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요령과 대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매니저이기 전에 개발자로 보면 요즘 이직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것 같아요. 예전엔 주로 큰 기업들 위주로 이직을 준비하다 보니 유명한 몇 군데의 회사에만 지원자가 몰리고 인지도가 낮은 회사들의 경우 반대로 지원자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중소기업들은 사람이 없어 난리였고 이직 시즌이 되면 그나마 회사에서 잘 키워온 인재를 대기업에 뺏기는 현실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많이 받고, IPO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생기다 보니 대기업 부럽지 않은, 어쩌면 더 많은 보상과 함께 일하기 좋은 환경을 토대로 미래를 향해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분들도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제는 대기업에서 키워온 인재를 스타트업에 뺏기는 것이 현실인 지금, 인재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같아요.
신입이 아니라면 이직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마 면접 준비일 것 같아요. 물론 서류도 중요하지만 면접이 몇 배는 더 중요할 거예요. 서류는 잘 준비해놓으면 어느 회사던지 크게 문제 되지 않고 패스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력서 작성에 대한 팁은 지난 글 참고) 하지만 면접은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문화와 인재상이 다르고, 특히 면접관들의 질문들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준비가 잘 된다고 해도 그것이 잘 준비된 건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거죠. '면접은 실전이다'라는 말처럼 정말 부딪쳐봐야 알 수 있고, 면접 탈락의 순간은 언제나 그렇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당황스러움만을 안겨주다 보니 정말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어요.
조금이라도 합격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 오늘의 주제로 '면접의 기술'을 이야기해볼까 하는데, 저는 개발 직군이라서 해당 직군 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 참고 부탁드려요.
준비 요령
막상 면접 준비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공부를 한다고 해요. 학교 다닐 때 자주 봐왔던 CS(Computer Science) 분야부터 지원한 직무의 언어 공부, 용어와 개념 정리, 프레임워크 사용법까지 매우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 같아요. 물론 위 내용들도 중요하고 이런 부분에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꼭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그리고 이렇게 준비하고 해당 내용에서 질문들이 모두 나오면 베스트일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준비하기엔 너무 광범위하고 시간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요? 이렇게 준비해서 면접 보러 갔지만 막상 준비한 것 말고 다른 질문들로 인해 당황한 적은 없었나요?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면서 면접 준비의 힌트를 알아보도록 해요.
1. 지원할 회사의 정보를 모은다
이건 너무 당연하게 생각될 거예요. 하지만 너무 당연한 나머지 쉽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지원한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어떤 기술을 통해 구현하는지, 요즘 고민하고 있거나 관심 가지고 있는 분야기 무엇인지 알아본 적이 있을까요?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이런 부분을 캐치하고 준비하신 분들을 간혹 볼 수 있었는데 저보다 라인의 사용 기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지원자 분도 계셔서 놀랬던 적이 있었어요. 이런 분들은 어떻게 준비한 걸까요? 답은 아주 간단해요.
요즘 테크 회사들은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거기서 많은 힌트들을 얻을 수 있어요. 사용한 언어와 기술 스택, 그리고 아키텍처와 일부 오픈소스화 된 코드까지 볼 수 있죠. 테크 회사에서 오픈 소스로 내놓은 것들은 모두 회사 내부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서 나온 것이기에 코드만으로도 배울 것들이 많다는 장점도 있어요. 여기서 얻은 지식으로 면접 준비를 한다면 '지피지기'가 될 수 있어요.
무작정 CS부터 직무의 사용언어, 다양한 프레임워크까지 무작정 공부하는 것보다는 지원할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와 기술 스택, 프레임워크에 집중해서 공부한다면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느 시험공부처럼 시험 범위를 알고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2. 제너럴리스트 (Generalist) vs 스페셜리스트 (Specialist)
이건 회사마다 추구하는 문화와 인재상에 따라서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테크 회사들은 대부분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스페셜리스트를 원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테크 회사들은 직무별로 세분화된 팀을 꾸리고 있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싶어 해서 하나라도 깊게 파고드는 성격과 또 그런 지식을 가진 분들을 채용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만약 지원할 회사가 테크 회사라면 한 분야(언어 혹은 프레임워크 등)를 깊게 파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고 또 본인만의 무기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할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깊게 파고든다는 것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걸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만약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분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하세요. 파고들면 들수록 지식의 깊이도 깊어지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효과도 가져올 거예요.
