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7년쯤 전에 다섯 번째 식구로 고양이 한 마리를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이전글에서도 밝혔다시피 저는 처음에는 고양이 입양을 강력하게 반대했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 입양을 주장했던 다른 식구들과 3:1의 싸움에서 패하여 결국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저희 집에 7년 만에 새로운 식구가 된 녀석은 두 살 정도였던 중성화된 암컷 샴 고양이입니다.
혹시 나중에 저희 고양이가 이 글을 보게 되면 초상권을 주장할 수 있으니, 털 색에서 착안한 가명 '초코'라고 부르겠습니다. 참고로 고양이의 성은 '김'인데, 고양이를 너무 이뻐한 저의 아내가 자신의 성을 초코에게 하사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 샴 고양이의 풀네임은 '김 초코'입니다.
여튼 저는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양이 집사 대열에 합류하여, 얼떨결에 고양이의 밥당번이 되었습니다.
비록 저는 비자발적으로 집사가 되었지만, 이제는 고양이 밥당번 7년 답게 김초코의 '미욤~' 소리를 멀리서 들어도 고양이가 얼마나 배고픈지 헤아릴 줄 아는 베테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인생이란 참 예기치 못한 사건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김에, 고양이를 키우면 좋은 점들을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면 좋은 점
- 술을 많이 마시고 집에 들어가도 놀아주는 식구가 생깁니다. 술이 좀 거나하게 취하면 아내와 아이들은 냄새난다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외면하는데요. 아무리 술 취해도 고양이와는 놀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물론 술 취한 상황에서도 고양이가 어디 숨어서 자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는 사전 교감은 되어 있어야 하겠지만요.
- 집안에서 몸을 더 움직이게 되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낚싯대를 가지고 고양이와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똥도 치우고, 고양이털도 치우고, 밥도 줘야 하고, 이래저래 움직이다 보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 심심하거나 무료할 때 고양이 하는 짓을 바라보고 있으면 재미있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낮잠만 자고 있다면 옆구리를 좀 찔러야 합니다.
- 나름 육식 동물인지라, 집안에 쥐 나 바퀴벌레 등이 출몰한다면 고양이가 이들을 잡아먹을 수도 있어서 집의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고양이가 직접 잡은 사냥물을 집사에게 선물로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냥해 온 바퀴벌레 등을 입에 물고서 낮잠 자고 있는 집사를 깨울 때면, 깜짝 놀라지 말고 태연하게 고양이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도 가끔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왕 고양이 자랑을 시작한 김에, 고양이 중에서도 저희 가족이 키우고 있는 샴 고양이의 좋은 점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샴(Siam) 고양이의 좋은 점
- 샴 고양이는 태국 왕실 고양이로 유명하죠. 고양이계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인물이.. 아니 묘물이 준수하고 좋습니다. 세모난 얼굴도 귀엽고, 사파이어 색의 투명한 눈도 예쁘고, 몸매도 날씬하고(저희 초코를 보면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초콜릿 색의 윤기 나는 털도 반지르르 폼 납니다.
- 성격이 친근하여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서로 교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에게 애정 표현도 잘하고 약간 수다스럽습니다. 그래서 여러 샴고양이 집사님들께서는 샴고양이를 '개냥이'라고도 부르고는 합니다.
- 지능이 좋고 학습 능력이 있는 편이라 어느 정도 학습이 가능합니다. 강아지만큼은 힘들지만요. 환경에 대한 적응도 뛰어난 편이구요.
- 외로움도 상대적으로 덜 타는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혼자 사시거나, 식구들이 바쁜 가정에서는 샴 고양이가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 샴 고양이는 수명도 15~20년 정도로 길고 대체적으로 건강한 편이라 오랫동안 함께 생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것보다 고양이를 키울 때 좋은 점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제 입장에서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강아지를 사랑하고 좋아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은 아니오니 절대 오해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좋은 점
-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독립적인 성격이라서, 사람과 약간은 거리감을 두고 교감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고양이와 집사간 어느 정도 사생활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강아지들의 적극적인 애정 표현이 살짝 부담스러우신 분들께는 고양이를 키우시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반려동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즐기시는 분들께는 강아지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고양이는 상당히 청결한 동물입니다. 화장실 사용도 깔끔한 편이라, 좋아하는 모래를 잘 깔아주고 주기적으로 치워주기만 하면 집안이 상당히 깨끗합니다. 강아지의 배설물을 청소하는 것보다 쉽습니다.(저희 가족들에겐 비밀입니다만, 저 조차도 고양이 똥 정도는 치울 수 있는 난이도 이니까요)
- 고양이는 산책을 시켜줄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면 서로의 건강에도 좋겠습니다만, 바쁜 직장인들께서 야근이나 회식이 갑자기 생기더라도 반려 동물한테도 미안함이 덜 할 수 있습니다.
- 운동량이 강아지들보다 적기 때문에 집이 작더라도 크게 부담 없이 키우실 수 있습니다.
- 조용합니다. 강아지들처럼 크게 짖지도 않고 발걸음 소리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주변 이웃은 집사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반려 동물로 인하여 이웃과 불편해질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좋은 점만 있을 수는 없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키우면 불편한 점도 말씀드리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면 불편한 점
- 고양이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께서는 피하셔야 합니다. 알러지가 있으면 콧물, 재채기가 나고, 고양이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주위가 붓고 눈이 빨 같게 충혈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알러지 증상이 처음에는 없었는데 고양이를 키우면서 점점 심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 털이 많이 빠집니다. 고양이를 집안에서 키우면서 고양이 털을 집안에서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저희 아들이 고3 때 밤을 새워 웹툰을 보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이야기입니다.(결국 재수하고 있죠) 고양이 털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것을 각오해야 하며, 어쩌다 급히 진한 색 옷을 입고 외출을 하면, 고양이 키우고 있는 것을 동네방네 소문내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돌돌이 청소 테잎을 집안 여기저기 배치해 두고 틈만 나면 돌돌이 청소 테잎으로 집안과 가구, 옷, 이불 등을 청소하는 습관을 가지셔야 합니다.
- 발톱을 잘 안 깎아 주면 여기저기 긁어버립니다. 스크래처를 집안 여기저기 장만해 두어도 심술 나면 다른 데를 긁을 수도 있습니다. 소파나 침대와 같은 가구들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려니~ 하면서 속 편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야 합니다. 다만 저희 집 초코는 제가 힘들게 비상금을 모아서 새로 구매한 저의 200만 원짜리 스피커를 신나게 긁어버리는 바람에 저에게 궁디팡팡을 당한적이 있습니다. 200만 원을 모으느라 고생했던 저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떠올라 눈물을 글썽이며 고양이를 혼내는 저에게, 아내는 그깟 30만 원짜리 스피커 때문에 50만 원짜리 고양이 잡는다고 뭐라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아내에게는 스피커 가격이 30만 원이라고 거짓말을 했거든요. 만약 아내에게 스피커 가격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면, 궁디팡팡 당하고 있는 것은 초코가 아니고 저였을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 식구가 집에 들어오던 낯선 사람이 방문하던 신경 쓰지 않고 낮잠을 잡니다. '매달 들어가는 츄르값이 얼만데 시도 때도 없이 잠만 자냐?', '밥값 하려면 낯선 사람 보고 짓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싶으신 분들은 강아지를 키우시기 바랍니다.
아.. 지 험담을 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김 초코'가 저를 보더니 밥 달라고 하네요. 고양이 뒷담화는 이쯤 해서 그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튼 반려 동물을 입양하여 키운다는 것은 상당한 책임이 따르는 일입니다.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마시고,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