속으로 숨어드는 것을 구경하며 걷는데, 또 멀리 전망대가 높이 서 있다. 이제는 그 전망대를 보면서 걷는다.

가까이 가니까 홍성 전망대이다. 바닷가에 높이 솟아 멀리 볼 수 있을 것 같아 올랐다. 엘리베이터로 오르기에 금방 꼭대기 전망대이다. 확 트인 바다를 보면서 내가 오늘 걸어온 해안 길이 보이고 앞으로 걸어갈 길도 보인다. 

...

미리 올라와 있던 중년의 커플이 갖가지 포즈 사진을 찍으면서 웃고 즐거워한다. 저 나이에 저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궁리 항의 63코스의 종점 표지판을 있다. 궁리 항의도 갯벌 위로 배들이 올라앉아 있고, 궁리항 옆 건물 위 조각이 이채롭다. 낚시하는 가족이 큰 고기 낚은 아버지는 휜 낚싯대와 힘겨루기를 하고 그 옆에 아들은 두 팔을 벌려서 응원하고 있다. 치마 입은 엄마와 딸은 그 옆에 서서 지켜보는 청동 조각상이다. 


다시 시작하는 길을 서산 A 지구 방조제이다. 방조제 중간에 정주영 회장과 이 방조제 막이로 쓰인 폐선과 아직 막히지 않은 방조제가 간판에 그려져 있다. 이곳이 정주영의 폐선 공법을 시행한 서산지구 방조제이다. 여기에 서산으로 들어왔다는 표지판이 나오면서, 짧은 홍성군 구간이 끝난 것이다. 방조제 길이로는 이보다 긴 방조제가 많지만, 이곳이 급류로 막기 어려웠던 곳이었다고 한다. 


방조제가 끝나자 간월도이다.

간월암으로 가는 길은 코스모스가 있고 서산 방조제도 보이고 간월암도 보인다. 

간월암으로 건너가기 전에 굴 따는 아낙네들의 조각을 아름답고 그 옆에 간월도 굴 탑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도 굴이 많이 나는 곳이다. 서해안은 어디 가도 굴 밭이다. 

간월도에 간월암이 작은 바위섬 전체에 자리하고 있다. 

바다 위의 암자는 풍광이 좋은 사찰로 이름난 곳이다. 사방으로 보이는 넓은 바다와 뒤에는 소나무 군락이 자리하고 옆에는 간월항이 위치한다. 

간월암에서 나오다가 소나무 밑에서 좋은 글귀를 만났다. “일일시호일 처처안락국”, “날마다 좋은날, 바로 이곳이 극락이라네”..


간월도를 지나 한참을 가면 다시 나오는 방조제가 서산 B 지구 방조제이다. 

긴 방조제로 막아 만든 간척지에 벌써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벼를 베고 난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아마 여기서 배불리 먹고는 다시 떠날 것이다. 수만 마리의 철새가 모인 모습이 장관이다. 날아가는 것을 보고 싶어서 한참을 노려보아도 날지 않는다. 

주변에 벼를 수확한 논에 만들어 놓은 공룡알을 세어보니, 30개 정도이다. 이 정도이면 그 논은 5천 평 정도 되는 것 같다. 


다시 창리교를 지나서 태안군으로 넘어가는 방조제를 건너 갔다. 이 방조제에서도 태안군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서 있다. 

서산시의 서해랑 길 구간도 짧게 끝났다. 그래도 갈월도 풍광이 강열한 구간이다. TV에 나왔다고 온통 선전 간판을 붙이고 있는 갈월도의 “울엄마 굴밥집”에서 혼밥은 안 되는데, 그래도 인심을 써서 한 사람분 굴밥을 주었다. 유명한 집으로 그 이름값을 하는 밥맛이었다. 

계산할 때 그 주인이 “다음부터는 혼밥은 안됩니다”라고 계산을 해주었지만, 다음에 다시 올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래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너머온 태안군의 상징물이 좋아보이고 초입에 있는 관광 안내소의 아주머니의 태안 자랑이 대단하고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애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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