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사장님은 중학생입니다》

[6화] 엄마의 병실에서, 작은 기적 - 두 마음이 마주한 조용한 창가에

by 라이브러리 파파

햇살은 아직 차가웠지만,
로미의 마음은 오래전 보다 한결 따뜻했다.
그날은 엄마의 병문안을 가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꽃다발을 보낸 후 몇 날 며칠,
엄마에게 답장이 왔고,
그 단 한 줄이 로미를 이 자리로 이끌었다.

“너는 지금도 충분히 예쁜 향이야.”

그 말을 받은 이후,
로미는 매일 라벤더 향기를 코끝에 떠올렸다.
마치 엄마가 옆에 있는 것처럼.

작은 손가방 안에는 직접 만든 꽃다발이 들어 있었다.


노란 프리지어, 흰 리시안셔스, 그리고 분홍빛 왁스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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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나설 때, 로미는 포장지 위에
작게 '다시 웃게 해주는 꽃'이라고 썼다.

병원까지의 길은 멀지 않았지만,
마음은 무겁고도 설렜다.

병원 복도에 발을 디딘 순간,
하얀 벽과 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로미를 감쌌다.

익숙하지 않은 공기였지만,
손에 쥔 꽃다발이 그 모든 낯섦을 덜어주었다.

병실 문 앞에 섰을 때,
로미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노크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햇살이 창문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병실.
엄마는 그 창가에 앉아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옆모습.
그 옆엔 유리컵에 꽂힌 라벤더와 노란 장미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엄마.”

엄마는 고개를 돌렸다.
눈이 먼저 웃었고,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로미야.”

딸과 엄마는 말없이 마주 보았다.
그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이 흘렀다.

로미는 다가가 조용히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번엔... 봄 냄새야.”

엄마는 꽃을 받아 들고 향을 맡았다.
그리고 가만히 말했다.

“이건 정말... 새로 피는 마음 같다.”

둘은 함께 창가에 앉았다.

햇살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꽃은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었다.

“엄마, 많이 힘들었지?”

“응. 많이. 근데 네 꽃이... 나, 많이 괜찮아졌어.”

“정말?”

“응. 향기로 숨 쉬고, 색으로 위로받았어.”

엄마는 로미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예전보다 작아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더 커져 있었다.

“나, 혼자서도 잘하고 있어.”

“알아. 너는, 엄마보다 더 단단해.”

그 말에 로미는 눈을 내리깔았다.
부끄럽고도, 기뻤다.

잠시 후, 엄마가 말했다.

“로미야. 창밖에 저 나무 봐. 겨울에도 잎은 다 지지 않았지?”

“응.”

“사람도 그래. 다 져버린 것 같아도,
어딘가엔 늘 남아 있는 따뜻함이 있어.”

그 말은, 꽃처럼 마음을 흔들었다.

“엄마, 나도 그랬어. 무섭고 외로웠는데,
꽃들이 날 지켜줬어.”

“그래서 이제 나도, 꽃이 되고 싶어.”

그 말에 엄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넌 이미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야.”

그 순간, 병실은 무척이나 조용했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마음은 눈부시게 반짝였다.


작은 기적은, 그렇게 피어났다.

말없이, 향기처럼.

그날 병실의 공기는 다르게 느껴졌다.
햇살은 더 깊이 들어왔고,
꽃들의 색감은 평소보다 더 선명해 보였다.

로미는 꽃다발을 유리컵에 옮겨 담았다.
물에 닿은 꽃줄기에서 기포가 피어오르고,
그 작은 움직임조차 의미 있어 보였다.

엄마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이 향...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진하게 느껴지네.”

“그건 아마, 기다려서 그런 거 아닐까?”

“기다림이 향기를 더 깊게 해주는 거네.”

병실 안에 놓인 꽃은
어느새 엄마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꽃 한 송이, 말 한마디,
그리고 짧은 손길 하나가
하루를 바꾸는 기적이 되었다.


로미는 조용히 메모장을 꺼냈다.
작업일지에 쓰는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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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꽃다발은, 다 나은 마음.’

그 아래에 살짝 웃으며 한 줄 더 썼다.
‘병실 창가에서 핀 봄.’

엄마는 그것을 옆에서 보고 미소 지었다.
“그거, 내 책상에 붙여놔도 돼?”

“응. 내가 예쁘게 다시 써줄게.”

엄마는 눈을 감고, 잠시 그렇게 창밖을 느꼈다.
마치 그 순간만큼은 아픈 몸도 잊은 듯이.

로미는 조용히 일어났다.
가방을 들고, 입구 쪽으로 향했다.

“내일 또 올게. 오늘처럼, 따뜻한 꽃 가지고.”

“기다릴게.”

로미가 병실을 나서는 그 순간,
엄마는 조용히 다시 꽃다발을 향해 얼굴을 기울였다.

그리고 천천히 속삭였다.
“고마워, 내 딸아.”

복도를 걸어 나오는 로미의 눈가에
햇살이 닿았다.
그건 따뜻한 빛이었다.
그동안의 무서움과 외로움을 조금은 녹여주는.

병원 로비를 지나며,
로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괜찮아지는 날이, 정말 오고 있는지도 몰라.’


다음화 예고

《7화: 꽃은 자란다, 나도 그렇다》

엄마를 다녀온 다음 날,
로미는 꽃집 한편에서 눈에 띄지 않던 작은 새싹을 발견한다.
보랏빛 라벤더 아래, 어느새 자라난 초록의 줄기 하나.

그 조용한 자람을 바라보며
로미는 깨닫는다.
꽃이 자라듯, 자신도 자라고 있다는 것을.

불안했던 마음도, 작았던 손끝의 다짐도
매일매일의 물 주기처럼,
조금씩 모양을 바꿔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에게 줄 첫 번째 '용기의 꽃다발'을 만들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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