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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Jun 08. 2024

대관람차

산문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대관람차를 타기 무섭다.

차라리 롤러코스터를 타고 말지 가만히 앉아 높이 올라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멀리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내는 대관람차를 보자 그대로 지나칠 수 없었다.

물론 타지 않겠지만, 이 거대한 기계가 있다는 건 그곳에 무언가 재미있는 장소가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곳은 삽교의 어느 작은 놀이공원이었다.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에 마음이 들떴다.

그리고, 나를 부른 저 거대한 관람차가 조용히 빛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언젠가 전 여자친구는 날더러 대관람차를 타고 우는 남자라고 놀려댔었다.

나는 아니라고 우겼지만 사실은 참 무서웠다.


그날의 대관람차도 아니고 전 여자 친구도 아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기계에 올라 서기 두렵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빛을 내는 이 녀석이 언젠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며, 나는 바이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전 여자 친구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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