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고 싶은 후배는 따로 있다
신입사원? 아, 피곤한데…….
좁디좁은 취업문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선배들의 속마음은 이렇다. 새로운 사람이라는 잠깐의 호기심이 지나고 나면 온통 가르쳐야 할 것들 투성이고, 때론 신입의 일까지 뒤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현업에 바쁜 선배들은 재빨리 업무에 투입되어 1인분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경력자를 원한다. 그러니 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서 너무 상처받지 마라. 당신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상황이 그런 것이다.
이 전제로부터 회사생활을 시작한다면 상당 부분이 이해될 것이다. 당신이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고,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냈든지 회사에서 신입사원인 당신은 그저 챙겨야 할 사람 1인에 지나지 않으며, 학교에서는 ‘등록금을 내는’ 고객이었지만 회사에서는 ‘월급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에 지나지 않는다. 냉정하지만 취업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당신이 어떤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맡든지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나는 일만 잘하고 싶은데요?’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식당이 맛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맛집이 되지 않잖나?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건 내세울 게 아니라 기본값인 거다. 회사생활의 목표는 저마다 다르니 어떻게 해야 회사생활을 잘하는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같이 일하고 싶은 후배(동료)가 되어야 당신의 목표에 가까워질 것이다. 애초에 혼자서 할 수 있는 거라면 회사 일이 아니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들이 알아두면 좋을 팁은 다음과 같다.
너무 꼰대 같다고? 그래도 이 얘기는 해야겠다. 어른들 말씀 중에 인사만 잘해도 중간은 간다는 말은 옳다. 선배나 상사한테 90도로 허리 숙여 깍듯이 인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팀 내는 물론, 다른 팀과의 회의, 외부 거래처와의 회의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 적극적으로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당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그리고 대부분 당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것이다.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쓸 때도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안녕하세요. OO의 OOO입니다.’로 시작해 ‘감사합니다’로 끝맺음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만 제대로 해도 회사생활이 수월해진다.
나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시간도 소중하다. 출퇴근시간, 회의시간을 지키는 것부터 마감시간을 지키는 것까지 시간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져야 한다. 상습적으로 5분, 10분 늦는 사람에게 신뢰가 생길까? 마감시간을 계속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업무가 주어질까?
출근시간은 회사에 도착한 시간이 아니라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고, 퇴근시간은 회사를 나서는 시간이 아니라 업무를 마친 시간이다. 회의시간이 10시라면 10시에 모이는 게 아니라, 10시에 회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마감시간이 2시라면 2시에 메일을 보내지 마라. 2시까지는 상대방의 메일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중요한 일을 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걸음마도 못 뗀 사람한테 육상대회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론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작은 일을 맡고, 그것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복사나 자료수집처럼 보람 없어 보이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것은 하찮은 일이 아니다.
큰 프로젝트를 맡아야만 업무능력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복사를 시켜도 누군가는 깔끔하게 처리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하는 바가 보일 때도 많다. 또 자료를 수집하는 동안 그것을 전부 머릿속에 담아둔 사람과 기계적으로 수집만 한 사람은 금방 티가 난다. 하찮아 보이는 업무라도 그것은 당신에 대한 테스트일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 작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큰 일도 잘 해내리라는 것은 조직과 선배들의 경험칙이다.
선배는 당신의 적이 아니라, 가이드에 가깝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선배는 당신의 질문에 답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이 모르는 게 당연한데, 그걸 묻지 않는 것이 선배 입장에서는 더 불안할 때가 있다.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더 큰 사고를 칠까 두렵기 때문이다.
또 선배가 업무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잘 들어두고 기억하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에 교과서 같은 건 없다. 다양한 선배들을 통해 배워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왜 안 되는지,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선배들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그러니 겁내지 말고 다가가라. 함께 일하는 선배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흡수해라. 그리고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 소화시켜라.
위의 내용들이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인사를 안 하던 사람이 꼬박꼬박 인사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한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해내다 보면 결국은 자동반사처럼 튀어나온다. 그것이 기계적인 반응일지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성향상 시간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에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 시간이다.
또 오해해서도 안 된다. 하찮은 일이 없다는 것은 업무와 관련 있는 일일 때의 이야기지 업무와 상관도 없는 일까지 감내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선배에게 묻고 또 물어서 많이 배워두라는 것이지 아부를 하거나 잘 보이기 위해 애쓰라는 뜻이 아니다.
결국 이것은 앞으로 회사생활에 임하는 태도와 습관을 정립하는 문제다. 직급이 올라가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어도 위의 요소들은 그대로 적용된다. 누구에게나 인사 잘하는 대리, 모두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과장, 하찮은 프로젝트는 없다는 팀장, 후배에게도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우는 팀장으로 바뀔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