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을 돕는 동료, 조직 문화 그리고 회사의 지원/노력
최근 IT 개발자의 초봉 인상으로 한동안 IT업계가 떠들썩했고 지금까지도 그 여파가 아직 남아서 채용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개발자의 인식과 대우가 좋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보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요즘 다른 직종보다도 개발자에 대한 관심도 따라서 높아지고 있는 것 같네요. 심지어 네카라쿠배와 같이 특정 회사들만을 타겟팅해서 관련 기술만을 가르치고 학습시키는 아카데미도 생길 정도로 개발자의 인기가 좋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관심, 인기가 돈(보상)만을 좇아 움직이는 단순한 흐름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어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에 돈(보상)이 중요하다는 것은 저도 인정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와 기준들을 한 번쯤 생각해면 어떨까 해서 오늘은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죠. 그래요, 이왕이면 돈(보상)을 많이 받고 일하는 게 가장 좋죠. 이걸 부정할 순 없어요. 그리고 B회사에서 더 많은 보상을 준다고 하면 A회사에서 B회사로 이직을 하기도 하죠. 이렇게 몇 번 이직을 하고 나면 괜찮은 숫자의 연봉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연봉이 높아지면 내 실력도 비례해서 성장할 수 있는 걸까요? 연봉이 높아지면 개발의 재미도 높아지는 걸까요? 개발에 대한 재미가 사라져 그저 업무로만 개발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혹은 조직의 문화와 동료에 대해서 저와 함께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돈(보상) 외에도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회사와 조직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통조림을 자주 언급하는데요, 이번에도 통조림을 활용해서 이야기해볼게요. 만약 여러분이 참치 통조림을 구입해야 하는데 한 번도 구입해본 적이 없다면 어떤 기준으로 참치 통조림을 구입하시겠어요? 아마도 대부분은 여러 참치 통조림을 만져보고, 성분이나 디자인 측면도 고려하고, 통조림 크기와 용량도 고려하고, 가격도 비교해서 구입하실 거예요. 이런 과정을 거쳐 A사의 참치 통조림을 구입해서 먹어봤는데 그 맛이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음의 참치 통조림 구입에도 이 맛은 분명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회사의 문화, 조직의 문화가 통조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혀 모르실 거예요. 이제부터 통조림을 나눠서 이야기해볼게요.
통조림의 겉면, 유인효과를 만든다
여러분이 선택한 통조림은 분명 여러 조건을 비교해서 선택하신 거죠. 이것은 내용물은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통조림의 크기, 모양, 재질, 인쇄된 그림과 문구들과 같은 외형적인 정보와 TV 혹은 인터넷중에 보게 된 제품에 대한 광고들을 보고 통조림을 선택했을 거예요. 즉, 통조림의 겉면의 정보들과 광고들은 고객을 잡기 위해 유인효과를 기대한 회사 입장에서의 일종의 노력인 거죠. 물론 통조림 회사도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내용물을 접해보지 않은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겉모습에 더 신경을 쓴 거죠. 우리는 이런 것을 마케팅 활동이라 부르고 통조림의 겉면으로 안쪽의 내용물을 기대하게 만들죠.
이런 유인효과를 IT 회사들에 접목시켜볼까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라인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OOO에서 한 달 살기", "영구 재택근무 도입", "개발장비는 iMac과 Macbook pro 모두 지급" 등과 같이 정보 매체들과 홈페이지, 채용 페이지, 엔지니어링 블로그,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서 접하는 정보들이 유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일 거예요. 좋은 동료를 채용하기 위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인 셈이죠. A회사는 초봉이 5천, B회사는 초봉이 6천, C회사는 입사 보너스로 1억 원어치 스톡옵션 지급 등도 같은 맥락이에요.
통조림의 내용물, 락인(Lock-in) 효과를 만든다
그럼 이제 참치 통조림을 오픈해서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맛볼 시간이에요. 선택한 A사의 참치 통조림의 맛이 괜찮네요, 그래서 사놓은 것을 모두 먹었어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마트에 갔더니 A사에서 기존 제품에 건강함이 추가되고 풍미가 좋아진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어요. A사의 기존 제품이 마음에 들었던 분이라면 대부분은 A사의 새로운 제품을 큰 고민 없이 선택하실 것이고 다시 한번 위와 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되겠죠. 하지만 이렇게 반복되는 상황에서 A사에서 출시한 제품들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고 B사의 마케팅이 눈에 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B사의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 생각해요.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A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두고 보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분명 고객의 입맛과 취향 등을 고민하고 적용하면서 자사의 제품을 계속 선택하게끔 하여 B사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와도 A사의 제품에 만족한 상태에서는 굳이 B사 제품을 선택하지 않게 되는 락인 효과를 높이려고 노력하겠죠.
