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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쪽 Aug 24. 2023

금쪽작가님의 열혈구독자

로그인 비밀번호도 새까맣게 잊어버릴만큼 내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브런치에 오래된 일기장을 조심스럽게 펼쳐보는 마음으로 들어왔다. 사이 사이 브런치 광고글이 카톡에 뜬금없이 뜰때 다시 들어와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너무나 열렬히 사랑했지만 어느 순간 우선 순위가 밀려나 버려 연락을 뚝 끊었다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들어와 기웃거리는게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비밀번호 찾기로 오랜만에 들어와 본 내 브런치 책갈피는 2021년에 멈춰 있다. 지금보다 3살 어린 나를 다시 만나 반갑고 3살어린 우리 아이를 다시 만나 뭉클하다.


갑작스럽게 맞은 코로나로 모든것이 멈췄을때 정신없이 돌아가던 워킹맘으로서 나의 삶도 잠시 쉼표를 찍었었다. 준비되지 않은 쉼표에서 마음이 어지러울때 가장 먼저 해야 겠다 생각했던것이 글로 내 마음을 정리하자 였고 그래서 만난것이 브런치 였다. 


나만 보는 내 일기장에서조차 솔직하지 못했던 나는 내가 쓴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 진짜 이야기를 하는것이 두려웠고 또 그걸 내가 보는게 끔찍했다. 그래서 일기에서조차 조금씩 더 멋지고 예쁘게 바꿔 적었고 내것이 아닌 내 이야기는 다시 펼쳐보지 않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는것은 내게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최대한 할수 있을만큼 꽁꽁 싸매어 깊이 묻어두는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잘 못 꺼냈다가 그때의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브런치에서만큼은 진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언제가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치의 거짓도 없이 다 풀어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그 감정이 나를 삼켜버릴지 아니면 오히려 다 날아가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될지 궁금했다.


그때 나는 가족 모두가 잠든 시간만을 기다렸다. 브런치에 쓸 글들을 하루종일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문장을 쓰고 단어를 바꾸기를 반복하다가 아이와 남편이 잠든 진짜 나만의 시간이 되면 브런치에 쏟아냈다. 글을 쓰면서도 내 글이 좋았고 발행을 하고 나서는 내가 내 글을 가장 많이 읽는 열혈 구독자가 되었다.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었고 어떤 구절은 읽을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마도 진짜 내 이야기여서 였을것이다. 내가 주인공인 내 이야기.


3년이 지난 오늘부터 다시 내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해서 저를 울리고 웃겼던 금쪽 작가님의 영원한 열혈구독자 여기 아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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