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명품그룹인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그 딸이자 디올 CEO인 델핀 아르노가 방한했다. 그들을 맞이하는 유통가의 의전 상황과 그들이 몸에 두른 온갖 패션 아이템들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그들이 LVMH 소속 브랜드의 제품을 착용하는 게 대단한 뉴스라도 되는 양 가격과 모델명이 상세히 공유되는 중이다.
올 초,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금액은 325달러로 중국(55달러)이나 미국(280달러)을 훨씬 앞서간다는 모건스탠리의 발표가 있었다. 이 수치가 매우 정확한 것이 아닐지라도 한국의 명품시장이 매년 끊임없이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명품 매장 앞 대기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확실히 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명품 시장에 명품그룹 경영자가 방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시대의 자산가격 상승과 외모 중시 풍조가 명품수요에 일조했다고 보지만 명품에 대한 대한민국의 ‘애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3초백이란 말을 기억하는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3초에 한 번씩 볼 수 있다는 백으로 루이비통 스피디백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처음에는 강남에서 그다음에는 길거리에서 너도나도 들고 다녔던 명품 입문백. 명품에의 열망은 샤넬로 옮아갔고, 샤넬에서 다시 돈 있어도 못 산다는 에르메스로까지 옮아갔다. 결혼식 예물로 명품 시계와 명품백을 주고받는 것이 관례화되고, 몇백만 원짜리 패딩이 흔해졌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가격을 올린다는 뉴스만 나오면 다음날 명품 매장은 오픈런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백화점을 가도, 아웃렛을 가도 인기 있는 명품 매장은 조금만 늦으면 입장 기회조차 없다. 세상이 멸망해 생필품을 사들여야만 하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절박하게 명품을 사들인다.
혹자는 이렇게 명품 시장이 왜곡된 것은 리셀러들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들이 재고를 싹 쓸어가 버리는 바람에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 거라고, 리셀러를 단속해야 한다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수요가 없었다면 리셀러들은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명품은 그 가치가 있어서 가격방어가 되므로 결코 손해가 아니라고도 할 것이다. 샤테크란 말이 있듯이 샤넬은 오늘이 가장 싸고, 중고 가격이 탄탄하니 언제든 되팔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다시 되팔기 위해 가방을 모시고 다니거나 보관만 할 거라면 차라리 금을 사두는 게 낫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명품은 소비재이자 사치재일 뿐이다.
우리는 정말로 명품을 욕망하고 있을까.
진심으로 그 브랜드의 디자인과 품질과 스토리가 좋아서 그것에 열광하는 걸까. 아무도 그것을 입거나 들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을 여전히 원하고 있을까. 단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조금 더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위해서 명품을 이용하는 건 아닐까. 이 정도 명품은 가져도 된다며 물건의 가치와 나의 가치를 연동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인의 돈으로 좋은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지극히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고가의 명품이 자존심은 지켜줄지언정 자존감까지는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이 당신이 가진 명품에 잠깐 감탄할 수는 있겠지만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다만 당신의 인품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하나 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 또 하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