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까워지는 시간”
그날도 해는 어김없이 지고 있었다.
남자는 조용히 평상에 앉아 있었다.
작은 찻잔 두 개,
그리고 익숙해진 기다림.
그녀는 오랜만에 나타났다.
하지만 발걸음은 조심스러웠고,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해질녘 햇살처럼 부드러웠다.
남자는 말없이 자리를 내주었다.
그녀가 앉자, 둘 사이에 찻잔만큼의 거리.
하지만 마음만큼은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이 집은 늘 따뜻하네요.
낯설지 않아서 좋아요.”
그녀는 나지막이 말하며
찻잔을 감싸 쥐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햇살 때문이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으니까요.”
잠시의 침묵.
그리고 다시 찾아온 바람.
그녀는 평상에서 한 장의 쪽지를 꺼냈다.
‘다시 돌아올게요.’
며칠 전 그가 받았던 그 쪽지였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네요.”
남자의 말에
그녀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당신이 보고 싶었나 봐요.”
그 순간,
바람이 멈춘 듯했다.
남자의 가슴이
천천히, 그러나 깊이 벅차올랐다.
그들은 함께 걸었다.
마당을 지나, 오래된 돌계단을 내려
천천히 마을 끝까지.
밤하늘이 내려앉기 전의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여긴 참 조용하네요.”
“당신이 조용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말이 줄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많이 오갔다.
예전엔 말로만 확인하던 마음을
이젠 눈빛으로, 숨결로 느낄 수 있었다.
며칠 후,
그녀는 이 집에 처음으로 아침 햇살을 맞이했다.
“이제, 돌아갈 이유가 없어졌어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주방으로 향해
두 사람 몫의 아침을 준비했다.
따뜻한 죽,
달걀 프라이,
그리고 조용한 음악.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이 집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해가 지는 집 앞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제,
그 평상 위에는 두 사람이 함께였다.
서로의 차를 따라주며,
서로의 하루를 묻고,
서로의 미래를 그리는 시간.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 마음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고 있었다.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