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빠의 등을 보고 자란다》

1편 (프롤로그) 아빠의 등에는 말이 없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아빠의 등을 처음 본 건 언제였을까.

정확한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손이 아직 작고 말보다 울음이 많던 시절.

어느 날, 아빠는 말없이 현관문을 나섰고

나는 그 등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등은 넓지도, 당당하지도 않았다.

그저 고단했고, 묵묵했다.

가끔은 약해 보였고, 가끔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 나는 그 뒷모습을 따라 걷곤 했다.

조용히, 한 걸음 뒤에서.

그건 나만의 놀이였고, 나만의 질문이었다.

왜 아빠는 항상 말이 없을까?

왜 아빠는 항상 등을 보일까?

왜 아빠는 집에 오면 조용히 신발을 벗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켤까?


나는 몰랐다.

그 등 뒤에 얼마나 많은 무게가 얹혀 있었는지.

나는 몰랐다.

그 뒷모습 하나로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있었는지.


어느 날은 아빠가 일터로 떠나는 날이 늦어졌다.

나는 아빠보다 먼저 일어나 식탁에 앉아 있었고,

등을 돌려 출근 준비를 하던 아빠를 바라봤다.


그날, 처음으로 등 말고 얼굴을 봤다.

눈가에 잔주름이, 이마엔 깊은 선이 보였다.

그러곤 다시 등을 돌려 나갔다.

마치, ‘이제는 내가 괜찮다’는 듯이.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편안했다.

아, 아빠는 늘 나를 향해 등을 보였던 게 아니었구나.

등이란 건, 때로는 사랑을 감추는 벽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사랑을 전하는 스크린이기도 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품에 안고, 말을 건넨다.

하지만 아빠는 아이에게 등을 보인다.

묵묵히 무언가를 향해 걷고,

그 뒷모습이 삶을 가르친다.

말하지 않아도 배운다.

아빠는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야근의 불빛처럼,

꾹 참은 침묵 속의 숨결처럼.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아빠가 나를 혼내고 방에 들어가던 그날 밤.

그 뒷모습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떨리고 있었다.


그날 나는 알았다.

아빠도 혼자 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아빠도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걸.

그리고 아빠의 등은, 아빠의 언어라는 걸.


시간이 흘러,

이젠 나도 누군가의 아빠가 될 나이가 되었다.

가끔 거울 속 내 모습에서 아빠의 등을 본다.

구부정하고, 피곤하고,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모습.


그래서 나는 오늘도 등을 보인다.

내 아이가 나를 따를 수 있도록.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말보다 진한 한 장면.

그것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아이야,

너는 지금 어떤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니.

너의 기억 속에 남을 오늘의 내 뒷모습은

따뜻하니, 단단하니, 괜찮니.


나는 바란다.

너의 기억 속 ‘아빠의 등’이

외롭지 않기를.

무거운 짐이 아니라,

따뜻한 길이었기를.


그리고 언젠가,

네가 누군가에게 등을 보일 때,

그 또한 사랑이길 바란다.


다음 편 예고


그리고 어느 날,

내 뒤를 조용히 따라오던 아이의

작은 발소리를 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어설프지만 진심 어린 그 걸음.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음 이야기》 – 첫 발자국, 아들이 내 뒤를 따라올 때

아빠의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한 아들,

그리고 그 순간 시작된 새로운 책임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