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서류 통과가 어려운 당신에게 (Feat. 개발직군)
IT 개발자의 초봉이 5천부터 시작해서 6천만 원까지 주겠다는 곳이 생기면서 전통적인 대기업이라고 부르던 삼성이나 LG보다도 개발자의 몸값이 높아진 요즘,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환영하고 있어요. 물론 제가 신입은 아니지만 그동안 IT 개발자분들이 제대로 된 대우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일해왔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지원자분들 입장에서는 너무 다행이다 싶고, 신입뿐만 아니라 경력자 분들의 연봉도 같이 상승하길 바라고 있어요. 그런데 돈(보상)을 많이 준다고 좋은 회사일까요? 계속 일하고 싶은 회사일까요? 그건 아닐 것 같아요.
좋은 회사, 일하고 싶은 회사,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는, 보상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동료, 배울 수 있는 곳, 나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또는 회사)이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가 그런 회사라고 생각해요.
저는 IT회사에서 개발자로(이제는 매니저로) 살아온 17년이란 시간 동안 몇 천 건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을 보면서 좋은 동료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인턴, 신입 그리고 경력까지 채용 과정에 참여하면서 필요한 프로세스와 자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면접관의 자세까지 가이드화 하고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료를 지금도 열심히 찾고 있어요.
이력서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좋은 동료를 찾는 과정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마음이 쓰이는 부분은 단연코 이력서 검토가 아닐까 해요. 이력서의 템플릿은 대부분 정해져 있지만 내용은 지원자 분들이 말하고 싶고 어필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져 있어서 하나도 같은 것이 없죠. 물론, 일부 이력서들은 내용도 엉성하고 형식적인 말들로 채워진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이 지원서 한 장이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하고 또 절박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더 꼼꼼하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표현이 서투르고 어필을 잘 못하는 분들도 간혹 계시니까요.
세상에 나쁜 이력서는 없다
가끔 어떤 이력서가 좋은 이력서인지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단언컨대 세상에 좋고, 나쁜 이력서란 없어요. 이력서는 지원자 분들이 면접관님(혹은 서류 검토자님)에게 스스로를 어필하는 동시에 면접관님(혹은 서류 검토자님)에게는 지원자 분들을 1차로 평가하는 문서이지, 단어 선택 및 문장 구조 등과 같은 것으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반말체, 비문 등을 좋아하지 않는 일부 면접관님(혹은 서류 검토자님)들도 계시지만 그것을 점수로 연결시키는 분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이 부분은 지원하신 포지션(혹은 업무)에 따라서 다를 수 있고, 저는 개발자 분들을 대상으로만 말씀드려요)
자, 그럼 제가 그동안 지원자분들의 이력서 검토(서류 전형)를 해오면서 선배로써 꼭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해볼까요?
자신을 자유롭게 소개해주세요
지원하는 회사마다 조금씩 포맷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기소개 항목이 있을 거예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항목에 대한 작성을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어떤 말로 시작할까.. 어떤 내용으로 작성해야 하나.. 고민이 많을 텐데 이 부분에 대한 팁을 알려드릴까 해요. 지금까지 제가 봐왔던 내용들은 3가지 패턴으로 정리가 되더라고요.
1. 가족과 가풍 소개를 통한 인성적인 부분 어필
2. 어떤 기술에 관심이 많고 해당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다
3. 이런저런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 지원한 회사에서 능력을 펼쳐보겠다
사실 1번만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3가지 모두 괜찮아요. 하지만 신입일 때와 경력일 때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경력에 따라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될지 이야기해볼게요.
신입 지원자입니다.
보통 신입(혹은 신입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지원자) 분들의 자기소개 항목에서 면접관님(혹은 서류 검토자님)들이 보는 부분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지원자분의 부모님보다는 지원자님에 대해서 더 많이 궁금하고 알고 싶거든요. 또 과거의 성장 과정보다는 요즘의 지원자님의 상황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개발은 언제부터 했는지,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성격은 어떤지 혹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또 해소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해주시면 면접관님(혹은 서류 검토자님)이 지원자분들의 이야기를 보고 궁금해하고 또 직접 보고 그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아주 상세하게 위에 언급된 부분들을 모두 나열하면서 길게 작성하실 것 까지는 아니고 어필이 될만한 포인트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경력 지원자입니다.
