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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무기는 무엇인가요?

무기가 될 만한 원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by blankus
저 잘하고 있는 건가요?

사람들과 면담, 고민 상담이란 시간을 통해 이야기하다 보면 '저 잘하고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나요? 혹은 이런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나요?

보통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주니어 개발자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이러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놀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 질문은 경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하게 되는 질문은 아니에요. 저도 1년에 한 번씩은 늘 생각하고 스스로 답하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을 했다면 분명 여러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고민의 깊숙한 곳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질문으로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결국 그 시작점은 '성장에 대한 고민'이란 거죠. 최근에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듣기도 했고 또 비슷하게 설명을 하면서 이런 주제로 글을 써서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에 오늘의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노력으로 얻은 능력은 부러워하지 말자

잘 생각해보면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나로부터 시작된 문장 같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같은 직군의 다른 사람과 본인을 비교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수도 있어요. 이를테면, A님이 가진 퍼포먼스가 좋은 코드를 바로 작성할 수 있는 능력 혹은 B님이 가진 깔끔하게 문서를 정리하는 능력들을 가지고 싶어 하면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러움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A님과 B님이 가진 능력을 부러워해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가질 때까지 아마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서 갈고닦은 무기일 수 있어요. 물론 타고난 재능도 일부 도움은 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재능도 무기를 갖기 위해 들어가야 할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뿐 재능이 그 사람의 무기가 되는 것은 정말 아주 극히 드문 케이스일 거예요. 실제로 저도 아직까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노력 없는 재능만으로 개발을 잘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기도 하고요. 어쨌든, A님과 B님은 남들이 인정한 능력을 각각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을 갖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왔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타고난 재능은 부러워해도 되지만 재능이 아닌 노력과 투자한 시간을 부러워해서는 안 되는 말이죠. 노력과 시간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물론 개개인의 상황이 다르니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요.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하고 집중해서 노력한다면 분명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날이 바짝 선 그런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원석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누구나 무기가 될만한 원석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요. 아직은 무기처럼 보이지 않은, 그저 단단한 돌처럼 보이지만 시간을 들여 깎아내고 다듬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무기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어떤 모습을 생각하며 깎고 다듬는지에 따라서 무기의 모습이 달라지니 반드시 파이널 버전의 무기의 모습을 꼭 생각하며 다듬으셔야 해요. 무기의 형태를 중간에 바꾸다 보면 칼도 아니고 망치도 아닌 무엇에 써야 할지 모를 무기라 부를 수 없는 형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위에 언급한 '무기의 형태를 갖출 때의 느낌'이란 것은 해당 분야(설계와 구조화)에 대해서 제가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을 때 '술술 이야기가 풀린다, 구조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아무리 공부를 한다고 해도 설계와 구조화에 대한 부분은 프로젝트와 상황에 따라서 늘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에 공식처럼 대입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막힘없이 이야기가 흘러가고 구조화 또한 명확하게 그려질 때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때 저도 '나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때라 이렇게 머릿속에 상황이 정확히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설계와 구조화를 담당해 가면서 저는 더 노력하고 갈고닦아 반짝거리는 무기를 손에 얻을 수 있었고 그 무기로 일정 산정의 정확도를 꽤 높이 올려놓았어요. 설계와 구조화에 신경 쓰다 보니 부수적으로 코드의 간결화와 성능까지 얻게 되었어요. 그리고 점차 관련한 질문들이 제게 들어오고 소위 '이건 A님이 제일 잘 아는 분야'가 되면서 동료와 조직장 분들에게 인정을 받아왔던 것 같아요. 물론 인정이 단 하나의 '이유'만은 아닐 테지만 그 단 하나의 '이유'부터 시작될 수는 있을 거예요.


원석을 다듬는 팁

원석을 다듬는 방법엔 크게 2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크게 크게 잘라내고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가는 방법과 두 번째는 조금씩 떼어내거나 갈아서 모양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 있죠. 2가지 방법 다 일장일단이 있어요. 첫 번째 방법은 빠르게 무기화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크게 잘라내다 무기까지 망쳐버릴 수 있지만 잘만 한다면 빠르게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예요. 두 번째 방법은 무기를 만들어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안정적으로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여기서 돌을 크게 잘라내거나 작게 떼어내는 것은 한 회사에서 맡은 업무 혹은 경험을 이야기한 거예요. 변화의 크기가 무기화에 미치는 영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경력이 많이 않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팁 속의 작은 팁은 스스로 '스펀지'가 되었으면 해요. 동료 혹은 선배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 모두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렇게 2~3년 정도 흐르면 분명 그동안 흡수했던 수많은 것들 중에 장점들만 골라서 원석을 다듬는 데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 무기가 갖춰질 때쯤이면 과거에 무작정 흡수만 했던 것과는 다르게 어떠한 기준으로 장점만을 취사선택해서 흡수하게 되는 모습도 알게 될 거예요. 이것이 바로 무기가 가진 힘이죠. 이 힘은 갈고닦을수록 많은 부분에서 기준이 되어 줄 거예요. 기준이 생긴다면, 방향을 알 수 있다면 더 이상 헤매지 않을 거예요.


자문자답

'제가 잘하고 있는 걸까요?'에 대한 질문을 '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나요?'로 바꿔 물어볼 시간이에요. 아직 무기화가 끝나지 않았어도 원석을 어떤 방향으로 깎고 다듬어 나갈지 결정했다면 절반은 성공하신 거예요. 그리고 중간에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그 무기를 한번 사용해보세요. 무기의 종류와 사용하게 될 환경이 모두 달라 제가 모두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무기를 사용해보면 그 '느낌'을 분명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어떤 부분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 할지도 보이게 될 거예요.

서두에서 저도 1년에 한 번씩 스스로 '잘하고 있나'를 물어보고 대답한다고 말씀드렸죠. 이 부분을 풀어서 이야기하면 개발자로 가지고 있던 무기보다는 매니저로서 필요한 무기가 더 날카롭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또 날이 무뎌지지 않게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고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거예요.

RPG 게임을 하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게임 내에서 나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전설 무기 하나가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 쓸 수 여러 다양한 무기들도 준비해두곤 하죠. 저도 비슷하고 여러분들도 앞으로 그러실 거라 생각해요. 무기와 함께 성장하면서 다른 환경을 만나게 되고, 그 환경에 맞는 또 다른 무기를 준비하고 또 갈고닦아야 하는 챗바퀴처럼 보이겠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어느덧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무기가 여러 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실 수도 있어요.


저도 원석을 발견하고 연마해서 무기를 얻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타고난 재능이 많은 여러분들은 저보다 더 빨리 원석을 발견하고 연마해서 무기를 만드실 거라 믿고, 또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원석이 여러분들에게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혹시 이글을 읽고 고민이 더 깊어졌거나 잘모르겠어서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작가에게 제안하기'로 연락주세요.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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