이 락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참치 통조림의 내용물은 내가 일할 조직에 해당돼요. 내가 속한 조직의 동료로부터 혹은 다양한 업무와 환경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성장하고 또 이런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조직의 문화가 있다면 아마도 당분간은 만족하면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경쟁 회사의 새로운 전략들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현재 회사에서 내가 투자한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좋은 동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면 굳이 다른 회사를 알아보지 않아도 되는 락인 효과가 생기는 거죠.
이런 락인 효과는 사실 과거에는 학연, 지연 그리고 정에 기반해서 많이 생기곤 했어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쌓아온 정 때문에 쉽게 이직을 결심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요즘은 Covid-19로 인한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되고 재택근무와 같이 비대면 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신규 직원이 입사해도 실제로 얼굴 보고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되었죠. 더욱이 최근 입사하고 있는 분들이 MZ세대이다 보니 과거의 친분이나 정에 의해 생기던 일부 락인 효과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졌어요. MZ세대의 특징은 여러 가지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목표와 가치관과 맞지 않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인데 친분이나 정이 이직을 고민하고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잘 팔리는 통조림은 내용물에 만족했을 때다
첫 회사를 선택하는 입장도, 이직을 해야 하는 입장도, 겉으로 보이는 돈(보상)이 회사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결국 함께하는 동료와 조직이 추구하는 문화, 그리고 그것을 지원하는 조직과 회사의 정책도 중요한 부분 같아요. 그럼 지원자분들 입장에서 지원한 회사와 해당 조직에 그러한 문화가 있는지 또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보통은 2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지원하시는 회사의 채용 담당자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확인하거나 스몰토크(혹은 커피토크)를 신청해서 지원하신 회사의 현업부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방법이 있어요. 대부분의 회사가 이러한 방식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어서 필요하다면 요청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네, 다들 생각하시는 "면접"이에요. 면접이란 양방향 탐색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지원자분이 "을"이 되는 상황이 아니에요. 그러니 일방적 질문에 대한 대답 위주로 준비하지 마시고 지원하시는 회사와 조직과 멤버 구성, 문화, 성장에 필요한 지원 방식 등 여러 가지 질문들을 준비해보시면 어떨까요? 좋든 싫든 한번 입사한 회사에서는 한동안 지내야 하는데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을 회사를 선택해야 하니까요.
라인의 경우에도 1차 면접과 2차 면접에서 10~15분 정도를 지원자분이 회사 혹은 면접관님들에게 질문하게 하고 면접관님들이 대답하는 이른바 '역질문 시간'을 드리고 있어요. 만약 여러분들이 지원하시는 회사에 이러한 시간이 별도로 주어지지 않는다 해도 지원자분들이 꼭 질문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2020년 1월에 제가 담당하고 있는 조직의 멤버분들과 하는 전체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나네요. "이직을 통해 새로운 곳에서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고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자리매김을 증명하는 것보다는 현재 조직(또는 회사)에서 그 능력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것이 더 쉽고, 이러한 인정을 바탕으로 본인의 영역을 만들어 내면서 성장하는 것이 보상 측면에서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직하려는 회사가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으니 이러한 위험부담도 같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현재 재직 중인 회사 안에 나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동료와 문화가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이제는 다음 세대의 통조림이 필요하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MZ세대의 멤버분들이 입사해서 성장 중에 있고 이후에는 이 분들이 회사의 주축이 되어서 회사를 더 성장시킬 분들이에요. 더 이상 과거의 기준과 정책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고 뉴 노멀(New Normal)에서 시작해서 언택트(Untact)와 온 택트(Ontact)로 이어지는 상황에 따라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보상)도 중요하지만 MZ세대가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을 더 고민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MZ세대인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더 내주셔야 해요. 문화는 결국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기성세대분들은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시고 '저건 몰라서 하는 말이지'와 같은 반응으로 치부하지 않아야 해요. 모르면 알려 주셔야 하고 필요한 정보는 공유해주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건 기성세대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저도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책도 많이 읽고, 어떻게 하면 조직 문화에 도움이 되고 멤버들에게도 좋을지 생각 하고 MZ세대의 멤버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아니라도 개략적인 계획은 여러 개 준비를 해놨는데요, 나중에 라인에서 시도해보고 결과를 공유해보도록 할게요. 마지막으로, 저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와 리더분들이 이러한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한시라도 빨리 준비하고 실험해서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을 향해 가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마무리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