경력 지원자분들은 신입 지원자분들 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작성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면접 볼 때도 아이스 브레이킹 이후, 보통 첫 대화의 시작이 "경력 위주로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자기소개서도 경력 위주로 지원자님의 이야기를 풀어내시면 될 것 같아요. 지원한 포지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동안 경험했던 업무들과 그 안에서 사용한 기술 등을 이야기해주시면 돼요.
경험한 프로젝트(업무)와 기술에 대해서 자세히 적어주세요
보통은 경력 기술 항목이라 부르고 단순 나열하는 포맷도 있지만 서술형으로 된 포맷도 있죠. 실제로 제가 근무하는 곳도 서술형 포맷으로 되어 있어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지원하신 분들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상세하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면서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부분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부분도 신입일 때와 경력일 때를 나누어서 이야기해 볼게요.
신입 지원자입니다.
신입 지원자분들은 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인턴쉽을 거치면서 경험한 부분을 기술적인 내용과 함께 작성하시면 될 것 같아요. 프로젝트의 목적과 사용한 기술 그리고 해당 기술을 사용하게 된 이유와 사용한 이후의 평가 등을 함께 적어주시면 면접관님(혹은 서류 검토자님)들에게 많은 질문거리를 제공하게 될 거예요.
단, 정말 경험한 기술에 대해서만 작성을 해주셔야지 해당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다고 해서 적거나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했다고 적으면 오히려 손해가 크실 거예요. 면접관님들은 1년에 많게는 수백 명씩 면접을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모두 베테랑이시기에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설명과 거짓말은 대부분 눈치챌 거예요.
경력 지원자입니다.
경력 지원자분들도 위에 언급한 신입 지원자분들과 같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조금 차이가 있다면 그건 경험한 프로젝트(업무)가 더 많고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일부 지원자 분들은 제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는 중소기업에서 CMS만 담당했고 서비스를 하지 않아서 경력 기술서에 적을 만한 내용이 별로 없어요"
"저는 시스템의 일부 작은 기능만 계속 유지보수를 담당했기에 이야기할 부분이 별로 없어요"
아쉽게도 저는 이런 내용에 동의할 수 없어요. 아무리 작은 기능이라도 분명 사용된 기술이 있고 그 기능이 다른 기능 혹은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을 텐데 설명할 것이 없다는 것에 쉽게 동의되지 않더라고요. CMS(혹은 Admin)도 마찬가지예요. 백오피스의 기능 지원 없이 프런트 서비스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작은 기능이라고 필요한 기술의 난이도가 낮고 큰 기능이라고 필요한 기술의 난이도가 높다고만 할 수 없고,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배울 것과 성능에 대해 고민할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단순 경험 나열식보다는 해당 경험에서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했고 어떤 이유로 사용하게 되었는지 혹은 경험에서 얻은 지식이나 실수 등을 적어주시는 것도 경력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니 이 부분도 참고해주시면 좋겠네요.
오늘은 이력서를 통해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작은 팁을 적어봤어요. 분명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열심히 작성했을 텐데 제대로 어필이 안되고 면접관님(혹은 서류 심사관님)들이 혹여나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게 된다면 내가 가진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사라지니 이보다 억울한 것이 어디 있겠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줄이려고 해요.
PS.
지원한 회사의 이름과 자기소개(혹은 첨부한 포트폴리오 등)의 회사 이름이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있어요. 이를테면 삼성에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 등에는 "LG에 지원한 이유는~ "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죠. 저는 이런 걸로 서류심사에서 불이익을 준 적은 없지만 성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죠. 지원자분들이 조금 더 신경 쓰셔야 할 부분 같아서 말씀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