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필요하지 않으니까
당신은 구경만 하려고 가게에 들어갔다가 이것저것 결제를 하고 나온 일이 있는가?
뉴스기사를 보려다 배너를 클릭하고 결국은 물건을 산 적이 있는가?
파격세일, 할인쿠폰, 마지막 기회라는 알림을 지나치지 못하는가?
다른 사람이 산 걸 보고 따라 산 적 있는가?
충동구매였지만 나름 잘 샀다며 합리화한 적이 있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자본주의 사회에 최적화된 ‘우수 구매자’로 인증되었다. 수많은 광고와 마케팅 메시지는 바로 당신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만일 모든 소비가 필요에 의한 것이고, 모든 소비자가 계획적이고 합리적이었다면 자본주의는 이렇게 융성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많은 소비자가 꽤 즉흥적이고, 비계획적이며 욕망에 의한 소비를 하기 때문에 오늘도 광고는 끊임없이 넘쳐나고 쇼핑몰은 세일과 쿠폰을 내세워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다.
해답은 언제나 문제 속에 있다. 우리가 왜 충동구매에 빠지고 마는지를 분석해 보면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다. 물론, 실천의 의지는 필요하다.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을 멈출 수 없을지도. SNS 속 삶이 진짜가 아닐지라도 당신은 그 인물이 가진 물건과 그 인물이 누리는 듯한 삶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남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요즘’ ‘트렌드’라는 말들은 종종 당신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다들 그 신발을 신었다고 해서 당신에게까지 그것이 필요한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그 신발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사실 당신에게는 아주 안 어울릴 수도 있다. 예쁜 배경과 정제된 구도의 사진은 뭐든 더 괜찮아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SNS를 일주일쯤 하지 않아도,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신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거나 OTT만 본다고 해도 광고에는 노출된다. 거기서 피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동영상 광고뿐이기 때문이다. 요즘의 광고는 말 그대로 어디에나 있다. 관찰예능에서 마치 실제로 사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사용되는 모든 물건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손에 들린 물건들, SNS에 올리는 연예인의 일상 속 물건들까지.
어차피 광고를 피할 수 없으니 몇 가지만 기억하자. 어떤 상품에 톱스타를 광고모델로 사용하는 것은 그 제품이 같은 카테고리의 다른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모델의 인지도로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다. 광고는 좋은 제품을 알려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무조건 유혹해서 구매하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다. 광고를 많이 하는 건 믿을 만한 제품이라서가 아니라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자꾸 눈에 띄니까 사야겠다는 생각은 말자.
어쩌면 많은 이들에게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세일’이라는 건 마치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당신은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고 생각하면서 이득을 본 것 같지만, 어떤 기업도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세일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뿌린 할인쿠폰은 당신을 불러들이기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싸다는 이유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기업이 원하는 바다. 당신을 혹하게 하는 세일은 그저 재고를 처리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음을 기억하자. 특히 1년 내내 세일 중이거나 대량의 할인쿠폰을 항시 뿌려대는 브랜드를 경험하게 된다면 더더욱 정신 차려야 한다. 그 제품의 적정가는 결코 정가가 아니라 할인가이며, 단지 세일이라는 것으로 눈속임하여 당신을 홀리려는 것임을.
많은 이들이 단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구매 버튼을 누른다. 길고 짜증스러운 회의가 끝난 후, 지치고 힘들었던 하루의 끝에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말이다. 혹은 너무 우울해서, 너무 화가 나서 조금이라도 기분을 나아지게 하려고 구매를 한다.
하지만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당신은 그저 소비를 합리화하기 위해 기분을 이용한 것뿐이다. 구매의 순간이 지나면 혹은 그 물건이 배송되고 나면 당신은 다시 지겨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건은 당신의 마음을 달랠 수 없다.
먼 훗날 당신이 오늘을 돌이켜 본다면 당신이 구매한 물건이나 사용한 물건 같은 건 아주 희미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무엇을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경험했느냐가 당신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장바구니에 넣고 3일만 기다렸다가 다시 보자. 그때도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아직 매력적이라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물건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모든 물건은 결국 언젠가 쓰레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