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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 Jan 27. 2023

나를 잘 알고, 너를 잘 모르는

아이러니


누군가를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다. 

우선 긍정의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불쾌하거나 탐탁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정도의 이야기로 들리는데 , 나랑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상당히 흥미롭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나에 대한 서운함이 있어서인지, 내가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서 인지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과 그렇구나라는 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친구의 반응에 맞게 답을 정한다. 


반대로 나를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를 정말 잘 아는 사람도 있고,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하튼 그 표현이 긍정적으로 들릴 때는 고맙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어’ 식의 표현이라면‘하하하;;’ 웃어넘긴다. 


나를 잘 모른다, 나를 잘 안다는 표현의 의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서로를 잘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 서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아는 것을 시작으로 남이 모르는 서로의 이야기를 아는 것, 연애사를 아는 것, 가정사를 아는 것 등등 되게 많은 조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내가 누군가를 잘 안다고 느끼거나 모른다고 언제 느낄까. 우선 누군가를 모른다고 표현할 때는 최대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이해해 보려고 하는, 스스로에 대한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내 의도를 잘 모르고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아픔을 알기 때문인지 최소한 나는 남을 보이는 대로 보지 않겠다는 다짐의 일종이겠다. 남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싶어도, 나를 잘 아는 것 같던 사람이 나를 모른다고 하거나, 최소한 누구보다는 가깝다고 여겼던 사람이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듯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것을 경험하면 신경 쓰지 않기가 어렵다. 


나와 가까운 사람, 나를 소중히 대하는 사람에게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그랬었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사람, 혹은 내가 그려 놓은 범주 밖에 있는 사람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고, 내 범주 안에 있던 누군가 범주 밖으로 튀어나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을 안겨 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 범주를 원이 아닌 불규칙한 선으로 그려 나가는 것이 이상적임을 알게 되었고, 세상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내게 더 맞는 처세술이 되어 주었다.


나는 누군가에 대해 나만의 선을 그을 수 있으면 잘 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선은 내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때를 비롯해서 숨겨진 의도까지 이해할 수 있고,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먼저 설명해 주기를 기다리게 될 때 자연스레 그 사람 뒤로 그리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내게 이 선은 오히려 쉽게 그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모든 사람에게 선을 그리려고 하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잘 모르겠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렸던 선을 잠시 지우고 그 사람 뒤로 멀찍이 다시 그릴 때나 하는 말이지 거리감이 느껴져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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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가 아무리 준비가 되고, 상대를 알아갈 수 있는 의지가 있어도 상대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올바른 관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관계를 이어갈 마음이 있다면 상대가 지향하는 관계의 형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고 어느 정도 비슷한 결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상대가 마음을 열어서 본격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욕심내지 말고 상대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게 되었다면 객관적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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