3. 내가 경험한 업무(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적 준비
보통 1차 면접은 기술면접으로 진행되고 CS부터 직무에 필요한 기술, 그리고 이력서에 작성된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이 준비되는데, 그중에서 진행했던 업무(프로젝트)에 대해서 질문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지원자분이 담당했던 딱 그 정도, 일부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요. 지원자분이 맡은 부분이 일부여도 결국 해당 프로덕트가 서비스되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는 개발자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당 프로젝트가 프로덕트의 어떤 부분에 영향을 주고, 또 어떻게 구성(아키텍처)되어 있으며, 본인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 스택과 개발 구조를 잡아가는 사람들이 시야도 넓어지고 경력이 쌓이면서 성장의 폭도 커지거든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면접관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면접 과정에서 동일하게 일부를 담당했지만 프로젝트 전반적인 상황과 아키텍처를 알고 있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이 있을 때 어느 분이 더 관심이 가고 플러스 점수를 주실 건가요? 100%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분들이 후자의 케이스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답하는 자세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이게 돼요. 긴장으로 인해 준비했던 말이 아닌 다른 말이 나오기도 하고 본인도 모르는 행동들을 하기도 하죠.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해서 대답은 했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 상황도 생기곤 할 거예요. 이런 모습들이 나온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면접관들도 다 알거든요. 지원자분들이 긴장하고 또 당황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런 부분들은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 긴장되고 당황하는 모습을 들킬까 전전긍긍하면서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긴장과 당황스러운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돈을 받고 일을 하는 프로들이잖아요? 그러니 직무에 대한 질문은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이제부터 이런 부분에 대해서 팁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1. 솔직해져야 한다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솔직하지 못함', '핑계 찾기'인 것 같아요. 이력서에는 본인이 다 했다고 했지만 막상 물어보면 전혀 참여하지 않았거나, 참여했어도 기여도가 10%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경험한 프로젝트에서 성능 저하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해당 부분은 같이 개발한 동료가 맡은 부분이라 성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식의 답변도 들었어요. 같이 프로젝트를 했고 성능적인 부분은 누구의 책임이 아닌 프로젝트를 함께한 모든 동료가 같이 고민했어야 할 부분이지만 불리한 것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하고 다른 동료의 탓으로 돌리는 등의 행동은 면접에서 좋은 을 보여줄 수가 없어요. 그리고 면접관분들은 프로들이라서 질문 몇 번만으로도 거짓말과 핑계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요. 아무리 거짓말에 설명을 더하고 핑계에 설명을 더한 들 오히려 면접 점수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꼭 아셨으면 해요.
2. 추론을 해야 한다
3번에서 솔직해져야 한다고 했는데, 모르는 부분을 면접관분들이 질문했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정말 솔직하게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이야기를 끝내실 건가요? 아니면 "잘 모르겠지만, 추론해보자면..."이라고 대답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갈 건가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요? 만약 여러분이 면접관이 된다면 어떤 대답을 하는 지원자분이 더 낫다고 생각되시나요?
아마, 대부분은 후자라고 대답하실 것 같아요. 추론한다는 것은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면접관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요. 혹시 추론한 부분이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웠다면 금상첨화가 되겠죠. 하지만 반대로 추론하길 포기하고 '모르겠다'라고 한다면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쉽게 포기하고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설사 정말 모르는 부분의 질문이라고 해도 아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답변하려는 의지는 꼭 보여주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3. 질문을 메모하고 답변하자
간혹 면접관분들이 질문을 하고 나서 지원자분이 답변을 하시면서 중간에 '질문이 정확히 무엇이었나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어요. 아마 질문을 듣고 어떻게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머지 질문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했거나 혹은 질문을 다 듣고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게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 진짜 해야 할 답변을 못해서 당황해서 물어봤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평소에는 그렇지 않지만 면접이란 환경에 놓이면 어색하고 긴장돼서 본인도 모르게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메모지와 펜을 준비해두시고 면접관의 질문을 적고 천천히 생각해서 답변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화상으로 면접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 직접적으로 눈에 안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면접 진행하기 전에 이런 사실(노트와 펜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면접관에게 이야기를 해두면 서로 오해 없이 면접이 잘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는 인재상에 근거해서 채용을 진행하게 돼요.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지원한 회사의 인재상과 부합하지 않으면 합격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아요. 이런 인재상은 보통 지원 회사의 채용 페이지를 보면 잘 나와 있어요. 라인의 경우에도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블로그 형태로 노출시키고 있고, 직무 채용 페이지에서도 이런 부분을 언급하고 있거든요. 또 반대로 지원자분이 원하는 개발환경과 문화와 맞지 않은 회사로 지원할 경우 서로에게 힘든 면접 시간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오늘은 면접의 기술로, 준비하는 요령과 대답하는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해봤어요. 이렇게 읽어보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일 수 있는데, 실제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지원자분들을 많이 봐요.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처럼 알고 있어도 한번 더 노파심에 이야기하는 선배의 이야기 혹은 당부라고 생각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음은 면접의 기술 2탄으로 임원 면접(2차 기술 면접)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