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사에서 일한다는 것–빠른 배송 뒤에 느린 사람들》

형이 말해줄게. 속도가 전부인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느려지는 순간이 있

by 라이브러리 파파

우리 동네에도 있었어.
조녁이면 늘 파란 헬멧 쓰고,
온 동네를 누비던 C사 배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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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부럽더라.
“자유롭게 일하고, 시간도 내가 정하고,
운동도 되고, 돈도 꽤 벌고.”


근데 어느 날,
비 오는 날에도 쉬지 않고 배달하던 형이
편의점 앞에서 우산 없이 멍하니 서 있더라.


형이 말을 걸었어.
“힘들지 않아요?”

그 형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어.


“아, 이건 괜찮은 거예요.
힘든 건… 고객이 배달 늦었다고 별점 1점 줄 때죠.”


또 다른 친구는
C사 고객센터 상담원으로 들어갔어.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대기업 협력사라는 이름에 어른들도 좋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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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3개월 후, 카톡이 왔어.

“오빠, 나 요즘 말하는 게 다 스크립트 같아.
죄송합니다, 확인해드리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에 백 번 넘게 같은 말 반복하다 보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 기능 같아.”


C사는 빠르지.
새벽배송, 당일배송, 로켓배송.
1분만 늦어도 클레임 들어와.


근데 그 속도 뒤에는
감정도, 호흡도, 존재감도 ‘대기 중’인 사람들이 있어.

형이 들려주고 싶은 건 이거야.


자유로운 일처럼 보여도,

사실은 별점이라는 시스템에 묶여 있고,
안정적인 정규직처럼 보여도,

정작 말할 자유는 없을 수도 있어.


플랫폼은 효율적이고 스마트해.
그 안에서 사람은 점점 투명해질 수 있어.

‘좋은 회사’가 꼭 ‘좋은 삶’을 주는 건 아니더라.
브랜드 뒤에 가려진 현실을 제대로 보는 눈이 필요해.


네가 선택할 다음 일이,
네 존재를 흐리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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