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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nkofficial Aug 16. 2023

상세페이지가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시각적 설득’으로 매출 200배 상승을 이끈 디자이너 홍휘님 이야기

온라인에서 구매를 할 때 반드시 거치는 여정이 있습니다. 바로 제품의 상세페이지인데요. 썸네일과 배너를 통해 고객을 유입시키고 상세페이지에서 제품의 특징과 브랜드의 지향점을 압축해서 구매 전환을 이끌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넘쳐나는 브랜드와 제품들, 비슷 비슷한 상세페이지 속에서 구매전환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죠. 단 두 명이 일하던 회사에 입사해 수천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백억대로 끌어올린 성과가 있는 블랭크 디자이너 홍휘님을 만나 인사이트를 들어보았습니다. 


 어떤 일을 하셨나요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3개월치 급여를 못 받으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우연히 길을 가다가 본 한 치과의 간판이 별로였어요. 무작정 치과에 들어가보니 인테리어도 괜찮았고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보니 진료나 실력도 좋은데 간판 때문에 병원 신뢰를 깎아 먹는 느낌이었죠. 원장님께 간판 새로 할 생각 없냐고 물었고 그렇게 첫 고객을 수주했어요. 


치과가 동네 인맥이 많은 곳이다 보니 자연스레 요식업 사장님들로 연결이 되면서 메뉴판 같은 작은 디자인에서부터 브랜드 전반에 대한 디자인, 작은 스타트업들의 디자인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프리랜서는 정해진 범위의 업무를 마치고 나면 손을 떠나게 돼요. 사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이걸 조금만 더 개선해도 나아질 것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A-Z까지 내 손을 탄 브랜드를 디자인이 해보고 싶었죠. 채용 사이트의 회사 중에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결과물의 확연한 차이가 그려지는 곳으로 지원했었어요.

블랭크 유통디자이너 홍휘님

입사 이후의 업무 얘기를 들어볼게요그때도 프리랜서때와 비슷한 업무를 하셨나요? 

그렇게 입사한 회사는 아이닉이라는 생활 가전 브랜드였는데요. 입사 당시 회사는 대표님과 CS담당자 단 두 명이었어요. 당연히 디자이너부터 마케터, 등의 직군이 없었고 브랜드 기획부터, 촬영, 제작, 마케팅 플랜, 실행까지 브랜드에 필요해 보이는 것들은 닥치는 대로 다 진행하며 프리랜서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쯤되면 디자이너라기보다 필요한 업무들을  하신거네요결과가 어땠어요

일단, 에어프라이어가 대표 상품이었는데 상세페이지가 컴퓨터 회사 같았어요. 주방 테크 관련 디자인은 원래 이런건가 싶어 시장 조사를 시작했었는데요. 그 당시 에어프라이어는 지금처럼 기본 가전제품이 아닌 ‘이런 기기로 요리하니까 훨씬 맛있더라’ 하는 입소문을 타고 있는 제품이었어요. 


요리에 관심있는 30-40대의 여성 분들이 타겟이었고, 이런 고객층이 가장 반응이 좋고, 상위에 노출되는 게시물들의 특징이 ‘깔끔하고, 예쁜 주방에서 촬영된 테이블 컷', 또는 ‘레시피’이었고 이런 관점을 종합한 타겟팅에 맞춰 브랜드 전체 결을 ‘햇살이 들어오는 감성 주방에 어울리는 가전제품’으로 잡았습니다. 

브랜드 방향성을 잡고 그에 맞게 비주얼화한 아이닉의 에어프라이어제품 이미지컷


저희가 이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 설득에 중점을 두었던 포인트는 당신의 주방에 우리 제품이 들어갔을 때의 모습, 경험, 가치를 상상하고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이러한 포인트들을 담은 브랜드 소개서를 들고 에어프라이어를 검색했을 때 상단에 노출되는 요리 인플루언서, 블로거, 유튜버 등에 컨택과 시딩을 계속해서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그저 인지의 확보뿐만 아닌 인플루언서와의 공동구매, 이러한 노출을 보고 연락주신 플랫폼의 MD 님들과의 행사 협업 등으로 계속해서 판매량을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총체적 플랜들이 매출로 연결돼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것 같아요.


설명을 듣다 보니 브랜드 하나가 자리잡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 느낌이에요처음부터 키워가는 느낌이 짜릿했을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다노라는 회사로 이직을 하셨어요. 계기가 무엇인가요

아이닉에서 디자인과, 마케팅 등을 큰 틀의 체계 없이 필요한대로 진행하다 보니 필요한 것에 대한 루틴은 생겼지만 이 모든 것을 먼저 수행해본 회사의 체계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고 이것들에 계속 목말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직을 하게 되었어요. 


