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처음엔 정말 말이 많았어."
대학 시절, 그 동생은
내 연락을 3초 안에 읽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앱이 뜨면 바로 써보고,
밥 먹다 말고 알고리즘 구조를 설명하던 애.
그런 애가 F사에 붙었다고 했을 땐,
솔직히 조금 부러웠다.
세계가 주목하는 플랫폼.
연결의 끝판왕.
그 애처럼 기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보다 더 잘 맞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처음 몇 달은 신났던 모양이다.
“형, 여기 진짜 장난 아니야.”
“회의도 영어야. 진짜 실리콘밸리 느낌 나.”
“슬랙이랑 노션, 구글 워크스페이스, 하루종일 협업만 해.”
그땐 화면 너머 목소리만 들어도
그 애는 정말 회사랑 연결돼 보였어.
근데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어.
예전엔 하루에 세 번은 하던 카톡이
일주일에 한 번도 오지 않았고,
“잘 지내?”
라는 말에
“응, 그냥 좀 바빠서…”
라는 답장이 전부였다.
어느 날, 진짜 오랜만에 마주쳤을 때
형인 나는 바로 느꼈어.
그 애는 지금, 말을 아끼는 게 아니라,
말을 잃어가고 있구나.
커피를 마시면서,
별 얘기 없는 듯한 그 애가
슬며시 이런 말을 했어.
“회의가 수평적이긴 한데,
이상하게…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다 정리되는 느낌이야.”
“다들 친절한데, 누가 진짜 내 편인진 잘 모르겠어.”
“연결은 돼 있는데,
뭔가 계속 혼자서 일하는 기분이 들어.”
그때 나는 알았어.
F사에 들어간 건 성공이었을지 몰라도,
그 안에서 그는 조금씩 자신을 놓고 있었던 거야.
회의에선 미묘한 영어 뉘앙스를 조심해야 하고,
협업은 활발하지만 정작 마음 둘 곳은 없고,
슬랙 이모지는 풍부하지만 진짜 공감은 잘 안 전해지고.
그 애가 말하더라.
“형,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다들 잘 적응하는 것 같은데,
나만 아직도 외국어로 일하는 느낌이야.”
그 말을 듣는데,
나는 그냥 어깨를 한 번 툭 쳐주는 것밖엔 할 수 없었어.
나는 그 애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
연결을 좋아하고, 사람을 먼저 기억하고,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던 아이였어.
그런 애가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연결망 안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했다.
회사 이름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도 자신답게 말할 수 있느냐는 거야.
그 동생이 언젠가 다시 자기 말투를 되찾기를,
연결보다 먼저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기를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