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날

무의미의 그림자를 마주할 때, 삶이 조용히 묻는 질문

by 라이브러리 파파

의미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있다.


일은 했지만,

성과는 없었고,

사람은 만났지만,

대화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살았다는 사실만 남는다.

그리고 그 사실조차

어쩐지 공허하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지?”


누군가와 비교해서가 아니다.

그냥,

스스로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살아 있는 것 같고,

인정받아야만 의미 있는

하루처럼 느껴지는


이 세계 속에서

나는 지금…

점점 더 ‘나’라는

실체가 옅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는 삶이라는 질문에

매일 답을 쓰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질문이 너무 거대하고,

답안지가 너무 하얗다 보니

펜을 들고도 쓰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만 보는 날이 있다.


그건 게으른 것도,

열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저, 방향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삶의 유일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자살이다.”


극단적이지만,

그 말은 곧

삶의 무게를

진지하게 사유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부재도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무의미함은 나약함이 아니다.

그건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이이며,

삶에 대한 치열한 애정의 반대편이다.




그러니 오늘 이 글은

“당신의 삶은 의미 있어요” 같은

낡은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말한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무의미함은,

당신이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랑하지 않는 것에

우리는 이렇게까지 지치지 않는다.




의미는 반드시 크거나

위대해야 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오늘도 살아냈다는 것,

한 끼를 먹었다는 것,

누군가를 지나치며 눈을 마주쳤다는 것.


그 작은 일들이

당신이라는 삶을 이루고 있다.

삶은, 그렇게 작게 계속되고 있다.




오늘의 한 줄 처방전


“무의미함 속에서 살아내는 하루야말로,

가장 단단한 의미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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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늘 양보하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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