 때의 경험은 어떠하셨는지요

다노는 제가 커리어나 조직문화에 있어서도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곳이었어요. ‘브랜드가 한 결로 가려면 구성원이 어떤 생각과 관점을 가지고 공통적인 지향점을 향해 가야 하는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었거든요. 


특히 다노 2.0 브랜딩을 같이 진행하며 브랜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경험한 것이 매우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당시 작업은 기존 구성원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키워드에 맞는 이미지를 수백장을 모아 이미지보드를 만든 후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싱크를 맞추며 시작하였는데요.'


즉, 브랜드의 정수를 네비게이팅을 해놓고 브랜드에 필요한 디자인 그래픽 A-Z까지 그 방향성에 맞게 작업을 해 나가는거죠. 기초와 방향성을 탄탄하게 잡아 놓고 시작한 브랜딩은 목표점을 향해 가는 과정이 훨씬 명확하고 수월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브랜드 전반을 이해하게 되면서 제품 기획까지 참여한 경험도 있는데요. 당시 코로나로 확산되며 집 자체를 홈카페, 홈짐 등 집 자체를 다양한 레이어를 나눠 사용하는 ‘옴니레이어드 홈’이란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었습니다. 이 지점을 주목해 남성 위주의 홈짐(Home Gym)만이 아닌 여성 또한 접근성 낮게 즐길 수 있는 ‘홈짐’으로 확대해 뉴트럴 홈트레이닝 세트 제품을 내놓기도 했어요. 

 

다노에서 제품기획까지 참여한 홈트레이닝 세트 제품. 기존 식품 위주의 낮은 객단가를 비교적 크게 높였다.


이제 블랭크 얘기를 해볼게요블랭크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신 건가요

맞아요. 사실 다른 회사의 면접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블랭크 면접을 보면서 다른 옵션은 전부 내려놓을 만큼 입사 1순위였었는데요. 제가 생각했을 때 블랭크는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불편한 문제점을 파악해 그 지점을 해결한 제품을 소개하잖아요.  문제 해결 능력으로 소비자를 가장 잘 설득하는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블랭크가 문제점을 파악하는 지점과 그것을 해결하는 지점 그리고 이것들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또 그것이 제 능력치가 되어 블랭커로서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경험을 체감해보고 싶었어요. 또한 제가 이전 해왔던 경험들로 입사한다면 시도해볼 수 있을 플랜들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더라구요. 


다만 공고로 올라온 직군이 ‘유통디자인’이란 점을 꽤 깊게 고민하였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통 디자인이라고 하면 상세페이지 수정이나 썸네일 정도의 업무들을 해왔던 지라 제가 해당 팀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예시 플랜을 많이 세워보며 면접을 준비했던 것 같아요.


면접에서 유통 리더이신 재현님과 얘기 나누다보니 블랭크는 유통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어요. 각 유통처의 방향성과 시장에 맞는 디자인으로 유통채널에서 매출을 견인하다면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제 커리어 최고의 매출을 블랭크에서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와 포부를 가지고 입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유통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는데어떤 부분인지 자세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음, 그건 유통 플랫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서 연결되는 것 같아요. 고객들은 더 이상 자사몰에서만 구매하지 않아요. 생필품을 구매할 땐 쿠팡을, 집을 구성하는 제품이 필요할 땐 오늘의집, 옷을 구매할 땐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보더라도 할인쿠폰이 있는 무신사 등 다양한 플랫폼 마켓을 찾죠. 이전처럼 100% 광고를 통해 자사 상품을 접하는 경우가  아닌 1)해당 플랫폼에 2)이런 제품이 필요해서 들어갔는데 3)이런 브랜드를 만나게 되는 흐름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요즘, ‘플랫폼에서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지점이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플랫폼에서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의 경험부터 브랜드의 설득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가장 첫번째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매출과 맞닿아 있지만 결국 브랜드를 소개하고 시각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드는 직무죠. 블랭크는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과 이해도가 높은 회사였구요. 

블랭크 유통디자이너 홍휘님

위와 연결되는 질문인데블랭크의 유통디자인 파트가 어떤 전략으로 일하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각 유통처-즉 플랫폼 별로 MD님을 만나서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자연스럽게 각 플랫폼 내에 결과가 좋은 브랜드들의 이유를 플랫폼의 속성과 연결해 체킹을 하고요, 이 분석을 토대로 어떤 디자인이 필요한가에 대한 전략과 방향성을 잡아가는데요. 


