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관계에서 내가 사라질 때

나는 왜 늘 양보하는 사람일까

by 라이브러리 파파

어느 모임에서,

어느 대화 속에서,

나는 또다시 내 의견을 삼켰다.


"그냥… 네 말대로 하자."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고 나왔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왜 나는

‘그냥’이라는 말 뒤에

자꾸 숨어야만 했을까.




사람들은 “배려가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배려와 소멸은 다르다.


나는 점점

관계 안에서 작아지고 있었다.


의견을 말하기 전에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먼저 물러섰고,

거절하기 전에

상대의 감정을 상상하며

‘괜찮다’고 말해버렸다.


결국 나는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사람이 되었지만,

나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말했다.


“인간은 세계-내-존재다.

타인과 관계 맺을 때, 비로소

‘존재’를 자각한다.”




하지만 그 말은,

‘타인을 중심에 두고

나를 지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를 인정받지 못한 관계는,

그 자체로 불균형이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은

"내가 왜 이기적이지 못할까"가 아니다.

그건 지속적인 자기희생으로

인한 감정적 탈진이다.


양보는 일시적일 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속되는 양보는

곧 관계 속 ‘나’의 침묵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도대체 누구였지?"

"나는 이 관계에서 무얼 얻고 있었지?"

라는 질문만 남는다.


그 질문은 슬프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이 자신을 다시 붙잡으려는

회복의 시작점이다.




관계 속에서

상대에게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보호하는 선택 역시

지극히 정당한 권리다.


당신이 불편해져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건 이미 건강하지 않은 관계다.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너무 많이 사라지지 말자.

관계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진짜 나'로 서 있는 연습이다.




오늘의 한 줄 처방전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나를 잃지 마라.

관계는, 내가 있어야 성립된다.”




다음 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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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침묵이 너무 커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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