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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Park Jan 28. 2023

디자인으로 나만의 별에 닿을 때까지

월세 밀리던 디자이너에서 슈퍼 루키 스타트업의 헤드 오브 디자인까지

https://designcompass.org/2023/01/25/to-the-star/


우주 속에 나 홀로

디자인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디자이너는 배고픈 직업이라는데 저는 디자인을 잘 하지도 못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졸업 후 가끔 들어오는 외주로 간신히 먹고 살았습니다.


하수구가 터져서 물바다가 된 옥탑방 화장실에서 2달 밀린 월세 독촉 문자를 받았었습니다.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무슨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 무슨 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도 몰라서 한참을 헤맸습니다. 도서관의 디자인 책장의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까지, 서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었던 노력이 물거품같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었고 이것저것 가릴 수 없어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미지의 길을 걷는 공포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니 그냥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일요일 밤새 자료를 준비해 월요일 새벽에 발표했더니 이따위로 할 거냐면서 서류 뭉치를 던져서 얼굴에 맞았습니다. 다시 고쳐서 그다음 주 월요일 새벽에 다시 발표했더니 전 것이 더 낫다고 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제품을 디자인만으로 팔아야 했습니다. 포토샵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일주일 만에 외국인 어린아이와 함께 한국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 제품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홍보 영상을 찍어야 했습니다.


회사가 돈이 없어서 몇만 개나 되는 박스를 직접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약속한 날까지 제품을 다 못 만들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배송 못 받은 3만 명의 고객분들의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회사가 너무 좋아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내 책임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전략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더니 전체 회의에서 나도 모르는 나의 사직을 공표 당했었습니다.




믿을 것은 나의 머리와 손

그렇게 스타트업에서 디자인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어딜 가던 위기였고 뭘 하던 처음이었습니다. 매번 좌절의 순간이 찾아왔지만, 한계를 넘어 원하는 것을 얻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때에 있지도 않은 제품을 오직 디자인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펀딩에 성공했다. 자신들의 기술을 뽐내던 사람들 사이에서 영상과 그래픽 디자인으로 우리가 기술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 설득했습니다.


처음 커머스를 만들 때는 존재하는 모든 커머스 앱의 스크린샷을 찍어 포토샵으로 따라 그렸고, 한 달 만에 스케치 앱, Apple HIG, 머티리얼 디자인을 마스터하고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UI를 만들었습니다.


프로덕트를 담당했을 때는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해 매일 아침 디자인을 리뷰하고 오후에는 회의하고 밤에는 2-3 제품 페이지를 설계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1시간 늦으면 1주일이 늦고 1달이 늦는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움직였고 결국 원하는 지표를 달성했습니다.


리더가 됐을 때는 첫 채용을 위해 비헨스에서 한국으로 필터링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젝트를 살펴봤고 최고의 팀원을 발굴해 업계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리고 내 말과 행동이 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모든 리더십 책을 읽고 다른 리더분들을 만나 배웠습니다.


그렇게 사람이 아닌 원칙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팀, 고객을 위한 좋은 의견이 이기는 팀, 개인의 강점으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팀까지 만들었습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별에 닿을 때까지

월세도 못 내서 발 동동 구르면서 배너 디자인을 하던 디자이너에서 200명이 넘는 회사의 모든 디자인을 총괄할 때까지 수많은 역경이 있었습니다. 혼자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나와 나만이 풀 수 있는 문제만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디자인을 정말 좋아합니다. 언제나 말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이 멋진 언어로 더 큰 임팩트를 내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디자이너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표현하기 위해 어디서 뭘 배워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디자이너끼리 연대하기 어렵습니다. 기술로서 인정받는 디자인을 만들고 시장에서 인정받기도 어렵습니다.


디자이너 개인의 성취, 속한 회사의 성취, 업계 디자인의 성취까지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려 합니다. 선의에 좌우되지 않는 성장하는 시스템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디자인 생태계를 상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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