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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 Jul 06. 2024

25살에 깨달은 것

4편_죽음과 존재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갖가지 이유들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 사실은 인간의 유한함을 드러낸다. 단순 호기심으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지금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고자 한다는 어느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살고자 하기 때문에,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설명을 한다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니, 지금 살아가는 인생이 소중한 것일까? 한편으로 궁금한 것은, 삶을 살아갈 때 짊어지고 가야 하는 여러 어려움들, 외부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 원치 않아도 내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들로 가득한 이 삶이, 누구나 그렇게 산다는 말에 받아들이고 살아갈 정도로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말 간단하다. 인간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나는 이것을 놓치고 살았다.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나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의미가 있는 것이냐? 굳이 답을 하자면 맞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더 가치 있는 삶 아니냐? ‘더 가치 있다’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나는 대답을 미루겠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누린다. 우선순위를 확실히 세우는 사람의 삶이 훨씬 생산적이다. 목표를 세워서 정진하는 사람이 더 깊은 뿌듯함을 느낀다. 간단히 생각할 때, 우리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삶의 농도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한 가지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하면 다부진 근육을 얻게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더 큰 의미를 담기 위해서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나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내가 노력하는 모든 것들이 부가적인 요소로 여겨지기 쉽다. 내 존재에 대한 이해가 앞서 이루어져야, 내가 하는 노력들도 방향성이 잡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을 놓친 나머지 현재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보다 더 멀리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학생이 열심히 공부를 하면,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면 좋은 직업을 구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결국 열심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이 열심히 더 가치 있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이 열심보다 나라는 사람이 우선 되어야 하고, 가치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대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삶을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밖에 없고, 그 일이 내게 정말 큰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사실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까운 친구 중에 한 명이 미국에서 치과의사가 되었다.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날들에 대한 존경을 표한다. 의료보험과 병원 시설이 우리나라만큼 갖춰져 있지 않은 미국에서 친구는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치료한다. 마약으로 이가 망가진 사람들, 양치를 하는 법을 몰라 잇몸이 상한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치과의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아픈 자들을 돌보는 친구의 일상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사람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돕고, 만나는 직업군의 일들이 가장 도덕적인 일일까? 가장 선에 가까울까? 가장 보람찰까? 그러면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려고 하는 나는 그러한 일을 해야 할까? 나는 여기서 막혔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더 깊숙한 곳에서 나는 내가 그런 일을 해야, 남이 보기에 그리고 내가 보기에 훌륭한 삶을 살아내는 것처럼 보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사회의 문제들을 등한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정말 많은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세우면 될까 싶다. 


죽음으로 다시 돌아온다. 죽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삶은, 쫓기는 삶처럼 보인다. 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지친 하루를 그래도 덤덤하게 살아가게 한다면 다행이지만, 우리는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쁨은 나의 존재 가치를 알아주는 데에서 온다.


계속해서 나의 깊숙한 곳을 돌아본다. 나의 순수한 마음은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주어야 한다. 나의 갈망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주는 것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살아가며 내리는 수많은 선택들의 기준이 어디에서 오는지 돌아본다. 내 삶의 가치를 알게 되면, 내가 고민하는 걱정들은 가라앉고 내가 나아가는 길에 대한 기대가 생겨날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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