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꿀알바

by 망고빵

1월 1일 새해인사 메시지에 시큰둥해졌다. 나는 한때 12월 31일 자정에 맞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깜찍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선배나 존경하는 어른들께 새해 메시지를 보내는 게 어쩐지 감동 없는 인사치레 같고 부질없게 느껴졌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참 팍팍하게 살고 있었네. 그러면서 나는 팍팍하지 않으려고 현실을 많이 부정해 왔다.


늦잠을 자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알바들한테 메시지도 오고 괜찮은 사장님인가 보네’ 하며 잠을 깨웠다. 현재는 알바들이라야 봤자 두 명이다. 한때는 다섯 명이었는데 수익에 인건비가 제일 많이 나가고 있다는 남편의 분석으로 서서히 줄여왔다. 지금 일하고 있는 알바 두 명에게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당시는 적은 시간만 필요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들이기에 부담이 있었다. 알려줘야 하는 소소한 것들과 이 카페에서 적응하는 시간 동안 너그럽게 헤아릴 아량 같은 게 없었다. 그냥 한번 지나가는 소리로 알바들에게 물어봤는데 마침 물어볼 친구가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력서를 받았다. 이력서보다도 현알바가 추천하는 거니까 그냥 믿고 싶었다. 그동안 성실하고 즐겁게 일해준 알바가 (특별히) 추천해 주는 거라 뭔가 보증이 된 느낌이었다. 면접을 짧게 보고 바로 일을 하기로 했다. 역시 친구의 소개라 그런지 금방 손발이 맞았다. 일단 나는 친구를 소개해줬다는 그 자체로 뭔가 의기양양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내가 운영하는 이 카페가 알바자리로 괜찮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소위 말하는 꿀 빠는 카페 알바를 하는 느낌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애들처럼 애정을 담아 일할 수 없지 않을까? 꿀 빠는 알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시간을 무기 삼아 잘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런 생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는 애들도 사실은 꿀만 빨면 불안해한다. 차라리 시간이 빨리 가도록 자신의 노동을 기계적으로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시간이 안 가는 게 제일 어렵다는데 꿀 빠는 시간이 그리 달콤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금방 손발이 맞았던 건 신뢰감이라 짐작한다. 친한 친구가 소개해준 괜찮은 알바 자리였고 친구와 일을 하며 수다도 떨고 시간을 보내며 사장인 나와의 거리가 좀 더 일찍 좁혀진 것이라 추측된다. (그때는 복작복작하게 3인 체제로 일을 했다) 소소한 일거리를 찾아 손을 쉬지 않는 친구들이다. 알겠지만 일이라는 것을 찾으면 끝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참으로 추상적이지만 관심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것을 직접 말하면 바로 꼰대가 되어버린다. ‘관심을 갖고 일하면 이렇게 앉아서 핸드폰만 보지 않아도 된단다. 손님이 있을 때만 일을 하는 게 아니지. 일이라는 것은 … 이 공간은….’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모든 것을 매뉴얼화해서 써둬야지 하지만 쓰면 쓸수록 구차하고 옹졸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쓰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 어찌저찌 나름 썼는데 언젠가 그것을 잣대로 했네 안 했네 하는 것이 싫어 매뉴얼을 자주 보지는 않는다.


나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지만 그걸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것도 참 모순된 생각이지. 가끔은 꼰대가 되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 치지만 그래봤자 속 끓이는 건 나다. 그깟 꼰대가 되는 게 뭐라고. 어차피 노력해도 나는 꼰대를 싫어하는 꼰대이고 나를 꼰대라고 생각하는 애들도 언젠가 자신이 싫어하는 꼰대가 될 것이다. 저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아주 담담한 말투로 읽어주면 좋겠다. 아무튼 그리하여 지금의 알바들에게 새해 인사 메시지를 받았다. 밝고 명랑한 느낌으로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내용이었는데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얼굴을 보고 이렇게 먼저 새해 인사를 보내주어서 감동을 받았다고 하니 사장님한테 새해 인사를 보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라며 나니까 보내주었다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귀엽고 무서운 젠지…


언젠가 내가 감기로 많이 고생했을 때 편의점 홍삼꿀차 병음료를 건넨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카페 사장님이 이런 음료도 사 먹냐며 물었고 우리 알바가 이거 아침에 줬다고 했다. 친구는 알바한테 이런 거 받는 사람이냐며 좋은 사장님인가 보다고 했다. 물론 나는 우쭐했다. 좋은 사장님인 것은 몰라도 좋은 알바생은 맞는 것 같다. 그 홍삼꿀차는 매우 달아서 텀블러에 뜨거운 물과 1:1로 섞어서 먹었다. 느낌인지는 몰라도 홍삼꿀차를 먹고 기침이 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