크게는 썸네일과 상세페이지콘텐츠와 프로모션 이 네 가지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어요. 블랭크가 가장 잘하는 부분이 이 영역에서 고객들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가령 예를 들자면 오늘의 집 같은 경우 ‘나의 공간에 저 제품이 들어오면 어떤 룩앤필(Look&Feel)을 줄 수 있는지’를 플랫폼 안에서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요. 오픈마켓의 경우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프로모션이나 큐레이션 콘텐츠위주로 터칭됩니다. 네이버(브랜드스토어) 같은 경우에는 소비자가 브랜드에 설득당해 구매하기 때문에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죠. 우리 브랜드가 어떤 것들을 펼쳐 나가겠다는 플랜을 세우고 진행해요. 


프로모션의 경우에도 가격이 저렴한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시즌과 트렌드에 맞는 큐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당신의 삶을 ‘우리의 제품’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큐레이션 콘텐츠로 보여줍니다. 가격은 콘텐츠보다는 후순위에요. 


결국, 유통 플랫폼의 속성에 맞게 고객에게 ‘우리가 어떤 의도로 이 제품을 만들었고 그래서 고객의 삶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의 관점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블랭크에서의 성과혹은 어떤 전략으로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입사한 지 아직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성과보다는 우리가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지를 말씀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시작점은 저희가 담당하는 블랭크의 7가지 브랜드에 대한 주력 제품의 USP와 각 플랫폼의 특성과 판매루틴을 파악하는 것이구요. 여기에서 플랫폼 내 룩앤필을 통일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세일즈 관점으로 전달하는 각 브랜드의 브랜드 경험을 구축하는 한편 디자인 요소에 상품의 USP를 최적화해 전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후에는 앞단에서 했던 브랜드 경험을 고려해 큐레이션 콘텐츠를 배치하는 데요. 단순히 상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설득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공략하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가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것이 아닌 프로모션과 콘텐츠, 광고로 연결되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도록 전략을 잡고 있어요. 


마지막 지점은 해외인데요. 블랭크의 내부 브랜드가 대만, 홍콩, 싱가폴과 같은 글로벌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해 있고 이를 더 확장해 가고 있어요. 저희는 각 나라별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브랜드를 녹여낼 수 있는 방향을 설계하고 로컬라이즈된 아이템과 브랜드 플레이를 전개할 예정입니다. 

 

 

이건 근본적인 질문인데요블랭크의 디자이너로 일하며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시각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블랭크라는 회사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문제를 캐치하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잖아요. 그런 곳에서 디자이너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서 필요한 문제 해결에 대한 포인트를 시각적인 표현으로 전달하여 고객 설득의 여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흔하게는 예쁜 거, 트렌디한 제작물이 디자인 영역의 전부라 생각 할 수 있는데,
 이건 기본적인 것이라 생각해요. 기획자가 어떤 것을 기획했는데 글로 그 의도를 풀어도 고객의 시선이 닿지 않거나 고객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디자이너는 이 지점에 대한 시각적 흐름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어떤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고 싶나요혹은 어떤 디자이너라면 블랭크와 핏이  맞을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블랭크는 대행사와 인하우스의 디자이너가 목마른 지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에요. 관심사가 다양하고 호기심이 많고 브랜드를 다양하게 접해보고 싶은 분들이 대행사를 많이 가거든요. 근데 아까 초반에 제 경험담으로 말씀드린 것처럼 클라이언트의 디자인은 일정 시점에 치고 빠져야만 하죠. 내 브랜드라는 느낌을 가지기 힘들어요. 


또 인하우스 디자인팀에서 한 브랜드를 너무 오래 잡고 있다보면 병목지점이 오게 되었던 것 같아요인하우스 디자이너의 페인포인트죠. 프로모션이 필요하거나 콘텐츠가 필요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 브랜드별로 다 다릅니다. 그래서 사실 많은 브랜드를 경험해 볼수록 자기의 디자인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틀도 빨리 깰 수 있거든요. 


이 부분에서 목마른 분들이 온다면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랭크는 많은 브랜드 경험을 해보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회사거든요.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러닝하다보면 디자인의 병목지점이 쉽게 오지 않으면서 내 브랜드라는 애착도 함께 가질 수 있어요. 


또, 브랜드에 대한 여러 해결점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은 회사에요.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되면 찾아갈 수 있는 마케팅 전문가가 있고 브랜드에 대한 고민을 세일즈, BX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나누다보면 브랜드 전체의 인사이트를 가진 시야가 넒은 디자이너로 성장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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