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하며 사는 게 뭐 어때서.
어느 날 한 친구가 말했다.
"언니는 가족을 의지해? 난 그러지 않아."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나는 항상 의지할 누군가가 곁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자립심이 부족한 걸까? 인간이 인간을 의지하는 게 나약한 걸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가 된다면, 그럴싸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내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결국 나는 주변을 통해 나를 확인하고, 그로 인해 안심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 담쟁이를 보고 나니, 은수의 마음이 더욱 이해되었다. 그녀가 예원을 떠나기로 한 선택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한 걸음 물러나 서로를 대등한 관계로 바라보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은수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예원이 자신을 의지하는 데 인생의 대부분을 쏟아붓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본인의 존재 이유로 삼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예원이 "괜찮다"라고 말하는 순간들 속에서, 정작 스스로 깊이 생각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는 것을.
폭포처럼 쏟아지는 사건과 시간 속에서 떠밀려 가는 예원을 건져내는 은수는 참으로 용감했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자_가 아니라, 너의 세상을 찾아. 그리고 온전한 네가 돼.
나는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남겨진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홀로 있지 않기를 바랐다. 은수가 떠나면서 다잡은 결심이 흔들리지 않기를, 그리고 그녀 없이도 예원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설 수 있으리라는 그의 믿음이 맞기를 바라며.
영화: 담쟁이
일러스트레이션: 백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